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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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 중에서도 주택은 삶의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에 하나이고 각각의 건축문명은 그 사회의 환경적,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한국 건축의 역사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가. 저자와 함께 인류의 건축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서양과 동아시아 건축 문화의 차이, 한옥에서 아파트까지 시대별 한국 건축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이란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인류의 건축 문명을 크게 나무 건축, 돌 건축으로 분류하고 그에 더해 흙 건축, 천막 건축을 더해, 돌 건축이 주를 이룬 서양과 지리적 고립성 때문에 특수한 건축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동아시아의 나무 건축, 건조한 환경, 목축 중심과 유목 민족에서 많이 사용되는 천막 건축, 아메리카 원주민과 열대지역에서 주로 이용된 흙 건축으로 나누어, 이를 통해 건축 형태가 환경적, 사회적 요인이 혼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 지형, 산업의 차이가 지역별 주택 형태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교류가 활발하고 국제성, 개방성이 높을수록 건축의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한국 건축과 조형에 큰 영향을 준 요인 중에 하나가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의 탑과 불상이라는 것 역시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 새롭고 변화하는 전통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건축 문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전통적인 형태인 한옥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릴만큼 지금의 주택 형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이다.

이번 기회로 한옥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한옥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 점이 많은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공포, 머름 같이 명칭조차 생소한 구조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다음 바닥, 벽 천장, 장식, 기단으로 이루어지는 건축 순서도 흥미로웠다.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 아닌 큰 뼈대를 완성한 후 바닥과 벽을 채워나가는 형태이다. 또한 한국 주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온돌이 조선시대 확산됨에 따라 작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형태에서 하나로 합쳐진 구조, 좌식생활과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방향으로 주거 형태의 변화해온 과정을 보면서 전통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모습 역시 다양한 환경요인으로 인해 변화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온수 파이프를 이용한 바닥 난방이 도입되고, 부엌, 식당과 거실 공간이 통합된 LDK는 1980년대 중반에 그 형태를 갖추었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주거 형태가 사실 무척 급격한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부엌이라는 공간의 형태적, 의미적 변화가 인상적이다. 주거 공간 중에서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닌 계급적,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공간이 바로 부엌이었다.

현재 한국의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이며, 새로 짓고 있는 건설량의 90%이상이 아파트라고 한다. 앞으로 단독주택이나 한옥보다 아파트가 지금보다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100여년의 기간 동안 한옥에서 아파트로 우리의 주거환경은 크게 변화하였고 삶의 형태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점점 더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해갈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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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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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그 전쟁은 많은 것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건축이다. 전쟁에 의해 파괴되고, 재건되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때로는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건축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시대 전쟁의 흔적인 개선문에서 2차세계대전의 기억이 남아있는 도버성까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5개국 28개의 건축물을 통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프랑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에펠탑은 우리나라의 화엄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적군의 은신처가 될 만한 사찰과 암자를 소각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화엄사의 문짝만을 떼어 불태우고 사찰을 지켜낸 경찰의 일화처럼 에펠탑 역시 2차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파괴명령을 거부한 독일의 장군에 의해 지금까지 모습을 보존하고 매일 밤 파리를 아름답게 빛내며 세계 여러 곳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그 불빛을 소등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의 소재가 되기도 한, 수 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해 파괴된 드레스덴 성모교회는 당시 건물의 잔해 벽돌을 시민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전쟁 후 복원한 장소로 전쟁의 흔적이 잘 남아있는 건축물이자, 재건비용을 자국 뿐만 아니라 당시 적대국이었던 영국, 미국 등을 포함해 20여개국의 기부금으로 재건되어 전쟁의 상흔에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콘스탄티노플, 베네치아, 파리, 로마에서 다시 베네치아로 거듭되는 전쟁 속에 약탈되고 이동된 베네치아 산마르코대성당 위를 장식하고 있는 퀴드리가,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방대한 이집트 유물들, 그리스의 꾸준한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부조 엘긴마블, 일본에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오구라컬렉션 등의 약탈문화재의 운명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전쟁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개인의 시간은 짧지만 건축물의 시간은 길다. 수천 년의 역사와 전쟁의 기억을 담고 있는 건축물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슬픔을, 반전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쟁의 흔적이 얼마나 오랜 시간 남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문화재와 문명이 그 아픈 역사를 기억조차 할 수 없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파괴가 아닌 보존과 창조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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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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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을 따라가며 명화에 담긴 해부학 코드를 해석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의 매력은 언뜻 보기에 예술과 그닥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화학, 수학, 물리학 등의 분야 전문가의 관점으로 명화를 바라봄으로써 좀 더 다채로운 방향에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미술관을 찾은 해부학자의 시선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작품의 또 다른 면들을 보여준다.

