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남매의 여섯째와 결혼했다. 옷깃이 스친대도 접점은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버렸다. 피치 못하게 언니와 조카들이 한꺼번에 생겨버린 셈이다. 세월을 나누어가진 적이 없는 남과 가족으로 묶여버린 생경한 느낌은 여즉 잊혀지질 않는다. 마치 엄마가 나를 외할머니 댁에 나를 맡겨놓고 떠나면서 (할머니가 아닌)외숙모 말을 잘 듣고 있으라고 말하던 날과 비슷한 기분이었고 객식구라는 단어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객도 아니고 식구도 아닌. 본디 식구는 아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가족이 되었다. 따지고보면 결혼이란 것 자체가 전형적 가족구조에서 탈피하는 것 아닌가? 혈연이 아닌 사람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과 가족이 만나 더 큰 가족을 이루는 과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결혼을 보편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함과 동시에 두 남녀가 양가에 사위가 되고 며느리가 되는 과정을 친족에게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이지 않은 가족의 형태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족이 반드시 혈연 관계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혈연 구조가 아니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을 동화가 알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동안 이혼과 재혼, 한부모 가정을 다룬 동화가 많이 쏟아졌다. 소재도 비슷했지만 이야기의 전개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스토리라 생각은 하면서도 가족의 형태를 더 확장된 시선으로 풀어줄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엄마셋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나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흡족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이 꾸려지게 된 배경을 상세히(부모님 가운데 한쪽이 없어서 느끼는 결핍들_힘들었고, 괴로웠고, 외로웠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등등)설명하지 않은 것이 유독 좋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것은 가족을 빈자리를 채워야 했던 당위성이 아니라 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속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나버렸다. 고맙습니다. #현암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