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이불 정리부터 하고 올까? 싶어서 방으로 달려갔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왜 방에 왔지? 뭐 가지러 왔던가? 뭐지뭐지? 하다가 거칠거칠한 내 손을 발견하고선 무심결에 로션을 바른다. 정작 이불 정리는 하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는데 로션 바른 손을 또 설거지통에 넣고야 만다. 그제서야 내가 방에 이불을 정리하러 갔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는 정신을 부여 잡으며 지낸다. 이런 상황을 아이에게 대입해보자. 이불정리를 하라 했는데 딴짓을 하거나 - 숙제를 하다가 얼토당토 않은 공간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어려서 그런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이니까 그런것인데 부모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뒤부터는 바르게 잡아야겠다는 사명 같은 것에 사로 잡힌다. 자주 외출하고 한번 외출하면 귀가시간을 어기는 내 멘탈은 두고봐도 아이에 산만함은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다잡아 고쳐주고 싶다. 나는 아이들이 이런 합당하지 못한 경우에 당당하기 위해 감정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것을 입으로 내뱉으면 따박따박 말대답한다고 또 혼이 나려나?) 효과적으로 자신을 피력하기 위한 방법 역시 감정에서 출발하고 감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처럼 공감을 받아본 아이는 정직한 방법으로 위로를 건넬 수 있고 바람이 불어도 휘청일뿐 날아가지 않는다. 이 책은 대인관계 속에서 대화와 질문을 통해 이루어지고 터득할 수 있는 지혜들을 내 마음 바라보기-알아보기-돌보기로 나누어 누긋한 글로 보다 또렷하게 알려준다. 지나친 참견이나 잔소리가 아니라 이성적이지만 따듯한 말로 풀어서. 모든 것을 부딪히고 깨지며 배워왔던 앞선 세대들이 지금에 열살들은 덜 상처받길 원하는 바램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우리학교 #우리학교어린이 #내마음을알아주세요내마음을안아주세요 #호수네책 #책이야기
이 책은 학습만화가 아니다. 부모와 자녀, 친구와 친구 혹은 형제간에 - 누구라도 누구와 함께 읽기를 권한다. 티키타카가 있으면 훨씬 재미있게 진행되는 책이다. 샛길로 빠져도 괜찮고 끊어 읽어도 좋다. 지름길이든 정방향이든 출구가 없긴 매 한가지다. 온 몸에 힘을 뺀 상태로 소파에 눌러앉아 보드게임 하듯 읽어보면 좋겠다. 함께 읽는 사람이 양육자라면 내 아이의 순간 기억력에 놀라게 될 것이며, 팩트를 체크하고자 한다면 함께 오는 워크지를 꼭 챙겨서 해보길 추천한다. “꼭 재미가 없었다고 출판사에 전달해주면 좋겠어. 그래야 3권, 4권은 더욱 발전적으로 웃길거 같거든!“ 그 말 끝에는 미로 속에 갇힌 것 같은데 자꾸 들춰보게 되는 똑똑한 책이라고 #팩토피아 를 정의했다. 우리는 이동하는 중간에 이 책을 잘 활용했다. 무엇보다 강렬한 그림들이 아이들에 주목을 끌기에 좋고 익히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라는 점이다. 한번에 읽어버리기 보다 생각 날때마다 뽑기 한판 하는 것처럼 꺼내어 읽는 재미가 남다른 책이다. 3권까지 달려보아야지
내가 손을 써서 판을 뒤집을 수도 없이 엎어져 버린 일들에 끌려가고 있지 않은가? 혹은 남에 실패를 발판 삼아 우위를 선점하는 것으로 성취를 느끼고 있진 않은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채 뒤죽박죽 엉켜버린 일상에 흐름을 바꾸어 화살이 내게로 향하게 바로 잡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은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일기장이지만 책이고, 책이지만 일기장인 #기록일기장 은 일상에 반짝임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걷다가 다리가 무거워 질 때에 누군가 내 배낭을 잠깐 받쳐주는 것만으로도 수월할 때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쫓기듯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 이다. 삶에는 희노애락이 다 갖춰 질 때에 이상적인 균형이 유지 될 수 있다지만, 희를 습관처럼 적립해둔다면 노여움과 슬픔을 마주 할 때에 꺼내먹을수 있는 당분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이 당신 앞에 놓인다면 아마도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꼽아보게 될 것이다. 작년을 힘겹게 넘어온 친구가 있다면 오늘도 내일도 괜찮을거라는 위로에 선물로 건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운 고투 중에도 웃을수 있는 순간은 존재한다. 오늘에 작은 기쁨을 하나, 둘씩 저장하고 기록해보고 목표를 갖고 마일리지 적립하듯 모아보자. 슬픔은 찰나였고 기쁨은 길었음을 알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거로 남겨두며 행복에 가까이 가는 한해가 되길 바래본다. 행복하기 위해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오늘을 기억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글담출판사 #작은기쁨기록생활 #인디고
