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첫장부터 끝장까지 동물의 생김새만으로 동물이름을 추측해보기 게임을 했다. 번갈아 한번씩 이름을 지었다. 얼마나 웃겼나 모른다. 두번째 읽을때에는 녀석이 동물이름을 짓고, 내가 책에 적힌 동물 이름을 말해주었다. 세번째는 적혀있는 동물의 특징, 네번째에는 동물이 어디에 서식하는지 알려주었다. 꼼짝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우리는 한자리에 앉아 단숨에 네번을 읽었지만 나는 꼬마에게 이 동물들이 어쩌다 살아남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언젠가 글을 읽게 될 꼬마가, 그때까지만이라도 - 그러니까 이 책을 이해할수 있는 독서의 대상 연령. 초등학교 고학년때까지 그저 재미있는 책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여섯살이 된 꼬마를 위해 오래 남겨두고 싶은 책을 만났다 #아름다운사람들 #그림책이야기 #호수네그림책
⠀물방울이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 물방울이 간다. 오늘도 물을 열심히 끓여 수증기로 집을 습습하게 데웠다. 생전 유심히 본적 없는 타일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본다. 한방울은 두방울이 되고 두방울이 만나 큰방울이 되고 주르륵 싱크대 위로 흐른다. 이내 또 흐른다. 싱크대 상판에 고였다. 닦아냈다. 물을 계속 끓이니 또 새로운 물방울이 맺힌다. 내버려 두었는데 사라지고 없다. 습도 수치가 상승한걸 보니 습도계 속에 갇혔나?⠀그러고보니 내가 원해서 만든 물방울들인데 사라지고 없다. 물을 닦았던 행주도 바싹 말라버렸다. 집안에는 구름이 될 하늘도 없는데 흔적도 없다. 주전자 안에 있던 물이 줄었다. 완전히 소멸됐다. 기분이 이상하다. 소멸이 이렇게 쉬운거였나.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물방울의 생사를 깊이 생각해본다. 요즘의 머릿속이 기승전 코로나 인건지 우리는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한방울의 그것도 따지고 보면 물방울인건가. 하는 생각도 스친다.⠀바윗돌 깨트려 돌덩이 (생략) 자갈돌 깨트려 모레알이란 노래를 반대로 읊어본다. 모레알 모여서 자갈돌 (생략) 돌덩이 모여서 바윗돌. 그럼 물방울은 뭐가 될까. 물방울 모여서 물줄기 물줄기 모여서 웅덩이 웅덩이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강물 - 강물 모여서 바닷물(???) 바닷물이 되기도 하고 빗물이 되기도 하고 내 고마운 보리차가 되기도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작지만 늘 존재하는 소중한 무언가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언제 한번은 초등학교 가기 전에 한글이랑 숫자는 알고 가야하지 않냐며 벌써 구구단을 9단 넘게 외는 친구들도 있고, 영어를 술술 말하는 친구들도 있던데 그것만큼은 아니라도 한글을 꺠치고 가야하지 않겠냐며 녀석을 앉혀놓고 초등학교 대비 공부를 해야겠다 계획을 세웠지만 나도 너도 의지가 없다. 학교가면 공부해야 한다는 걱정을 하나 얹어줄 이유도 없겠다 싶었다.가끔 아이의 마음을 대신 듣게 해주는 책들이 있다. 아마 #비둘기야학교같이가자 와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비둘기의 두려움이 담긴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의 마음이, 벌써부터 친구들 사귈 걱정, 한글숫자 정복 못하면 큰일 날거 같은 걱정하는 내 마음보다 훨씬 의연하고 믿음직 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어쩌면 그곳이 학교가 아닐뿐 낯선곳에 가는 것에 우리가 다른 형태의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두려움이 더 큰건 앞서 학교를 경험한 부모쪽일지도 모른다. 고맙습니다 #살림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내가 이 책을 덮으며 콧물을 찔찔 짜고 있었더니 꼬마가 왜 우냐고 물었다. 손소독제와 세정제로 다 터버린 너의 손이 마음 아파서 운다고 했다. 흐르는 물에 자주 그리고 깨끗하게 씻어도 된다고 해왔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만 샴푸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소독제와 세정제는 과하게 느껴지는데도 어쩔수가 없다. 강함을 뽐내기라도 하는듯 아무거나 잡아 먹고 먼지를 만들어 낸 우리는 지금 몹시 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작아진 #우리가손잡으면 다시 동그랗고 선명한 초록과 파랑의 세상을 그릴수 있을까? 요놈의 코로나! 이겨낼수 있다. 더이상 의심하고 비난하지 않고 돕고 희망을 잃지 않고 웃음을 밀어내지 않으면 따뜻했던 동네의 모습으로 돌아갈수 있을거다. 나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 귀여운 책을 더 많이 보고 못봤던 티비도 많이 본다. 처음 소개하는 #월천상회 출판사의 책이 이 책인것이 운명같았다. 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내 밥상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멸치의 최종적인 꿈이 무엇인지 책장을 넘길때마다 기대하게 된다. 멸치 입장에선 기구하기도 내게는 운명같기도 한 멸치의 삶이다. 큰 멸치는 다시물을 우리고, 중간 멸치는 똥을 빼고 바삭하게 볶아서 간식으로 먹고, 잔멸치는 간장과 설탕 넣어 볶아서 반찬으로도 주먹밥으로도 먹히는 대단한 존재인 <멸치> #멸치의꿈 을 읽으며 김이 그렇게 눈에 밟히더라. 나는 멸치랑 김이랑 밥만 있으면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 꼬마 끼니 거를 일은 없겠다 싶어서 말이다. 그런 멸치가 우리의 밥상에 매일 오르는 것이 꿈이면 참 좋으련만 책을 한장 두장 넘길수록 멸치를 내버려두어야겠다 싶다. 특히 멸치의 눈알을 보면 더 그러고 싶어진다. 책에서 멸치 눈알의 각기 다른 생김새가 생동감의 반을 담고 있다고 느꼈는데 우리는 두번세번 읽을때마다 비슷한 멸치눈알을 찾느라 재미있었다. 그리고 #달그림 책만의 서정적 느낌과 마무리는 아름다웠고 말이다. 멸치여 더욱 번식에 힘을 내주길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