 

 

자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작품 속 인물의 다리 정맥이나 옷으로 가려 보이지 않는 근육 하나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스케치로 묘사한 자크 루이 다비드, 해부학을 주제로 한 렘브란트의 작품 속 근육의 오류,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에 담겨있는 뇌 해부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속에 그려진 폐결핵으로 사망한 사랑했던 시모네타의 모습과 ‘프리마베라’ 속에 숨어있는 허파 같은 명화 속에 담겨있는 인체의 모습들과 지구를 짊어지는 형벌을 받은 거인 아틀라스처럼 머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첫 번째 목뼈 아틀라스, 미노타우로스가 갇혀있던 미궁과도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속귀처럼 사람의 인체의 이름과 연관된 신화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명화와 인체 모두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무려 1800여 점의 해부학 그림을 남긴 위대한 해부학자이기도 했다. 다 빈치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당시 교회가 사회를 지배하며 해부학이 금기화되었던 시기에 작품 속 인체를 좀 더 자세히 표현하기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해부작업을 하기도 했다. 인체의 기관들을 직접 보고 이해하고 연구를 거듭하여 작품 속에서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한 모습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명화 속에 담긴 이야기만큼이나 골격, 근육, 내부의 장기와 신경, 혈관, 뇌, 심장 등 여러 인체 기관들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인체가 얼마나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몸 안에 수많은 기관들이 몸을 유지하고 생활하기 위해 얼마나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다시금 인식해 볼 수 있어서인지 해부학이란 재미있는 학문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흥미가 솟았다.

 

 

예술작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오이디푸스왕의 작품에서 발목염좌를, 그의 딸 안티고네의 이름에서 기원된 ‘anti-'가 숨어있는 근육 ’대항근‘에서 대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일 때 사용하는 단어인 ’안티‘까지, 신화 속 이야기에서 해부학으로, 인체구조에 대한 설명에서 작품과 작가, 시대와 사회문화를 다양하게 넘나들며 절묘하게 엮어내는 인체와 예술의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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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 - 80가지 식물에 담긴 사람과 자연 이야기
조너선 드로리 지음,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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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며, 복잡하고 다채롭게 벌어지는 상호협력과 경쟁, 속임수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식물의 세계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식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말하자면 입이 아플 것이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삶은 크게 변화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어느 곳에서 생활하던 우리 주변에는 항상 식물이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항상 가까이 있어서일까 나무나 식물에 대한 인식 없이 무심코 지나치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영국 에덴 프로젝트와 케임브리지 과학 센터 이사이자 세계자연기금 대사인 조너선 드로리의 식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부터 유래, 시대별 쓰임, 인간과의 관계, 역사 등의 다양한 정보를 담은 유려한 글과 루실 클레르의 아름답고 생생한 그림을 통해 만나는 식물의 세계는 너무나도 흥미롭고 아름다워서 각가지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토마토, 사프란, 다시마 같은 익숙한 식물들의 알지 못했던 특성이나 그 속에 담긴 역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신화나 소설 속에서 등장할 법한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약초로 알고 있던 멘드레이크가 실제하는 식물이었나?라고 놀라기도 했다. 아름다운 꽃에 독을 담고 있는 유럽만병초를 비롯해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에 수동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식물들의 자신을 지키는 위한 영리한 방법들을 엿볼 수 있었다.

