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법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51가지 심리학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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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다. (P4)


그렇다. 결국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과 타인의 마음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타인의 행동에 화가 나거나 상처 받았을 때, ‘왜’라는 질문에 어딘가에서든 답을 찾고 싶어질 때, 심리학은 꽤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심리학 분야에서 6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독일의 심리학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 듀오의 <마음의 법칙>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아닌 일상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심리학 지식을 통해 평소 궁금했던 마음의 문제들을 풀어낸다.



첫 번째 챕터인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당신에게(감정 사용법)’이라는 제목부터 공감이 되었다.

‘사람(person)’의 어원이 라틴어로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persona)에서 온 것처럼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 상대방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항상 걱정하고, 좋은 이미지로 보여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많든 적든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며 솔직한 표현 대신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과 모습으로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정적이라고 생각해서 감정을 숨기거나 없애려고만 하면 결국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화병이라는 질병도 있지 않은가.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며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직감이나 직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표성 휴리스틱’의 예인 ‘통계 대신 기억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에서는 사람은 보통 통계보다는 기억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강렬한 감정을 자극하는 기억은 과학적인 통계보다 훨씬 더 강하게 영향을 주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에 잘 했던 경험의 기억이나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이미지, 기억을 통해 대표성 휴리스틱은 오히려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도 있다고 하니 역시 사람 마음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마음의 법칙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사람의 마음은 참 재미있다는 것이다. 생각과 실제의 불일치로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든 그 모순을 합리화하려고 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잠재의식 때문에 관행적으로 해왔던 무언가를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기 통제력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자신의 머리 속에서 날조하면서까지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인간이란 얼마나 자기합리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하지만 반대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가벼운 인식의 변화나 편안하다, 재미있다 같은 간단한 암시만으로도 스스로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통제력과 상상력이 아닐까.



어려운 심리학 용어나 연구 사례가 아닌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예시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51가지 마음의 법칙은 쉽게 읽히면서도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많다. 마음의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좀 더 스스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내일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즐겁다’, ‘유쾌하다’라는 단어로 하루를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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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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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시나요? Yes or No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 역사는 집단의 역사이자 도시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현재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다양한 생각을 모아 발전해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 역시 필요하다. 물론 자발적인 혼자여야 하겠지만 말이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산책, 여가활동, 독방, 취미, 회복 이라는 주제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소의 자발적 또는 강제적 은둔에 대한 역사를 넘어 그 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며, 현재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19세기 혼자라는 시간을 보내는 좋은 수단인 산책은 혼자서 외출하기 힘든 여성에 비해 남성들 위주였다는 사실이나 열정적인 소설 읽기를 신경 질환의 주원인으로 꼽기도 했다는 글을 읽으며 여성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소설에 대한 애정이 질환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있었다니.....



원예, 팬시, 낚시, 수집, 독서, 십자말풀이나 퍼즐 같은 주로 혼자 하게되는 여가 활동이 은둔의 시간이면서도 클럽이나 대회 같은 집단활동으로 이어지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집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활동이 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혼자 있으면서도 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 역시 공존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같은 여가 활동도 그 방식이 변화하고,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말 그대로 군중 속의 고독이 실현 가능해졌으며, 디지털 소통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도 집단과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재밌게 느껴지는 것은 소통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고독을 향유하는 방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점이다. 혼자인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가 한정적이기 때문인 것일까?



과거의 사람들이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도 좋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정의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막연하게 느껴왔던 두 단어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혼자이기에 편한 상태이고, 스스로 원하는 긍적적인 은둔이야말로 고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알게되니 어떤 환경에서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하는가?, 외로움을 어떻게하면 고독으로 바꿀 수 있을까하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지금의 시대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삶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언택트시대가 되어 소통방식 역시 크게 변화하고 직접적인 만남보다 SNS나 온라인 통신을 통해 혼자이면서도 원한다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변화한 일상 속에 혼자만의 시간에 편안함을 느끼고 고독을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이나 격리의 답답함으로 인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경험하는 사람 역시 많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이야말로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 책을 만난 건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보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나는 지금 외로운 것인가, 아니면 고독한 상태인 걸까.


1791년 요한 치머만이 고독을 두고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이라고 한 정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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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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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없는 민족이나 나라를 알려달라. 

그러면 나는 긍지가 없는 종족이 누군지 알려주겠다. (P273)



깃발은 상징이다. 한 장의 천이지만 그 안에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의 생각과 이상,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다. 평소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국제적인 행사가 있으면 자국의 국기를 들고 함께 응원을 하고, 독재적인 국가의 탄압에 대항하여 항의 시위에 국기를 들기도 하며, 깃발을 태우는 것으로 반대나 대항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정체성, 연대감의 표현이기도 하며, 하나라는 소속감을 가지게도 하지만,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차별과 배제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깃발은 색깔과 문양을 통한 이미지로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빠르고 강력하게 표현한다.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영국 외교 전문가, 30여 년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셜이 이번에는 미국의 성조기를 시작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아라비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와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는 깃발에 담긴 유래, 역사, 분쟁, 혁명, 정치적 갈등 등을 통해 110여 개의 깃발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아시아, 유럽의 깃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발칸반도 국가들의 국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범아프리카주의를 표현하는 색깔인 빨간색, 검은색, 초록색, 황금색을 국기에 사용하는 나라가 18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국기를 만드는데 같은 색깔을 이용해서 연대하고, 그 속에서 또 각국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반대로 같은 색깔을 사용하는 국기가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국기에 사용되는 색깔은 심오하다.