그림책에 기대어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실력과 지식을 두루 갖추어서 아이들이 나를 찾아올 수 있는 반듯한 공간을 마련해두고 기다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가 못하니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그 연결을 도와줄 곳이 필요하여 거점 도서관 소식지를 빠짐없이 챙겼다. (물론 그 덕은 우리 꼬마가 날름날름 잘 받았다) 갈증이 극에 달해 있을 때쯤 우물에 샘이 솟았고 드디어 독서취약계층 리딩인 양성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리딩인은 구연을 바탕에 둔 이야기꾼도, 책을 읽고 더하기 독후활동을 하는 독서지도사도 아니다. 그저 평소에 어조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주1회, 한시간. 책만읽고 돌아오면 된다.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내가 아닌 누구도 할 수 있지만 꼭 나이고 싶었다.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제약에 여즉 기관과의 연결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더 맹렬히 두드릴 참이다. 이야기에 저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믿고 있다.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읽고 상상을 존중하며, 마음을 속단하거나 해석에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동석자가 되고싶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세계를 넓혀간다. 마치 이 책에 부제 #우리에이야기는끝이없지 처럼 말이다. 제목 #셰에라자드 는 주인공에 이름이다. 이 친구는 타인에 이야기도 귀를 열어 듣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도 능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슬픈 얼굴로 공원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로부터 살던 곳에서 가족 모두가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된다. 딱한 사정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던 셰에라자드는 그 나라에 왕을 찾아가 천 일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이야기는 상상에 댐을 열어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어떤 세상으로든 번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무궁무진한 여지가 있다. 꼭꼭 씹어삼키고 소화시킨다면 체화의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싹을 틔울 수 있다. 이것은 곧 청자 모두는 화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늘도 책에 한장 한장이 정성스럽게 넘어간다. 장면마다 톡톡 튀어나와 자신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가는 우리집 꼬마 덕분이다. 또 다른 어디선가 #셰에라자드 처럼, 호수에 백조처럼 이야기 속을 노닐며 향유하고 있을 모든 스토리텔러들의 미래에 건투를 빌어보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키다리 #모래알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포켓몬이 뭔지도 모르던 아이가 띠부실이란 목표가 생기고, 러브다이브 노래에 붙은 농염한 표정과 안무를 배워와서 펼쳐 놓는다. 유행에 민감해 본 역사가 없는 나로서는 아이의 춤사위가 너무도 낯설지만 그때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유행하는 것들 몇가지는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하고 예습을 통해 아이돌 그룹 몇개 정도는 입력하는 것이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던 선배님들에 조언은 도움이 된다. 목젖을 때리는 잔소리를 입술까지 보내지 않고 꿀꺽 삼켜본다. 앞으로 점점 더 내 아이의 생경한 면모를 보게 될텐데 적당한 거리에서 침묵과 인정을 적절히 섞어가야 할텐데 아직은 준비가 덜 되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선을 긋기보다 궁금해 하는 것으로 내 자리를 지켜보고자 한다. 내 사촌언니가 ‘박진영의 엘레베이터 안에서’ 라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까지 추는 것을 보고 들은 온 가족이 경악했던 장면을 떠올리면 과거에도 현재에도 선정적 문화는 늘 존재해왔다. 어른은 대중문화가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전재하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실은 아이들에게는 유행하는 것을 따라하는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쯤으로 흘러가게 두는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으으으응~ 사랑을 나눈다는 노래를 듣고 자랐지만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 그 누구라도 편견에 갇혀 있을 때 오해에 불씨를 품기 마련이다. #홈스테이는지구에서 는 여러 별에서 떠나 온 우주여행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지구에 발 디디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담은 작품이다. 이물감 없이 술술 읽혀버리는 것에 내가 왜 이토록 감정에 동요가 없는지 들여다보니 극복과 좌절은 지구인으로 사는 동안 숨쉬는 것처럼 계속 되는 업보와도 같기 때문이다. 경미한 수준으로 지나간다는 것을 몸소 배웠기 때문에 이 책에 내용들이 쉬이 읽히는 것 같았다. 더불어 청소년, 청년기를 지나 이제는 기성세대에 더 가까이 가고 있는 내가 가져야 할 가짐은 홈스테이 호스트처럼 아이를 바라보는 덕목이라는 점도 되새겨 본다. 조바심이 나겠지만 내가 먼저 고통 속에 들어가서 기다리진 않겠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본인이 속한 작은 사회속에서 각자에 개성을 존중하고 협치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있다. 따로 보면 저마다 뚜렷한 아이들이 우리가 되는 과정을 핑크 유니버스 라는 말에 걸맞게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웅진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