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셋 - 가족 단편 동화집
장은유 지음, 메 그림 / 현암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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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의 여섯째와 결혼했다. 옷깃이 스친대도 접점은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버렸다. 피치 못하게 언니와 조카들이 한꺼번에 생겨버린 셈이다. 세월을 나누어가진 적이 없는 남과 가족으로 묶여버린 생경한 느낌은 여즉 잊혀지질 않는다. 마치 엄마가 나를 외할머니 댁에 나를 맡겨놓고 떠나면서 (할머니가 아닌)외숙모 말을 잘 듣고 있으라고 말하던 날과 비슷한 기분이었고 객식구라는 단어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객도 아니고 식구도 아닌. 본디 식구는 아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가족이 되었다.

따지고보면 결혼이란 것 자체가 전형적 가족구조에서 탈피하는 것 아닌가? 혈연이 아닌 사람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과 가족이 만나 더 큰 가족을 이루는 과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결혼을 보편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함과 동시에 두 남녀가 양가에 사위가 되고 며느리가 되는 과정을 친족에게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이지 않은 가족의 형태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족이 반드시 혈연 관계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혈연 구조가 아니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을 동화가 알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동안 이혼과 재혼, 한부모 가정을 다룬 동화가 많이 쏟아졌다. 소재도 비슷했지만 이야기의 전개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스토리라 생각은 하면서도 가족의 형태를 더 확장된 시선으로 풀어줄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엄마셋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나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흡족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이 꾸려지게 된 배경을 상세히(부모님 가운데 한쪽이 없어서 느끼는 결핍들_힘들었고, 괴로웠고, 외로웠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등등)설명하지 않은 것이 유독 좋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것은 가족을 빈자리를 채워야 했던 당위성이 아니라 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속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나버렸다. 고맙습니다. #현암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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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건네는 바통 - 제46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 샘터어린이문고 80
진선미.양수현.이혜미 지음, 어수현 그림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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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책 읽었어? 어쩐지 초등학생들에 달콤한 사랑이야기 같은데… 맞아?“ 녀석이 넌지시 물었다. 한창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나는 시기라 표지 그림을 보고 그리 짐작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말을 해줄지 고심하며 책을 떠올리다 슴슴한 맛이 나는 이 동화들이 너무 좋아 피식 웃음이 세었다. 책을 펼치기 전 설레임을 가로채고 싶지 않아 미소로 답을 대신하며 따끔함이 없는 세개의 이야기가 아이에게 꼭 필요할거란 생각도 들었다.

여름동안 건강을 잃어 병원을 자주 오가야 했고, 더 오래 함께 할 줄 알았던 강아지와 이별했다. 나만의 엄마가 할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직시하게 됐다. 변화된 일상과 함께 밀려드는 생소한 감정에 버거울터였다. 그래서 인지 아이는 책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는 동안은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울지 않았고, 본인의 아픔도 잠깐 잊는 것 같았다. 부재중인 엄마의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것도 책이었다. 자신만의 소용돌이 속을 허우적 대고 있을 아이에게 #너에게건네는바통 이 선물이 될거라 생각한 요소는 건강함이었다.

이 책은 단단하지만 과즙이 가득 찬 여름 청귤의 향기가 맴돈다. 서툴지만 옹골차게 여물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설익어 초록빛을 띄고 있지만 특유의 청량함을 지닌 청귤은 많이 닮아있다. 오늘도 영글지 않은 마음에 문을 두드려본다. 내가 되려 더 깊은 생채기를 내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다행히 아직 문을 열어둔 꼬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세가지 이야기, 세명의 주인공이 지혜롭고 슬기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감에 있어 초석에 놓인 건강함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책을 만났다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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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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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87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엔 호수랑 종일 도서관에만 있어도 모든 세상이 나의 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새로운 그림책을 찾을 때마다 열리는 문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곳엔 늘 새로운 유토피아가 존재했다. 나는 그때에도 이 책을 읽었다. 신박한 그림책을 찾은 기쁨과 함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내 마음도 함께 띠용용 소리를 내며 폴짝폴짝 날뛰던 순간이 기억난다. 간결하고 명료하면서도 또렷한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이 철학이 아닌 그림책 분야에 놓인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내용과는 반대로 읽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의 주인공처럼 읽지 않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 역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포용의 지혜라고 느꼈다.

읽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시기가 지나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시기로 접어든다. 책 속 활자를 마주했던 시간은 지문을 읽어내려 가는 시간으로 바뀌거나 혹은 미디어 매체로 옮겨간다. 하나도 자연스럽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책과 점점 멀어지고 책은 잊혀진다. 독서가 습관이라는 말에도 동의하지만 습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씩이라도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꿰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이 다른 자극보다 즐겁거나 비등해야 한다. 재미라는 주관적 감정을 채울 수 있는 책을 고르는 능력은 독서력 만큼이나 중요하다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책이야 는 책이 얼마나 중독성있는 매체인지 들려준다.

