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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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카르페 디엠. 매 순간 즐기며 살아라. 너희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라.)

- 죽은 시인의 사회 (P17)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인용된 이 유명한 대사를 들으면 아직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 영화 정말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교탁 위에 서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키팅 선생님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영화는 복합적인 감각을 동원해 짧은 시간에 큰 인상을 남기는 예술이다. 여러 삶과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인지할 수 있게 해주며, 때로는 사람의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주고,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며 삶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영화 속 명장면만큼이나 명대사 역시 큰 감동과 여운을 준다. 헌데 영화는 중간 중간 멈추고 메모하면서 보기 어렵다보니 좋은 대사들이 인상에는 남아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는데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200편의 작품 속에서 영화마다 다섯 문장을 자유, 사랑, 인문학, 심리학, 힐링, 인간미, 의지 상상력이라는 8가지 주제로 분류한 총 1000문장의 명대사를 모은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반가워할만한 책이다.

굿 윌 헌팅, 포레스트 검프, 비포 선라이즈, 화양연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메멘토, 기생충, 세 얼간이, 스포트라이트를 비롯한 재밌고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속 대사들은 그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명대사와 함께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고 있자면 영화의 내용과 함께 그때 받았던 인상이나 감동이 기억속에 살아난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다.

200편의 영화 속 좋아했던 작품들의 대사를 다시 읽으며 영화의 내용을 추억하기도 하고,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영화 속 대사들을 통해 문장이 주는 의미 뿐 아니라 작품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장면과 분리해서 문장으로만 보는 대사는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좋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영화 속 대사들을 보면서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름답거나 인상적인 장면과 기억에 오래 남는 대사를 통해 가족, 사랑, 우정, 인간과 삶의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사회문제에 대한 화두들이 주었던 생각의 시간들은 나의 관점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 일부였을 것이다. 책, 미술, 음악, 영화. 예술의 힘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것 같다. 명작이 왜 명작인지, 좋은 작품과 문장은 언제봐도 좋다. 보고 싶은 영화 목록이 무척 길어졌다.

네가 원하는 누구든지 되기에 절대로 늦거나, 절대로 이른 경우는 없다.

(It's never too late or, in my case, too early to be whoever you want to be.)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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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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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 볼로냐라는 도시는 중세 시대부터 법과 과학이 연구되었던 대학의 도시, 또는 볼로네제 파스타 정도로만 기억되는 곳이었다. 바티칸 시국이 있는 로마, 로맨틱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시발점이자 중심지인 피렌체, 아름다운 토스카나와 나폴리, 영화 시네마천국으로 기억되는 팔레르모 같은 이탈리아의 매력적인 도시들 사이에 그다지 인상 깊은 장소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볼로냐는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도시였다. 어쩌면 표지에서부터 빠져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파스타와 살라미, 치즈, 커피와 와인이 넘치는 미식의 도시이자 도시를 가득 채운 붉은 벽돌의 건물, 볼로네제 파스타, 페라리, 사회주의 운동의 중심지인 붉은 색의 도시이고, 중세에서 근대까지 유럽 곳곳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한 번도 마녀재판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1088년 설립 당시부터 남녀, 외국인의 차별이 없었다는 세계최초로 공인된 대학 볼로냐 대학이 있는 현자의 도시이기도 이곳에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는 넓고 사람들이 흔히 여행하는 대표 도시들 이외에도 숨은 보석과도 같은 매력적인 도시들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삶의 즐거움이 한층 늘어난 기분이다.

 

 

흔히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역적 특성, 문화적 배경, 역사적 사실들이 모여 고유의 음식문화가 만들어진다. 파스타를 시작으로 햄, 토마토와 치즈, 와인에서 커피로 이어지는 볼로냐의 맛으로 시작되는 여행은 볼로냐 사람들이 얼마나 전통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아직도 조상과 똑같은 방식으로 돼지를 키우고 치즈를 숙성하는 일들이 어렵게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점이 멋있다. 토마토 파스타의 성지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나폴리와 대결은 볼로네제 파스타에 대한 볼로냐 사람들의 자부심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식과 전통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문화적인 요소를 빼고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배가 고파질 정도로 맛있게 느껴진다. 손으로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모습이나 중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 식당에 안아 프로슈토와 치즈를 와인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키고 있다. 괜히 이탈리아의 그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미식의 도시로 손꼽히는게 아닌가보다.

