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융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아분열은 밀물과 썰밀처럼 깊이 차올랐다가 쓸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혼란의 정점은 결혼식을 앞둔 몇달 전에 빵 터졌다. 과정중에 나의 결정이 아닌 건 없었다. 아무도 밀지 않는데 떠밀리는 거 같았고 자신에 대한 의심이 켜켜이 쌓여갔다. 더없이 불안하고 완전하지 못한 내가 타인의 인생에 편승하여 행복을 갈아먹는 좀벌레가 되는 건 아닌가 초조했다.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당찬 사람으로 여겨왔는데 조목조목 따지고 보니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동거인의 그늘을 아래에서 내 이속을 챙기며 잘 비벼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식장도 잡아두고 신혼집에 세간살이까지 다 넣어둔 그 시점에 내가 살려고 모두를 불안에 항아리 속에 퐁당 빠트려 둔 채 훌쩍 배낭여행을 떠나버렸다. #베이비박스 에 주인공이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것처럼,

이 책은 #베이비박스 라는 생명보호상자를 제목으로 걸었지만 유기나 입양의 소재가 동정이란 감정이 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한다. 뿌리가 어디였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생명의 존엄함을 알리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모든 영감은 대화와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것인지 갈피를 잃을 때 일수록 질문은 멈출 수 없다. 그것이 비단 출생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묻고 따지는 고찰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나에게 집중 하고 싶은 욕망이 짙을수록 부모와 나는 철저히 분리되어야만 한다. 부모와 내가 동일시 되면 부모의 명예도 치부도 나와 하나가 된다. 자력이 아닌 상태로 매달려 있던 요인에서 빠져 나와야 부정 속에서도 나를 방어할 수 있다. 부모의 영역이 아니라 내가 뿌리를 내리면 그것이 진정한 나의 근본임을 알게 하는 책을 만났다 #바람북스 #바람의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