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물방울 이야기 모두를 위한 그림책 26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방울이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 물방울이 간다. 오늘도 물을 열심히 끓여 수증기로 집을 습습하게 데웠다. 생전 유심히 본적 없는 타일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본다. 한방울은 두방울이 되고 두방울이 만나 큰방울이 되고 주르륵 싱크대 위로 흐른다. 이내 또 흐른다. 싱크대 상판에 고였다. 닦아냈다. 물을 계속 끓이니 또 새로운 물방울이 맺힌다. 내버려 두었는데 사라지고 없다. 습도 수치가 상승한걸 보니 습도계 속에 갇혔나?

그러고보니 내가 원해서 만든 물방울들인데 사라지고 없다. 물을 닦았던 행주도 바싹 말라버렸다. 집안에는 구름이 될 하늘도 없는데 흔적도 없다. 주전자 안에 있던 물이 줄었다. 완전히 소멸됐다. 기분이 이상하다. 소멸이 이렇게 쉬운거였나.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물방울의 생사를 깊이 생각해본다. 요즘의 머릿속이 기승전 코로나 인건지 우리는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한방울의 그것도 따지고 보면 물방울인건가. 하는 생각도 스친다.

바윗돌 깨트려 돌덩이 (생략) 자갈돌 깨트려 모레알이란 노래를 반대로 읊어본다. 모레알 모여서 자갈돌 (생략) 돌덩이 모여서 바윗돌. 그럼 물방울은 뭐가 될까. 물방울 모여서 물줄기 물줄기 모여서 웅덩이 웅덩이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강물 - 강물 모여서 바닷물(???) 바닷물이 되기도 하고 빗물이 되기도 하고 내 고마운 보리차가 되기도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작지만 늘 존재하는 소중한 무언가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