 

 

볼로냐의 매력이 음식만은 아니다. 볼로냐 대학을 중심으로 한 활력 넘치고 웃음을 담은 분위기와 중세 고딕적인 느낌이 강한 유서 깊은 붉은 건축물들과 긴 회랑은 다른 도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담고 있어 당장이라도 볼로냐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요리책이자 인문학책이며 여행책이기도 한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맛있고 매력적인 도시 볼로냐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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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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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철학. 나에게 이 두 단어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감은 상당하다. 철학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정치는 인간의 사회 활동 중 대표적인 세속적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신뢰를 사라지는 지금 역사상 큰 영향력을 미쳤던 철학자들의 정치철학을 통해 진정한 정치란 무엇인가, 왜 사회에는 정치가 필요한 것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의 출간이 반갑다.

공자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알 파라비, 존 로크, 존 스튜어트 밀, 카를 마르크스, 모한다스 간디, 한나 아렌트, 마오쩌둥, 아르네 네스까지 기원전에서 21세기의 고대 사상가에서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의 철학자까지 30인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정치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여 진화해왔는지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며 과연 인간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추구해왔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자가 선의 근원으로 강조한 ‘인’은 윤리사상만이 아닌 통치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을 추구하기 위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고대 사상가들이 바라보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과 덕, 도덕과 정의다. 이론적인 지혜와 실용적 지혜, 철학적 사고를 비롯해 문학, 논리학, 종교까지 모든 것을 아우러야 하는 고대와 중세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통치자는 말 그대로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근대에 들면 정치윤리는 정치와 도덕을 구별하고 자유와 차별에 대한 해방,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시민’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통치와 복종이 아닌 다른 정치 원리를 제시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평등과 해방을 위해 전통적인 성 관념에 도전했다.

결국 철학과 정치의 추구하는 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 정치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행동이지만 그 최종 목적은 인간답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있다.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은 시대와 권력, 종교, 인간의 다양한 욕망에 따라 변화해온 정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치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챕터 타이틀인 ‘정치는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글이 유독 인상 깊다. 그렇기에 그 긴 역사를 통해 결국 정치란 행복과 선의 추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부정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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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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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은 현대인들에게 무척 친숙한 색상 중 하나다. 주변 어디서나 쉽게 검정을 찾아볼 수 있고 그만큼 많이 선호되는 색이기도 하다는 뜻일 것이다. 검정은 어둠, 죽음, 공포, 무거움을 상징함과 동시에 근원과도 같은 편안함, 보호감 같은 이미지, 종교적, 권위적인 시대적, 계급적인 의미 또한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음과 동시에 상반되는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뉴턴은 검정은 색이 아니라고 단언했고,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빛을 사랑했던 르누아르는 검정을 색의 여왕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대체 검정은 어떤 색인 것인가.

하나의 색에 담긴 다양한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구석기 후기에 그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부터 다양한 미술사조, 현대예술 작품들을 통해 오랜 시간 속 검정의 역사를 더듬어 가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카라바조, 프란시스코 고야, 휘슬러, 피카소, 석도의 수묵화, 만 레이의 사진 등 벽화, 회화, 조형,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조각, 팝아트 속 작가가 추구한 검정은 고독과 공포로, 한편으로는 권력의 상징으로, 때로는 우아함과 관능으로 표현된다.

조르주 드 라투르나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이 더 선명할 수 있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검정이 모든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색이라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빛을 가득 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의 검정은 빛 만큼이나 포근하다. 알면 알수록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진 색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검정은 어떤 색인가’(P6)

나에게 검정은 어떤 색인가.

