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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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에서 라고스까지

6,000년간 인류 문명을 꽃피운 26개 도시로 떠나는 세계사 대항해

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럽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누군가 나에게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한참을 고민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활해왔고 앞으로도 시간을 함께할 도시에 대한 역사를 기원전 4000년 전 탄생한 우르크를 시작으로 바빌론, 아테네, 로마, 바그다드, 런던, 맨체스터, 시카고, 파리, 뉴욕, 바르샤바, 라고스 등 26개의 각 시대를 대변하는 도시를 연대순으로 바라본 이 책의 출간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세계 최초의 도시이자,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길가메시가 다스리는 국가로 등장하는 우르크는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도시가 만들어짐으로서 어떤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시가 형성되고 사람이 모이면서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지고 기술이 발달된다. 만들어진 상품으로 인해 거래와 교역이 이루어짐으로써 화폐가 발전하고 정보를 간단하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기호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변화로 인해 도시는 더욱더 커지고 인구는 밀집된다. 인간의 발전의 역사는 도시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해왔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다.’(P118)

타락과 퇴폐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 ‘바빌론’, 지금의 카페 문화를 시작된 ‘런던’, 후기 산업혁명 발달의 부정적 면을 보여주는 ‘멘체스터와 시카고’,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며 문화와 예술이 번성한 ‘암스테르담’. 전쟁이 도시를 어떻게 말살하는가를 잘 보여준 ‘바르샤바’.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여러 도시들의 이야기 속에서 제일 흥미로운 지점은 도시가 가진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러 예술 작품에서도 부정하고 타락한 도시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자주 표현되곤 하는 바빌론은 그 당시 지식과 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사교의 장이자 뉴스의 중심지, 교류와 진보가 이루어지던 장소인 카페를 에티오피아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으로 들여온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그에 따라 도시 자체가 근면하게 돌아가는 역동적인 장소였지만, 그와 동시에 곳곳에 빈민굴과 타락한 행위들이 만연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거대한 산업도시 멘체스터는 대량생산을 이뤄내고 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대도시였지만 급격하게 인구가 밀집되고 커져가는 경제적 격차로 인한 계급화로 인해 열악하고 불결한 빈민굴과 끊임없이 범죄가 발생하는 위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도시는 매력적인만큼 위험하고 발전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어둠이 더 커지며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이다. 번성하고 파괴되며, 쇠락하지만 또한 재건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꿈꾸지만 6,000년의 긴 시간동안 존재한 다양한 도시 중 그 어느 곳도 도시의 이상향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도시는 인간의 욕구에 의해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끊임없이 변하는 생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의 과밀화, 급격한 기후변화, 산업의 고도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도시는 또 한 차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첨단기술로 통제하는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도시와 자연의 균형을 생각하는 녹색 도시, 도시 내부의 소규모 공동체 재구축, 세계의 대도시들은 다양한 방식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인가. 나는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이 책을 통해 지금 내가 존재하는 장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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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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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보석 디자이너, 실내장식가, 총체적 예술가인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황도12궁’이었다. 중앙에 위치한 여인의 온화한 미소, 우아한 머리카락, 그 위에 배치된 12별자리,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한 매력이 있는 화풍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체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화가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빈, 미쿨로브, 뮌헨을 벨 에포크 시대 파리에서 고갱, 로댕 등의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고, 일러스트레이터와 여러 작품 활동을 하며 그 꿈을 키워나가던 무하는 1894년 우연한 계기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을 맡은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 주문을 맡게 되면서 한순간에 커다란 명성을 얻게 된다.

 

 

배우의 매력을 잘 표현한 신비로운 분위기, 비잔틴식 모자이크 배경의 이국적이고 장식적 느낌, 그 당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폭이 좁은 장방형 크기의 포스터는 12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무하가 그린 포스터에 무척 만족한 사라 베르나르는 그와 바로 계약을 했고, 무하는 그 후 6년간 ‘햄릿’, ‘메데’, ‘토스카’, ‘사마리아 여인’ 등 그의 연극 포스터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무대장치, 의상, 소품, 보석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연극에 다양한 부분에 참여했다.

