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켠에 아주 커다란 물건 하나가 있다. 가로 1미터 세로 50센치 깊이가 1미터쯤 되며 앞면은 경첩을 달아둔 아크릴이고 천장은 망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해두었다. 남편이 구성하고 주문해서 만든 유일무이한 햄스터의 집이다. 그렇게 번듯하게 햄스터집을 마련한지 두달이 되어가지만 우린 아직도 햄스터를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분양을 받는 건 거래의 개념으로 느껴져 키울 마음 자체를 먹지 않았는데, 유기된 햄스터를 입양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서 함께 살아볼 결심을 했다. (구조률이 저조하긴 하나 교감이 어렵고 작은 체구라 쉬이 버려지는 햄스터가 많다고 한다) 전반적인 습성이나 환경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울타리 안에서 키우며 바라보는 건 어항 속 물고기 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거듭 충돌중이다. #반려용팝니다 는 우리 가족이 갖고 있는 마음이 반영된 책이다. 거래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가족의 기쁨을 위해 도구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은 책임감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윤리적인 판단 앞에 놓여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며 반려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에 화살표가 반려동물이 아닌 나를 향해 있진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동물에 특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쾌적한 집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반려인에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또한 내 생활영역을 공유하는 것과 그에 따른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미흡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내가 반려견 입양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에 들은 질문과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의 결이 너무도 같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생후7개월의 강아지는 생후100일이 되지 않은 갓난 아이를 돌보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서 직립보행을 하고 말귀를 알아들을 때까지 부모가 24시간 떼어놓지 않고 케어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그렇게 돌보셔야 해요. 아이 역시 보이는 족족 입에 들어가는 시기가 있고 온갖 물건을 다 망가뜨리는 시기도 있지요. 앞만 보고 달려가서 쫓아가야 하는 날도요. 강아지도 그렇습니다. 이 모든 시간을 함께 할 결심이 되셨나요?” #반려용팝니다 #후즈갓마이테일 #안영은작가 #지은작가 #그림책 #호수네그림책
작가? 도 아니고서평가? 도 아니고워킹맘? 도 아니지만 완벽히 아닌 것도 아닌 #낫워킹맘 이 된 사연이 내게도 있다. 매달 같은 날에 회사로 부터 월급을 받을 땐 워킹맘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았다. 일한만큼 버는 프리랜서가 되고나니 내 포지셔닝은 애매해졌다. 그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고 꾸준히 하는 일은 매일 읽고 쓰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의주시 않지만 내 글을 돌려막기 하거나 복제 하진 아는지 검열해보는 관문도 있다.미천한 작문 실력이지만 성실하게 독후감을 쓰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유토피아를 찾은 기분이 이만할까 싶었다. 거기에 단 한번도 사직서를 품지 않아본 유일한 작업이 독후감 쓰기가 될 줄이야. 그렇게 4년에 시간이 흘렀고 독후감을 남긴 책이 300권이 넘어간다. 초기엔 한달에 4~5권도 헉헉댔는데 묵묵히 연마하다보니 한달에 20권도 쓸만큼 거뜬한 힘도 길러졌다.되려 전문 서평가가 아니라 좋다. 양질에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이 없고 그렇기에 벅차면 쉬어가고 글쓰기 요정이 내게 은총이 내릴 땐 박차를 가해 쓴다. 전력질주를 한 뒤에는 휴식을 취하고 독자로의 시간을 누리면 된다. 잘 흡수되지 않는 책을 붙들고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산으로 가는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안에는 이상하리만큼 뚜렷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존재한다. 누구도 내게 쓰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타이틀을 하사하진 않았지만 내 글들이 나를 증명한다고 믿는다.그리고 나처럼 매일 쓰는 여성들에 이야기가 이곳에 도착해있다. 고이지 않고자 무뎌지는 것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워킹맘과 낫워킹맘이라 가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가사와 육아를 모두 해내는 N잡러이지만 재직증명은 안되는 자신을 직접 세우고 공력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내공이 짙은 글에 다 녹아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콕콕 무언가 자꾸 나를 찔렀다. 너는 정말 워킹맘일때 낫워킹맘을 머무르고 있는 정주자로 생각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이 책은 호봉이나 경력증명서가 증명해주지 않는 나를 일으키는 방법을 면밀히 들려준다. 엄마들이여! 일어나시라 #낫워킹맘 #나비클럽 #호수네책 #책이야기