한없이 가라앉게 하면서도 나를 감싸줄 것 같은 안전하고 포근한 색이며, 더럽혀지지 않는 이미지다. 편하면서도 격이 있다. 그러고보면 어린 시절 까만 어두움은 공포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언제부터 검정이란 두려움 보다는 안정감에 가까워졌던 걸까.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로스코 채플을 가득 채운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의 검은색 그림들은 방문한 사람의 영혼을 위로해준다고 한다.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전에서 로스코 채플을 일부 재현한 방에서 한참을 발을 떼지 못하고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그 단순한 검정의 공간이 왜 그렇게 안식으로 다가왔는지. 오랜 여운이 남아 나에게 ‘검정’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술과 관련된 책을 보다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이 책 역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이 하나하나 긴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싶고, 언젠가 실제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 ‘림보로의 하강’이나 리처드 세라의 ‘회로’가 어떤 공포를 줄지 책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느낌이다. 알지 못했던 멋진 예술작품을 알게 되는 것은 역시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하나의 색을 테마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검정(Noir)'을 읽고나니 해시태그 아트북 시리즈 다음 권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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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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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한 매력만점 고양이 바스테스가 돌아왔다.

 

 

<고양이>에서 시뉴섬의 전투에서 쥐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인간과 고양이들은 섬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격에 실패한 쥐 수만 마리가 모여 연합군을 만들고, 인간에 의해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같은 제3의 눈을 가지게 된 쥐 티무르가 그 수장이 되면서 더욱 조직적이고 공포스러운 집단으로 공격해온다.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인해 인구수는 급감하게 되고 인류가 쇠퇴하게 된다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 이야기의 배경은 인류라는 종의 멸망은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로 인해서가 아닌 인간 스스로의 어리석음으로 자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 경종을 울린다. 쇠퇴하기 시작한 인류의 문명과는 반대로 동물들은 인간들의 동물실험으로 인해 고양이 피타고라스 외에도 쥐, 돼지 등 여러 동물들도 제3의 눈을 가지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인간의 지식을 섭렵하게 되고 다른 종과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인간 집사와 함께 생활을 하며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시테섬의 고양이 집단과 달리 인간에게 당한 가혹한 행위로 인간을 증오하는 쥐와 돼지 등 각기 다른 종들 간의 동맹과 전쟁이 벌어진다. 인간을 피고인으로 세운 돼지들의 재판을 보고 있자면 인간이 동물에게 보이는 행동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른 종을 식량으로 삼아 죽이고, 먹는 것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자기보호 행위를 넘어서 풍요와 과학 같은 이유로 행해지는 필요이상의 잔혹한 행위와 과도하게 고통을 주고 파괴하는 과정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46억 년 전 지구가 생성 된 이후 오랜 시간과 다양한 변화를 거쳐 지금으로부터 약 4만 년~3만 년 전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했다. 지구의 시간을 24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현생인류의 등장은 23시 59분경이라고 한다. 1440분 중 고작 1분의 시간만큼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구의 주인이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인류의 위기가 지구의 위기인 것처럼 말한다. 아마도 지구 입장에서 보자면 인류문명이 끝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역시 무의식중에 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반성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새로운 고양이 문명을 건설하려고 하는 고양이 바스테스에게 인간 나탈리는 문명에는 <사랑, 유머, 예술>이라는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힘으로 상대방을 파괴한다고 해도 결국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고, 각성시키는 예술을, 생각을 말과 글의 형태로 고정시켜 남기는 힘을, 또한 사랑과 유머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무력도 개개인의 마음을 통제하고 부술 수는 없고, 단일한 힘은 연대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사실 바스테스는 강하지도 않고 성급하며 자기 중심적인데다가 실수도 자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탐구하고 소통하고자하며 궁금해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을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고양이인지.

 

 

<고양이>에서 <문명>으로 이어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3부작이 이제 마지막을 남겨 놓고 있다. 과연 바스테스와 고양이, 인간, 앵무새, 개 등 다양한 종이 모인 이 연합의 모험이 어떻게 이어질지, 과연 바스테스는 고양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지, 문명을 다 읽자마자 벌써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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