나의 읽기가 그림책을 거쳐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에 까지 도착해 있는 까닭도 아이와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익하고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장기간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이 책이라는 확신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집 어린이를 미디어로부터 완벽 차단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마주 앉아 함께 나눌 책을 고르고 읽고 나누는 부모는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책이야 는 핸드폰 스크롤을 무의식적으로 넘기고 있을 손가락을 책을 넘기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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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강아지로 키우는 법
소피 콜린스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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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23년12월7일 안내견 학교에서 태어나 24년2월3일에 우리 가정에 위탁된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생이다. 여러번 에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에코와 가족이 된 날부터 행복한 강아지에 대한 물음이 단 하루도 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고하자면 본분을 망각하고 꽤나 엄격한 초기 훈련에 죄책감 마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에코는 우리와 함께 살지만 우리의 반려견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더 많이 산책을 하고, 더 열심히 함께 놀고, 되도록 혼자 있지 않게 곁을 내어주는 것 뿐이다.

이 책을 받을 때에도 그랬다. 특수목적견과 함께 사는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강아지의 진짜 행복에 대해 알게 되면 괴로울까봐 두려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겠다 덤빈 까닭은 개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필요성과 더불어 비록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일반견과 다를지라도 본질적 행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무거운 마음이 낮게 깔린다. 매일 밤 배를 보이고 잠든 녀석을 보며 그래도 제법 괜찮은 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 안도한 것은 우리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야 말았다.

예상했던대로 책 속에는 에코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았다. 물론 누구도 금기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넘지 않는 것도 제법 있었다. 우리(퍼피워커)는 그것을 유혹이라 표현하지만 욕구이자 본능인_보통의 반려견이 행복에 다가가는 방법이 우리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짐작은 했지만 씁쓸해졌다. 그래도 다시 한번 눈을 비벼본다. 그 중에서 에코가 강화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렇게 눈을 씻고 찾아보니 에코에게 알맞은 행복이 보인다. 반려인과 함께 지내는 절대적 시간과 교감, 온전히 휴식할 권리, 다채로운 놀이와 훈련, 산책과 운동의 즐거움, 어디든 동행할 수 있는 안정감. 내가 에코를 더이상 측은하게 바라보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녀석에게 걸맞는 행복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목표는 아찔한 구원자 털뭉치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어떤 강아지가 더 행복한지 탐닉하는 책이 아닌 것을 깨닫는다. 강아지의 행복의 척도를 측정해보는 책이 아니었는데 내 마음 한켠에 애석함이 계속 그렇게 책을 바라보게 했던 것이다. 나는 에코가 우리 가족을 떠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사랑받는 보호자가 되기 위해 나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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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 돌아왔다! 문지아이들 178
신윤화 지음, 이윤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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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온 날 밤, 아이가 아팠다. 열이 났고 열이 일주일째 되는 날에 입원을 했다. 열흘동안이나. 그러고 내가 아팠다. 그렇게 영화의 여운을 나눌 틈없이 한달이 지나갔다. 우린 이제서야 이 책과 함께 묵혀둔 그 영화를 펼쳐보았다. 불안이의 강렬한 등장. 불안이의 지배에 잠식 당한 다른 감정들. 그래서 당황한 당황이가 슬픔이를 도왔을거란 추측. 다른 감정들을 인정하지 않던 기쁨이의 독재가 막을 내렸지만 더 강력한 불안이로 인한 혼란. 아이는 입원 할 때에 느꼈던 무력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도 불안이 증폭된 것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롯되는 감정인 불안은 완벽한 극복이 없을지 모른다. 내제되어 있다가 불쑥 튀어 나오는 그것을 #혜성이돌아왔다 에서 들려주는 다섯편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관계 속 불안, 두려움이 불러온 불안, 죽음에서 비롯된 불안, 혼란 속에서 피어난 불안, 공포에 포함된 불안. 이 책에서 묘사하는 감정의 조각들은 모양도 다양할뿐 아니라 질감 또한 잘 표현되고 있다. 단편집은 장편과 달리 함축적이라 읽고 난 뒤 나만의 해석이 숙제로 남곤 하는데 생동감이 뛰어난 문장들은 혼자 상상할 시간에 포문을 미리 열어주는 것만 같다. 화자와 나를 굳이 동일시 하지 않아도 쉽게 몰입하게 되는 흡인력은 각기 다른 주제의 다섯편의 이야기를 끊기지 않고 단숨에 이어 읽을 수 있게 한다.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불안이라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지 간결하지만 밀도 있게 전달하는 이야기에서 독자의 마음이 울리는 지점은 제각각일테지만, 나의 경우엔 어른이 전반적 편의를 위해 현상을 빠르게 일단락 짓고자 아이들에 감정을 차치하고 현상을 단순, 보편화 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한발짝 다가가 생각해보게 됐다. 인사이드 아웃이란 영화 속에서 불안이를 부정적 감정으로만 판단하고 막으려 하는 기쁨이의 모습을 내게서 찾았다고나 할까. 어른들이 다 배려하지 못한 오류까지도 바로 잡아가며 자신의 길을 꼬닥꼬닥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미안함과 응원을 함께 보낸다 #혜성이돌아왔다 #혜성이돌아왔다_서평단 #신윤화동화집 #초등도서추천 #문지아이들 #문학과지성사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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