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예쁜 똥 곰곰그림책
마리 파블렌코 지음, 카미유 가로슈 그림, 이세진 옮김 / 곰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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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자연생태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되었지만 치료를 통해 자연으로 방생할 수 없는 조류들과 노루들, 유기된 토끼들과 새끼들이 지내고 있는데 조류의 대부분 차량 충돌로 날개가 잘려나간 경우이다. 작년에는 독수리 방에 독수리가 1마리 있었는데 올해 가보니 3마리가 되어있었고 육지에서 구조됐으나 지낼 곳이 없어 제주에 오게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숙소로 가는 길. 수풀 속으로 다급히 몸을 감추려다 미처 다 감추지 못해 엉덩이가 빼꼼 나와있는 노루를 여러차례 만났다. 밤이고 낮이고 자꾸 마주치는 그 녀석을 쫓아갈 방법은 없지만 민가에 나타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매일 오가는 이 길이 어쩌면 그 친구들의 생태통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중산간을 사랑해서 매해 머물로 싶었던 내 마음과 비슷한 불씨들이 모여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걷어내고 타운하우스와 마을을 형성했을지도 모르겠단 섬뜩함이 몰려들었다.

무기만 들지 않았을뿐 어쩌면 동물에겐 인간은 존재 자체가 사냥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책을 덮은 나의 소감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짙은 냄새를 풍기는 똥을 뽐내고, 지금보다 더 큰 울림으로 소리내어 울고 자꾸만 인간이 들을 수 있게 지금 보다 조금은 더 사나워져도 된다고. 인간들이 다니는 길목마다 #세상에서제일예쁜똥 을 누며 우리도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소원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곰곰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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