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는 23년12월7일 안내견 학교에서 태어나 24년2월3일에 우리 가정에 위탁된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생이다. 여러번 에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에코와 가족이 된 날부터 행복한 강아지에 대한 물음이 단 하루도 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고하자면 본분을 망각하고 꽤나 엄격한 초기 훈련에 죄책감 마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에코는 우리와 함께 살지만 우리의 반려견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더 많이 산책을 하고, 더 열심히 함께 놀고, 되도록 혼자 있지 않게 곁을 내어주는 것 뿐이다.이 책을 받을 때에도 그랬다. 특수목적견과 함께 사는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강아지의 진짜 행복에 대해 알게 되면 괴로울까봐 두려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겠다 덤빈 까닭은 개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필요성과 더불어 비록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일반견과 다를지라도 본질적 행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무거운 마음이 낮게 깔린다. 매일 밤 배를 보이고 잠든 녀석을 보며 그래도 제법 괜찮은 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 안도한 것은 우리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야 말았다. 예상했던대로 책 속에는 에코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았다. 물론 누구도 금기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넘지 않는 것도 제법 있었다. 우리(퍼피워커)는 그것을 유혹이라 표현하지만 욕구이자 본능인_보통의 반려견이 행복에 다가가는 방법이 우리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짐작은 했지만 씁쓸해졌다. 그래도 다시 한번 눈을 비벼본다. 그 중에서 에코가 강화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렇게 눈을 씻고 찾아보니 에코에게 알맞은 행복이 보인다. 반려인과 함께 지내는 절대적 시간과 교감, 온전히 휴식할 권리, 다채로운 놀이와 훈련, 산책과 운동의 즐거움, 어디든 동행할 수 있는 안정감. 내가 에코를 더이상 측은하게 바라보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녀석에게 걸맞는 행복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목표는 아찔한 구원자 털뭉치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어떤 강아지가 더 행복한지 탐닉하는 책이 아닌 것을 깨닫는다. 강아지의 행복의 척도를 측정해보는 책이 아니었는데 내 마음 한켠에 애석함이 계속 그렇게 책을 바라보게 했던 것이다. 나는 에코가 우리 가족을 떠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사랑받는 보호자가 되기 위해 나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