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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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 볼로냐라는 도시는 중세 시대부터 법과 과학이 연구되었던 대학의 도시, 또는 볼로네제 파스타 정도로만 기억되는 곳이었다. 바티칸 시국이 있는 로마, 로맨틱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시발점이자 중심지인 피렌체, 아름다운 토스카나와 나폴리, 영화 시네마천국으로 기억되는 팔레르모 같은 이탈리아의 매력적인 도시들 사이에 그다지 인상 깊은 장소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볼로냐는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도시였다. 어쩌면 표지에서부터 빠져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파스타와 살라미, 치즈, 커피와 와인이 넘치는 미식의 도시이자 도시를 가득 채운 붉은 벽돌의 건물, 볼로네제 파스타, 페라리, 사회주의 운동의 중심지인 붉은 색의 도시이고, 중세에서 근대까지 유럽 곳곳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한 번도 마녀재판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1088년 설립 당시부터 남녀, 외국인의 차별이 없었다는 세계최초로 공인된 대학 볼로냐 대학이 있는 현자의 도시이기도 이곳에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는 넓고 사람들이 흔히 여행하는 대표 도시들 이외에도 숨은 보석과도 같은 매력적인 도시들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삶의 즐거움이 한층 늘어난 기분이다.

 

 

흔히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역적 특성, 문화적 배경, 역사적 사실들이 모여 고유의 음식문화가 만들어진다. 파스타를 시작으로 햄, 토마토와 치즈, 와인에서 커피로 이어지는 볼로냐의 맛으로 시작되는 여행은 볼로냐 사람들이 얼마나 전통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아직도 조상과 똑같은 방식으로 돼지를 키우고 치즈를 숙성하는 일들이 어렵게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점이 멋있다. 토마토 파스타의 성지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나폴리와 대결은 볼로네제 파스타에 대한 볼로냐 사람들의 자부심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식과 전통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문화적인 요소를 빼고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배가 고파질 정도로 맛있게 느껴진다. 손으로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모습이나 중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 식당에 안아 프로슈토와 치즈를 와인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키고 있다. 괜히 이탈리아의 그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미식의 도시로 손꼽히는게 아닌가보다.

 

 

볼로냐의 매력이 음식만은 아니다. 볼로냐 대학을 중심으로 한 활력 넘치고 웃음을 담은 분위기와 중세 고딕적인 느낌이 강한 유서 깊은 붉은 건축물들과 긴 회랑은 다른 도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담고 있어 당장이라도 볼로냐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요리책이자 인문학책이며 여행책이기도 한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맛있고 매력적인 도시 볼로냐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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