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에 있어서 권장연령의 중요성을 염두해두지 않았었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엔 내용을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림만으로 충분하다는 아둔한 생각을 해왔다. 나는 꼬마가 긴글밥의 책에 관심을 조금씩 갖기 시작하고 나서야 허겁지겁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분류된 책들을 찾았다. 그리고 작년부터 꼬마가 노는 시간에 나는 그 곁에서 소리내어 책을 읽었다. 책을 멈추면 다시 플레이 하라고 닥달했다. 오디오클립을 듣는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긴 글책으로 확장을 꿰하였다. 본인이 듣기에 재미난 소재의 책은 금새 알아 차리고선 노는 것을 멈추고 어느새 곁에 뽀짝 앉아서 책을 들춰본다. 학년별로 나뉜 권장연령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발달에 맞게 스스로 책을 선택하는 즐거움과 닿아있다. 어떤 연령과 학년이라 해도 조금씩 긴 글밥의 책에 흥미를 보이는 단계에 와 있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필통속에 옹기종기 모인 연필들_전지적 연필시점에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에 빨려 한 숨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읽어버렸다. 순수한 상상력의 결정체 같은 #까만연필의정체 를 읽고나면 전편 #깊은밤필통안에서 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긴 글 책에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길것이다. 나는 암만 다독을 해도 생기지 않는 그 상상력이라는 것은 어디서 부터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지 알수만 있다면 나도 아이에게 이런 기발한 이야기를 책이 아닌 내 마음을 통해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과욕을 부릴 만큼 기똥차게 귀여운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비룡소 #호수네책 #책이야기
불행을 모서리까지 몰아가는 사건이 없이도 일상의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담백하게 담고 있는 #아테나 는 섬유질 조직처럼 얼기설기 얽힌 상황과 고민들을 모두 담고 있다. 친구와, 어른과, 형제와, 학교에서, 그리고 세상(사회)과! 나도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마다 과거 어느 때의 나 자신을 대입해본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건 이 책은 단순히 그레타 툰베리처럼 지구의 온도를 위해 내 열정의 온도는 끝까지 올려 불사지르는 투쟁형 운동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캠페이닝 과정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더하여 뭘 알겠어. 00린이라는 식의 말로 절하되고 있는 아이들의 직관적 비판과 근본을 찾는 질문은 생물학적 어른들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깊다는 것을 무엇보다 강력하게 느낄 수 있다. 모면하지 않고 맞서는 용감함에 비굴해지는 것으로 응답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결기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나아가기 위해 택한 용기를 '아이들이 어른도 못하는 환경운동을 하다니 대견하네' 하고 여기기 보다 지구를 빌려쓰는 세입자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아테나1 를 읽고 마음 속에 꿈틀대는 내 안에 능동성을 발견했다면 불을 지펴보아도 좋겠다 #호수네책 #책이야기 #문학과지성사 #문지아이들
삶과 영원이 동행어인지 고뇌해본다. 삶에 동반되는 마지막은 죽음이 아닐까! 한 물리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대부분 죽은 상태로 있다. 돌도 물건들도. 인간은 여러가지 작용에 의해 생명을 갖게 되지만 죽은 상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살아서 존재하는 찰나의 순간이 더욱 소중한 것이고 영원을 바라는 것은 과욕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인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 아닌 고통과 슬픔이 없길 염원하는 전재를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은 영원보다 순간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니 말이다. 단지 막연하고 아스라히 피어나는 희망을 향해 지금의 안전한 곳을 탈출한다면 결과는 그리 좋을 수 없다. 오늘도 우리집 꼬마는 집에선 거들떠도 보지 않는 물건을 눈독들이다가 나와 한참의 언쟁을 벌였고 그 언쟁의 끝은 원망을 가득담은 눈흘김으로 끝이 났다. 녀석의 눈빛에는 내가 꼭 엄마를 떠나 내가 사고 싶은것을 기필코 득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말리라!!!! 하는 이글거림이 있었다. 나는 이 무겁고 어두운 #루아의시간 을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던 차에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실마리를 얻었다. 꼬마야! 돌아갈 곳이 있고 날개가 부러져도 나를 감싸줄 울타리가 있다는 안정감이야 말로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근간이 된단다. #호수네책 #고래뱃속
우울을 함께 담그지 않을 것, 눈물이란 분비물에 속지 않을 것, 상황을 몰아가지 않을 것. 앞 세가지를 제외한 온전한 슬픔에 잠식되었던 마지막 순간이 언제였는지 한발자국씩 더더 과거로의 문을 두드려본다. 현재진행형 사랑의 대상을 만질수 없다는 것을 직시 하였을 때 나는 그 속에 모든 감정을 차치한 채 내도록 슬프기만 했었다. 하지만 인생의 비극은 이별을 마주한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되려 비극은 군중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시발점에 늘 <탓>이 존재한다. 인간은 모름지기 무슨 탓이라도 찾아 자신을 지키려 하는 존재이다. 반면에 그 탓의 화살이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 연민, 죄책감, 괴로움 등의 형언되지 않는 감정을 느끼고 그 속에서 비극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비극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극 속에 허우적 대는 사람 곁에서 함께 얼토당토 않게 유영하는 것. 그 선의의 관계야 말로 구원의 손길이라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상에 다리가 3개면 어떻게든 안정적이나 다리4개는 1개만 짧아도 쓰러진다(유퀴즈 인용!) 소수는 짝수보다 단단한 안정감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끈끈함을 가졌다. 나도 이 책을 연거푸 세번을 반복해 읽으며 어리둥절하지만 알은척 하며 지나친 소수에 대해 말하는 지점을 왜 이 책의 뒷면지에 담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다른 독자들과도 그 번쩍임을 함께 나누고 싶다 #문학동네 #호수네책 #책이야기 #얼토당토않고불가해한슬픔에관한1831일의보고서
제주에 자연생태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되었지만 치료를 통해 자연으로 방생할 수 없는 조류들과 노루들, 유기된 토끼들과 새끼들이 지내고 있는데 조류의 대부분 차량 충돌로 날개가 잘려나간 경우이다. 작년에는 독수리 방에 독수리가 1마리 있었는데 올해 가보니 3마리가 되어있었고 육지에서 구조됐으나 지낼 곳이 없어 제주에 오게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숙소로 가는 길. 수풀 속으로 다급히 몸을 감추려다 미처 다 감추지 못해 엉덩이가 빼꼼 나와있는 노루를 여러차례 만났다. 밤이고 낮이고 자꾸 마주치는 그 녀석을 쫓아갈 방법은 없지만 민가에 나타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매일 오가는 이 길이 어쩌면 그 친구들의 생태통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중산간을 사랑해서 매해 머물로 싶었던 내 마음과 비슷한 불씨들이 모여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걷어내고 타운하우스와 마을을 형성했을지도 모르겠단 섬뜩함이 몰려들었다. 무기만 들지 않았을뿐 어쩌면 동물에겐 인간은 존재 자체가 사냥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책을 덮은 나의 소감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짙은 냄새를 풍기는 똥을 뽐내고, 지금보다 더 큰 울림으로 소리내어 울고 자꾸만 인간이 들을 수 있게 지금 보다 조금은 더 사나워져도 된다고. 인간들이 다니는 길목마다 #세상에서제일예쁜똥 을 누며 우리도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소원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곰곰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