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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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저서 중 가장 독보적이라고 평했으며, 서양에서는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는 고전이라고도 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은 매년 독서목록에 올려놓곤 하지만, 매번 시작도 못하고 실패하곤 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니체 전문가로 손꼽이는 이진우 교수의 충실한 해석과 역주와 자연스러운 문체로 번역되었다는 문구를 보고 ‘이번에야말로!’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역시나 자신의 철학적 부족함만을 철저히 깨닫고 만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정, 이웃, 몸, 결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삶의 통찰과 실존적 고뇌를 담은 그의 문장은 어떻게 읽자면 문학이나 잠언, 독백처럼도 읽혀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기도 했다. 분명히 글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고, 문장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고스란히 날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당혹스러웠고, 연속성 없는 글과 수많은 상징과 비유 속에 담긴 의미들을 읽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사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위버멘쉬(초인), 영원 회귀, 신은 죽었다, 힘에의 의지 같은 그의 주요 철학적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보라’, ‘도덕적 계보’같은 기존의 니체의 철학서를 읽고 난 후에 읽어야만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므로서 니체의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십년동안 지혜를 쌓고 그 깨달음을 나누어주기 위해 산으로 내려가는 차라투스트라는 성자를 만나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 중심의 중세의 관념을 벗어나 인간적인 삶의 의미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그의 사상을 시작부터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존재는 자신을 넘어서 무엇인가를 창조해왔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 거대한 밀물의 썰물이 되기를 원하며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1부.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P19)

처음 그가 도시로 내려와 시장에 모여 있는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이며 초인이 되어 한다고. 그리고 초인이 되는 과정을 낙타-사자-아이로 표현한다. 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인내력 많은 정신인 낙타는 이미 오래전 창조된 가치가 말하는 ‘너는 해야 한다’에 맞서 ‘나는 원한다’라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말하고 쟁취할 수 있는 강한 사자로 변신한다. 하지만 진정한 초인이 되려면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자 순진무구함과 망각의 힘을 지닌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과연 나는 낙타와 사자, 아이 중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모든 직선은 우리를 속인다. 모든 진리는 곡선이며, 시간 자체도 하나의 원이다.”

(3부.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P285)

니체는 영원 회귀 사상을 통하여 시간과 생은 자신의 꼬리를 물어 신성한 원을 만드는 우로보로스(orobouros)와도 같이 영원히 반복하고 순환하는 원과도 같다고 본다.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고, 영원히 동일하다면, 모든 시간은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래의 희망보다, 과거의 후회보다 지금의 삶을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를 담긴 니체의 문장 속에 그가 담은 의미를 이해하려면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읽을수록 막막해졌다. 철학을 하는 이유는 결국 ‘나’라는 존재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길일지라도 느릿한 걸음으로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따라 걸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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