 

 

세기말의 파리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 일으킨 사라의 연극 포스터를 시작으로 무하의 명성과 인기는 폭발적으로 높아져갔고 광고 포스터, 잡지 표지, 책 속 삽화, 보석,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대중적 유행을 주도했다. 사계, 네 개의 예술, 하루의 시간 같은 연작 장식 패널은 상류층의 저택에서도, 가난한 거리의 주점에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무하가 제작한 자전거, 주류, 담배, 향수, 비스켓 같은 다양한 분야의 광고 포스터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동시에 세기말의 파리의 광고, 상품, 문화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화려한 디자인, 우아하고 유려한 곡선, 환상적인 장식성을 담은 아르누보적 장식 미술가로서의 삶이 그의 전반기를 대표한다면 후반기는 체코로 돌아가 웅장하고 묵직한 깊이감을 담은 ‘슬라브 서사시’를 제작한 민족주의적 화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조국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슬라브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간 무하가 체코에서 제작한 포스터는 파리에서 제작한 포스터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화려함과 섬세함보다는 강인함과 민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체코의 말과 글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발행된 복권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브르노 남서 모라비아를 위한 국민 연합 복권’ 포스터에 그려진 노트와 펜을 쥐고 앞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강한 눈동자는 무척 인상적이다.

 

 

무하는 조국과 슬라브 민족을 위해 20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슬라브 서사시’를 그려냈다. 역사, 문화, 전쟁, 종교적 테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2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거대한 작품인 슬라브 서사시는 책 속의 작은 그림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많은 고심과 열정, 슬라브 민족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완성했는지, 예술이 가진 힘과 전달력이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꼭 직접 그 앞에 서서 오랜 시간을 들여 감상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예술 여정을 담은 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풍요로운 색감, 화려하고 장식적인 문양, 섬세함, 웅장함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시대별로 가득 채워져 있어 읽는 내내 무척 만족스러웠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과 다시금 사랑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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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 르네상스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디테일로 보는 미술
수지 호지 지음, 김송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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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서문 中)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더욱 자주 떠오르는 문장이다. 사전지식 없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받는 감동 역시 크지만, 그 작품 속에 담긴 저자의 의도나 배경, 상징성을 이해하고 마주했을 때 오는 감동과 여운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은 제목 그대로 작품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1500년 이전부터 16~19세기, 1900년 이후까지 종교적 전통이 지배하던 15세기 미술부터 르네상스, 표현주의, 입체주의, 매너리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추상주의, 입체주의,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탁월한 작품들 100점에 담긴 다양한 요소들에 주목하여 다각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많은 음악 아티스트들의 앨범 자켓으로 사용되었고, 마이클잭슨의 앨범 표지작업에도 영감을 주기도 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같이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작품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그냥 기괴하고 잔인한 작품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추상주의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의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과 같은 작품은 화가의 의도와 양식을 모른 채 보고 있자면 작품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등장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소품, 시계, 거울 같은 장식만으로도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 19세기까지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1900년 이후 추상주의가 대두한 이후의 작품들은 더욱 더 기본 지식 없이는 그 의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초현실주의적인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 입체주의인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마릴린 두폭’ 같은 추상주의 작품들에 대한 소개가 더욱 반가웠다. 현대미술은 너무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 작품마다 먼저 페이지 한 면을 가득 찬 작품을 만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예술가에 대한 소개,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적 맥락, 개인적 상황 같은 작품에 영향을 준 다양한 요소, 작품의 주제, 기법, 비유, 상징적 의미 등을 클로즈업해서 부분별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기법,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성 같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난 후, 전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곳들이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로 인해 작품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커져간다.

산드라 보티첼리, 마켈란젤로,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카라바조,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마르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페이트 몬드리안, 앤드 워홀 같은 예술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인데 더불어 그 작품을 한층 더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눈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책이었다. 마치 미술관에 방문해서 도슨트 해설을 듣는 것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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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 : 라이프 - 인간.생명 그리고 마음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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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류, 마음의 근원을 향한 과학적 여정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나는 누구인가?’, ‘인류의 기원은 어디서 왔는가?’와 같은 근원을 탐구하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과거에는 철학이나 종교에서 찾았다면, 21세기에는 비약적인 과학 발전을 바탕으로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진화심리학 같은 과학 분야에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라이프 - 인간․ 생명 그리고 마음>, <유니버스 - 우주․ 물질 그리고 시공간> 2권으로 이루어진 과학 오디세이 시리즈를 통해 세상, 인간,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최신 학설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 중 <라이프>는 인간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 유전자, 뇌과학을 통해 마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 종교나 신화에서 그 근원을 찾던 인류의 기원을 오늘날 유전자, DNA분석 같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원시영장류에서 원숭이, 유인원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은 꼬리가 없는 최초의 유인원에서 직립보행, 도구의 제작, 육식, 화식을 통해 뇌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언어, 사회성을 발전시키는 여러 단계를 거쳐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로 진화했다. 반복되는 혹독한 자연 환경으로 멸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1만년전 신석기 시대 400만 명 정도였던 호모 사피엔스는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을 거치면서 오늘날 78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종이 되었다. 저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한 신체와 소수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던 호모 종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다양한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그 특성들이 인류 고유의 것만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인간만이 특별한 종이 아닌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과 동등한 일원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장에서 소개하는 인종과 관련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0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한 종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 사이의 유전정보 차이는 평균적으로 5~10%에 불과하며, DNA를 분석해보면 서울 시내에서 임의로 선택한 두 사람 보다 한국인과 아프리카 마사이족 간의 평균 차이가 더 크다고 하니 인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다시금 상기시킨다.

