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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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철학. 나에게 이 두 단어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감은 상당하다. 철학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정치는 인간의 사회 활동 중 대표적인 세속적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신뢰를 사라지는 지금 역사상 큰 영향력을 미쳤던 철학자들의 정치철학을 통해 진정한 정치란 무엇인가, 왜 사회에는 정치가 필요한 것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의 출간이 반갑다.

공자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알 파라비, 존 로크, 존 스튜어트 밀, 카를 마르크스, 모한다스 간디, 한나 아렌트, 마오쩌둥, 아르네 네스까지 기원전에서 21세기의 고대 사상가에서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의 철학자까지 30인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정치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여 진화해왔는지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며 과연 인간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추구해왔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자가 선의 근원으로 강조한 ‘인’은 윤리사상만이 아닌 통치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을 추구하기 위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고대 사상가들이 바라보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과 덕, 도덕과 정의다. 이론적인 지혜와 실용적 지혜, 철학적 사고를 비롯해 문학, 논리학, 종교까지 모든 것을 아우러야 하는 고대와 중세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통치자는 말 그대로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근대에 들면 정치윤리는 정치와 도덕을 구별하고 자유와 차별에 대한 해방,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시민’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통치와 복종이 아닌 다른 정치 원리를 제시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평등과 해방을 위해 전통적인 성 관념에 도전했다.

결국 철학과 정치의 추구하는 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 정치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행동이지만 그 최종 목적은 인간답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있다.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은 시대와 권력, 종교, 인간의 다양한 욕망에 따라 변화해온 정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치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챕터 타이틀인 ‘정치는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글이 유독 인상 깊다. 그렇기에 그 긴 역사를 통해 결국 정치란 행복과 선의 추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부정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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