엉덩이가 어딘지 왜 중요하지? 내가 정하면 그쪽이 내 엉덩이인거 아니겠어? 코가 엉덩이래도 내가 그러면 그런거지! 근데 있지 엄마, 숨겨둔 비밀은 가장 마지막 장에 공개돼. 사실 소라빵은 소라빵이 아니라 크루아상이었단 결말인거지. 그건 뭘 의미하겠어? 엉덩이가 어느쪽인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는거야.맞네!!!!!! (내가 너의 말을 좀 빌려다 써도 되겠니....)주저리주저리 길기만 한 나의 글보다 꼬마의 응축된 몇마디가 훨씬 명료하다.팔랑귀도 됐다가 줏대없이 휩쓸리기는 시간 안에서 배운다. 나는 호수도 그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뱉은 말처럼 중심이 견고하고, 타인의 나를 향해 갖는 질문에 요동치기 보다 적당히 필터링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래본다 #소라빵엉덩이는어느쪽 #노는날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그럼 전집은 없나요? 라는 질문을 여러차례 받고선 우리집에도 전집이 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전집이라기 보다는 시리즈라는 말이 조금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우리집 책장에 들어온 첫 전집은 문학이 아닌 과학동화다. 단행본으로도 구매할 수 있어 중고서점에서 한 권, 용돈을 받으면 한 권, 그렇게 한두권씩 모으기로 시작해 한 덩어리가 된 것인데 다섯살부터 아홉살이 된 지금까지 4년에 걸쳐 반복해서 읽고 있다. 책도 수집과 소장의 기쁨으로 연결되면 더욱 소중해지고 애착을 갖게 되니 N권으로 이어지는 책일수록 아이들이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호수는 만화, 학습서, 추리물 등 장르에 경계 없이 독서를 하는데 엄마인 나는 융통성 없이 문학만 고집하는 편이라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도서관에서 채워갔다. 차선을 찾아 독서한다는 걸 알고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진 않았는데 작년부터 나는 조금씩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를 함께 읽으며 허용의 범위를 넓혀갔다. 좋은 선생님들과의 대화 덕분에 내 고여있던 생각이 열렸고 교과과정을 좋아하는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간다고 생각하면 배타적으로 여길것도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어떤 형식의 지식서를 선택할 것인지 찾아보게 되었고 여러 책을 거치며 #코파츄 를 만나게 됐다. #달콤짭짤코파츄 는 우리가 만난 과학동화 중에 가장 달콤하고 재미지는 책이다. 추리물처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속에 번뜩이는 과학 지식을 숨겨두는 구성도 흥미롭고 크리에이터라는 떠오르는 직업군이 등장하는 것도 신선하다. 자문자답 할 수 있는 문항들을 이용해 짚고 넘어갈 부분은 아이가 스스로 중간 점검을 하며 읽을 수 있게 한다. 양념처럼 튀어나오는 만화적 요소와 유투브 썸네일과 같은 장면은 감각적인 그림과 편집의 센스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앞으로 생명과학, 실험과학 등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과학이야기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호수도 나도 2권, 3권, 시리즈로 모아볼 결심을 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창비 #호수네책 #어린이책
자아분열은 밀물과 썰밀처럼 깊이 차올랐다가 쓸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혼란의 정점은 결혼식을 앞둔 몇달 전에 빵 터졌다. 과정중에 나의 결정이 아닌 건 없었다. 아무도 밀지 않는데 떠밀리는 거 같았고 자신에 대한 의심이 켜켜이 쌓여갔다. 더없이 불안하고 완전하지 못한 내가 타인의 인생에 편승하여 행복을 갈아먹는 좀벌레가 되는 건 아닌가 초조했다.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당찬 사람으로 여겨왔는데 조목조목 따지고 보니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동거인의 그늘을 아래에서 내 이속을 챙기며 잘 비벼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식장도 잡아두고 신혼집에 세간살이까지 다 넣어둔 그 시점에 내가 살려고 모두를 불안에 항아리 속에 퐁당 빠트려 둔 채 훌쩍 배낭여행을 떠나버렸다. #베이비박스 에 주인공이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것처럼,이 책은 #베이비박스 라는 생명보호상자를 제목으로 걸었지만 유기나 입양의 소재가 동정이란 감정이 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한다. 뿌리가 어디였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생명의 존엄함을 알리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모든 영감은 대화와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것인지 갈피를 잃을 때 일수록 질문은 멈출 수 없다. 그것이 비단 출생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묻고 따지는 고찰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나에게 집중 하고 싶은 욕망이 짙을수록 부모와 나는 철저히 분리되어야만 한다. 부모와 내가 동일시 되면 부모의 명예도 치부도 나와 하나가 된다. 자력이 아닌 상태로 매달려 있던 요인에서 빠져 나와야 부정 속에서도 나를 방어할 수 있다. 부모의 영역이 아니라 내가 뿌리를 내리면 그것이 진정한 나의 근본임을 알게 하는 책을 만났다 #바람북스 #바람의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