 

식용이라고 생각했던 다시마(유럽에서는 켈프라고 부른다고 한다.)가 비료에서 소다와 폭발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아세톤의 재료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시다가 폭탄의 재료가 되었다니!)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길을 거의 매일같이 지나다니면서도 한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23그루라는 것을 영국 작가의 글에서 알게 되다니. 라는 반성도 하게되고, 무엇보다 모르는 식물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 이 책에서는 수 많은 식물 중에 80종이 수록되어 있었을 뿐인데도 절반 정도는 모르는 식물이거나 모양만 알고 있던 식물들이었다. 식량, 약, 독극물, 직물에서부터 종교의례, 상징, 범죄수사에 활용되기도 하는 식물이 가진 다채로운 모습에 페이지가 줄어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영국을 시작을 독일, 이탈리아, 터키, 이란, 마다가스카르, 인도, 중국,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페루, 멕시코, 미국, 캐나다까지 전 세계로 떠나는 식물 세계 일주는 마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전 세계와 다양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역시 더운 여름에는 책과 함께 떠나는 상상속의 여행도 좋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식물을 가져다놓고 책을 읽으며 비교해보고 싶게 만드는 세세한 설명을 담은 글 만큼이나 섬세하고 예술적인 그림 덕분에 눈과 머리가 모두 즐거워진다.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싶어지는 ‘식물의 세계’ 보고 있자면 식물 덕후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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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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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어머니와 의붓언니들의 괴롭힘과 힘든 노동으로 불행한 삶을 살던 신데렐라가 대모 요정의 도움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호박마차를 타고 왕궁의 파티에 참석해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왕자비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 신데렐라는 어릴 적 좋아하던 동화책 중에 하나였다. 요정의 도움으로 한순간에 아름답게 변신하는 신데렐라와 휘황찬란한 마차로 변하는 호박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난 후로는 신데렐라라는 이야기를 멀리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불편했고, 누군가가 구하러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는 신데렐라가 답답했다.

 

 

<해방자 신데렐라> 속 리베카 솔닛에 의해 새롭게 변주된 또 다른 모습의 신데렐라는 선택과 변신, 해방의 이야기이다. 비평가이자 역사가, 동시에 운동가이며 깊은 통찰을 담은 글을 쓰는 작가인 저자가 그려낸 신데렐라는 지금까지 이야기 속에 놓쳐왔던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꿈이 무엇이냐고. 어떤 모습으로 살길 원하냐고. 말이다.

 

 

그러고보면 그 누구도

신데렐라에게, 왕자에게, 의붓언니들에게, 생쥐와 쥐와 도마뱀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았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신데렐라는 정말 왕자비가 되고 싶었을까? 물론 매일 강요된 노동 속에 살길 원하지 않았겠지만 인생의 선택지는 하나만이 아닐텐데 왜 당연하게 왕자비가 되는 것이 신데렐라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왔을까.

 

 

고된 노동이 끝나면 부엌 벽난로 옆에서 쉴 수밖에 없었던 신데렐라의 옷은 재와 검댕 투성이다. 그에 비해 마법으로 만든 파티 드레스는 샛별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대모 요정은 파티에 다녀온 신데렐라에게 이브닝 드레스와 낡은 누더기 중에 어떤 옷차림 중 어느 쪽을 원하는지 선택하게 한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생쥐는 말로, 쥐는 마차꾼으로, 도마뱀은 말구종으로 변신되는 모습을 보며 신데렐라는 도마뱀들이 말구종이 되고 싶었을지 궁금해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모습인가이다.

 

 

해방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다 (P42)

그리고 신데렐라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가장 자신다운 모습이 되었고, 해방자가 되었다.

 

 

운명적 만남, 타인으로부터의 수동적인 구원이 아닌 자신의 쌓아온 노력과 타인에 대한 친절, 이해라는 힘이 신데렐라를 재투성이에서 변신시켰다. 솔닛이 그려낸 자신답고 당당한 모습과 아서 래컴의 강렬하고 환상적인 실루엣 일러스트가 만나 재탄생한 유리구두가 아닌 부츠를 신은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어떤 신데렐라보다도 멋졌다.

리베카 솔닛의 인문에세이도 역시 무척 좋아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솔닛에 의해 다시 그려지는 다른 동화(백설공주라던가..)들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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