두 개의 삼각형 모양의 네팔의 국기나 섬세한 문양이 담긴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기, 유일하게 토착민의 상징이 사용된 멕시코 국기 같이 특색 있는 깃발들,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있는 깃발들, 무지개가 뜨면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리는 신의 신호라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LGBT의 무지개깃발이나 이 책을 통해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된 행성 지구의 국제적인 깃발까지 조금 생소한 깃발이나 유래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깃발이 많아 재미있다.



예술작품이자 영적인 상징이라고 표현한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태극기에 대한 설명도 신선했다. 책을 읽고나서 태극기에 대해 다시 검색을 해보았는데 유래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국기법이 존재했다는 것이나, 관리법 등도 생각보다 복잡해서 태극기에 대해 의외로 모르는 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반성의 시간....



미국이나 영국 국기에 대한 무척이나 자세한 설명에 비해 다른 나라의 국기에 대한 설명이 간략한 경우가 많아 궁금해지는 지점이 많아 조금 아쉬운 점 역시 있었지만 모든 나라의 국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책이 백과사전 정도의 두께가 될 것 같으니 그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깃발의 유래를 조사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다만 상황이나 성립의도가 다른 테러조직이자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IS 등과 테러집단으로 분류되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 정당인 파타의 깃발을 공포의 깃발이라는 같은 주제로 다룬 부분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모든 깃발에는 제각각의 의미와 역사가 담겨있다. 다양한 깃발을 통해 세계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세계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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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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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검정, 금, 인상주의,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담은 <해시태그 아트북>의 이번 주제는 바로 <악마>다. 사악하고 공포의 대상임과 동시에 유혹적인 존재이기도 한 악마라는 소재에 걸맞게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인 이미지,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튼튼한 종이와 선명한 도판으로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것 같다.



디아블diable(악마)는 라틴어 디아볼루스diabolus 또는 그리스어 디아볼로스diabolos에서 파생했다. 처음에는 명사가 아니라 증오나 혼란, 질투와 시샘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의 특징을 묘사하는 형용사였다. (P60)



우리가 보통 악마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뿔, 날개, 꼬리 등의 이미지는 중세 기독교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사탄은 기독교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성서에는 악마나 사탄의 형상에 대한 묘사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한다. 악마가 그 형태를 갖추고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된 것은 6세기부터이다. 흔히 상상하는 악마의 모습의 여러 특징은 다양한 신화나 기독교에게 있어 이교도로 배척되었던 종교의 신들의 형상이 악마나 부정적인 상징으로 변형되어 차용된 경우도 많아보인다.



초기에는 동물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진 악마의 이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며 보자마자 눈길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프란츠 폰 슈투크의 ‘루시퍼’는 그 눈과 희미하게 보이는 날개 외에는 인간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턱에 손을 괴고 정면을 응시하는 루시퍼를 보고 있자면 무서운 어딘가의 세계로 끌려갈 것만 같은 느낌에 오싹해진다. 원래 악마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책에 수록된 ‘꼭 봐야 할 작품들’과 ‘의외의 작품들’ 총 37점의 작품들, 세밀한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사와 죽음’ 동판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윌리엄 부게로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귀엽게까지 느껴지기도 하는 ‘노트르담성당의 악마 조각상’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천진한 아이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파울 클레의 ‘작은 불악마 인형’ 등 6세기부터 현대까지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악마의 형상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형되고 표현되어 왔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시대와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악’과 ‘악마’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 인식 역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생각해보며 작품을 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해시태그 다음 시리즈가 매번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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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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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와네트>, <로맹 롤랑> 등으로 뛰어난 전기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유럽을 대표하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독일 문학의 거장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기도 한 <모르는 여인의 편지>였다. 유명 소설가R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이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 기록은 무척 흡입력 있어 짧은 단편소설임에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그 이후 츠바이크의 소설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았지만 기대보다 국내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이화북스에서 출간된 츠바이크 선집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시작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선집 2권은 드디어 대표 소설집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완결판의 완역본으로 아찔한 비밀부터 어느 여인의 24시까지 총 5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겨 있는데 어느 한편 빠질 것 없이 매력적이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열정이다.

열정은 때론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삶 속에 찾아온 어느 한 순간이 예기치 못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으며 격렬한 감정과 열정에 빠져들게 한다.


<아찔한 비밀>에서 에드거는 어머니와 젊은 남작의 외도를 통해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마주하며 기쁨, 동경이 배신감, 분노로,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소년에서 증오에 찬 감시자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직 성애에 눈을 뜨지 못한 소년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감정변화가 마치 내 자신이 소년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륜사실로 모르는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며 불안과 공포에 쫓기는 <불안>에서 이레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이기 때문에 가장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 사랑과 수치심,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의 보물과도 같은 소장품을 통해 예술이 가진 힘과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주는 기쁨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강렬한 작품들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결국 멈추지 못하고 완독해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출간 예정인 두 번째 단편 선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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