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에라자드 -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지
나히드 카제미 지음, 김지은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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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기대어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실력과 지식을 두루 갖추어서 아이들이 나를 찾아올 수 있는 반듯한 공간을 마련해두고 기다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가 못하니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그 연결을 도와줄 곳이 필요하여 거점 도서관 소식지를 빠짐없이 챙겼다. (물론 그 덕은 우리 꼬마가 날름날름 잘 받았다) 갈증이 극에 달해 있을 때쯤 우물에 샘이 솟았고 드디어 독서취약계층 리딩인 양성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리딩인은 구연을 바탕에 둔 이야기꾼도, 책을 읽고 더하기 독후활동을 하는 독서지도사도 아니다. 그저 평소에 어조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주1회, 한시간. 책만읽고 돌아오면 된다.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내가 아닌 누구도 할 수 있지만 꼭 나이고 싶었다.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제약에 여즉 기관과의 연결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더 맹렬히 두드릴 참이다. 이야기에 저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믿고 있다.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읽고 상상을 존중하며, 마음을 속단하거나 해석에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동석자가 되고싶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세계를 넓혀간다. 마치 이 책에 부제 #우리에이야기는끝이없지 처럼 말이다. 제목 #셰에라자드 는 주인공에 이름이다. 이 친구는 타인에 이야기도 귀를 열어 듣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도 능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슬픈 얼굴로 공원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로부터 살던 곳에서 가족 모두가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된다. 딱한 사정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던 셰에라자드는 그 나라에 왕을 찾아가 천 일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이야기는 상상에 댐을 열어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어떤 세상으로든 번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무궁무진한 여지가 있다. 꼭꼭 씹어삼키고 소화시킨다면 체화의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싹을 틔울 수 있다. 이것은 곧 청자 모두는 화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늘도 책에 한장 한장이 정성스럽게 넘어간다. 장면마다 톡톡 튀어나와 자신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가는 우리집 꼬마 덕분이다. 또 다른 어디선가 #셰에라자드 처럼, 호수에 백조처럼 이야기 속을 노닐며 향유하고 있을 모든 스토리텔러들의 미래에 건투를 빌어보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키다리 #모래알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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