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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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없는 민족이나 나라를 알려달라. 

그러면 나는 긍지가 없는 종족이 누군지 알려주겠다. (P273)



깃발은 상징이다. 한 장의 천이지만 그 안에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의 생각과 이상, 문화와 역사가 담겨있다. 평소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국제적인 행사가 있으면 자국의 국기를 들고 함께 응원을 하고, 독재적인 국가의 탄압에 대항하여 항의 시위에 국기를 들기도 하며, 깃발을 태우는 것으로 반대나 대항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정체성, 연대감의 표현이기도 하며, 하나라는 소속감을 가지게도 하지만,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차별과 배제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깃발은 색깔과 문양을 통한 이미지로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빠르고 강력하게 표현한다.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영국 외교 전문가, 30여 년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셜이 이번에는 미국의 성조기를 시작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아라비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와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는 깃발에 담긴 유래, 역사, 분쟁, 혁명, 정치적 갈등 등을 통해 110여 개의 깃발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아시아, 유럽의 깃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발칸반도 국가들의 국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범아프리카주의를 표현하는 색깔인 빨간색, 검은색, 초록색, 황금색을 국기에 사용하는 나라가 18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국기를 만드는데 같은 색깔을 이용해서 연대하고, 그 속에서 또 각국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반대로 같은 색깔을 사용하는 국기가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국기에 사용되는 색깔은 심오하다.



두 개의 삼각형 모양의 네팔의 국기나 섬세한 문양이 담긴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기, 유일하게 토착민의 상징이 사용된 멕시코 국기 같이 특색 있는 깃발들,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있는 깃발들, 무지개가 뜨면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리는 신의 신호라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LGBT의 무지개깃발이나 이 책을 통해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된 행성 지구의 국제적인 깃발까지 조금 생소한 깃발이나 유래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깃발이 많아 재미있다.



예술작품이자 영적인 상징이라고 표현한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태극기에 대한 설명도 신선했다. 책을 읽고나서 태극기에 대해 다시 검색을 해보았는데 유래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국기법이 존재했다는 것이나, 관리법 등도 생각보다 복잡해서 태극기에 대해 의외로 모르는 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반성의 시간....



미국이나 영국 국기에 대한 무척이나 자세한 설명에 비해 다른 나라의 국기에 대한 설명이 간략한 경우가 많아 궁금해지는 지점이 많아 조금 아쉬운 점 역시 있었지만 모든 나라의 국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책이 백과사전 정도의 두께가 될 것 같으니 그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깃발의 유래를 조사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다만 상황이나 성립의도가 다른 테러조직이자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IS 등과 테러집단으로 분류되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 정당인 파타의 깃발을 공포의 깃발이라는 같은 주제로 다룬 부분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모든 깃발에는 제각각의 의미와 역사가 담겨있다. 다양한 깃발을 통해 세계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세계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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