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 르네상스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디테일로 보는 미술
수지 호지 지음, 김송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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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서문 中)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더욱 자주 떠오르는 문장이다. 사전지식 없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받는 감동 역시 크지만, 그 작품 속에 담긴 저자의 의도나 배경, 상징성을 이해하고 마주했을 때 오는 감동과 여운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은 제목 그대로 작품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1500년 이전부터 16~19세기, 1900년 이후까지 종교적 전통이 지배하던 15세기 미술부터 르네상스, 표현주의, 입체주의, 매너리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추상주의, 입체주의,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탁월한 작품들 100점에 담긴 다양한 요소들에 주목하여 다각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많은 음악 아티스트들의 앨범 자켓으로 사용되었고, 마이클잭슨의 앨범 표지작업에도 영감을 주기도 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같이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작품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그냥 기괴하고 잔인한 작품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추상주의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의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과 같은 작품은 화가의 의도와 양식을 모른 채 보고 있자면 작품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등장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소품, 시계, 거울 같은 장식만으로도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 19세기까지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1900년 이후 추상주의가 대두한 이후의 작품들은 더욱 더 기본 지식 없이는 그 의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초현실주의적인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 입체주의인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마릴린 두폭’ 같은 추상주의 작품들에 대한 소개가 더욱 반가웠다. 현대미술은 너무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 작품마다 먼저 페이지 한 면을 가득 찬 작품을 만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예술가에 대한 소개,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적 맥락, 개인적 상황 같은 작품에 영향을 준 다양한 요소, 작품의 주제, 기법, 비유, 상징적 의미 등을 클로즈업해서 부분별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기법,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성 같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난 후, 전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곳들이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로 인해 작품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커져간다.

산드라 보티첼리, 마켈란젤로,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카라바조,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마르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페이트 몬드리안, 앤드 워홀 같은 예술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인데 더불어 그 작품을 한층 더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눈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책이었다. 마치 미술관에 방문해서 도슨트 해설을 듣는 것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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