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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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그 전쟁은 많은 것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건축이다. 전쟁에 의해 파괴되고, 재건되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때로는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건축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시대 전쟁의 흔적인 개선문에서 2차세계대전의 기억이 남아있는 도버성까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5개국 28개의 건축물을 통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프랑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에펠탑은 우리나라의 화엄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적군의 은신처가 될 만한 사찰과 암자를 소각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화엄사의 문짝만을 떼어 불태우고 사찰을 지켜낸 경찰의 일화처럼 에펠탑 역시 2차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파괴명령을 거부한 독일의 장군에 의해 지금까지 모습을 보존하고 매일 밤 파리를 아름답게 빛내며 세계 여러 곳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그 불빛을 소등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의 소재가 되기도 한, 수 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해 파괴된 드레스덴 성모교회는 당시 건물의 잔해 벽돌을 시민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전쟁 후 복원한 장소로 전쟁의 흔적이 잘 남아있는 건축물이자, 재건비용을 자국 뿐만 아니라 당시 적대국이었던 영국, 미국 등을 포함해 20여개국의 기부금으로 재건되어 전쟁의 상흔에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콘스탄티노플, 베네치아, 파리, 로마에서 다시 베네치아로 거듭되는 전쟁 속에 약탈되고 이동된 베네치아 산마르코대성당 위를 장식하고 있는 퀴드리가,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방대한 이집트 유물들, 그리스의 꾸준한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부조 엘긴마블, 일본에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오구라컬렉션 등의 약탈문화재의 운명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전쟁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개인의 시간은 짧지만 건축물의 시간은 길다. 수천 년의 역사와 전쟁의 기억을 담고 있는 건축물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슬픔을, 반전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쟁의 흔적이 얼마나 오랜 시간 남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문화재와 문명이 그 아픈 역사를 기억조차 할 수 없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파괴가 아닌 보존과 창조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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