 

 

개인적으로 기억, 마음, 웃음, 예술, 자유의지 같은 인문학이나 철학적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를 과학을 통해 설명하는 3장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가 흥미로웠다. 웃음의 기원을 위험 상황이 아님을 주변에 알리는 행위로, 타인과의 감정적 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며, 감정을 공감하는데 사용되는 뇌의 거울뉴런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수단이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나, 뇌가 착각이나 오류에 취약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플라시보 효과’, 기억을 강화하는 방법, 잠과 뇌의 관계 같은 부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통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과학적 영역에서 보자면 폭력이나 이기심 뿐만 아니라 도덕, 이타심 역시 무리생활에서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발전된 본능이라고 해석한다.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한 신체를 보완하기 위해 무리생활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불공정이나 이기적 행위가 공동체의 위협, 나아가서는 생존의 위협으로 간주하여 협동성이라는 고도의 사회적 본능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삶에서 파생되는 많은 궁금증을 과학적 논리로 대답이 가능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음은 뇌의 뉴런의 작동 원리로 해석되고,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하여 인류의 모계조상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행복의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은 무엇인가. 같은 근원적 질문에 아직 과학의 영역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미비하다. 또한 인간의 모든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일면이 아닐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과학적 사실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관점과 깊은 철학적 사유의 조화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하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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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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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저서 중 가장 독보적이라고 평했으며, 서양에서는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는 고전이라고도 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은 매년 독서목록에 올려놓곤 하지만, 매번 시작도 못하고 실패하곤 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니체 전문가로 손꼽이는 이진우 교수의 충실한 해석과 역주와 자연스러운 문체로 번역되었다는 문구를 보고 ‘이번에야말로!’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역시나 자신의 철학적 부족함만을 철저히 깨닫고 만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정, 이웃, 몸, 결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삶의 통찰과 실존적 고뇌를 담은 그의 문장은 어떻게 읽자면 문학이나 잠언, 독백처럼도 읽혀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기도 했다. 분명히 글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고, 문장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고스란히 날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당혹스러웠고, 연속성 없는 글과 수많은 상징과 비유 속에 담긴 의미들을 읽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사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위버멘쉬(초인), 영원 회귀, 신은 죽었다, 힘에의 의지 같은 그의 주요 철학적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보라’, ‘도덕적 계보’같은 기존의 니체의 철학서를 읽고 난 후에 읽어야만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므로서 니체의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십년동안 지혜를 쌓고 그 깨달음을 나누어주기 위해 산으로 내려가는 차라투스트라는 성자를 만나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 중심의 중세의 관념을 벗어나 인간적인 삶의 의미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그의 사상을 시작부터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존재는 자신을 넘어서 무엇인가를 창조해왔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 거대한 밀물의 썰물이 되기를 원하며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1부.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P19)

처음 그가 도시로 내려와 시장에 모여 있는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이며 초인이 되어 한다고. 그리고 초인이 되는 과정을 낙타-사자-아이로 표현한다. 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인내력 많은 정신인 낙타는 이미 오래전 창조된 가치가 말하는 ‘너는 해야 한다’에 맞서 ‘나는 원한다’라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말하고 쟁취할 수 있는 강한 사자로 변신한다. 하지만 진정한 초인이 되려면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자 순진무구함과 망각의 힘을 지닌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과연 나는 낙타와 사자, 아이 중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모든 직선은 우리를 속인다. 모든 진리는 곡선이며, 시간 자체도 하나의 원이다.”

(3부.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P285)

니체는 영원 회귀 사상을 통하여 시간과 생은 자신의 꼬리를 물어 신성한 원을 만드는 우로보로스(orobouros)와도 같이 영원히 반복하고 순환하는 원과도 같다고 본다.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고, 영원히 동일하다면, 모든 시간은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래의 희망보다, 과거의 후회보다 지금의 삶을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를 담긴 니체의 문장 속에 그가 담은 의미를 이해하려면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읽을수록 막막해졌다. 철학을 하는 이유는 결국 ‘나’라는 존재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길일지라도 느릿한 걸음으로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따라 걸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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