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캠핑을 시작 했을 때 산속에 들어가 며칠씩 야영을 하고 있자면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놓아줌으로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자기 만족을 위한 치장이 우선이라해도 타인에게 보여지는 부분 중에 염두에 두는 몇가지는 있기 마련인데 흰 보자기를 뒤집어 쓴 아니발처럼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볼 수 있는 해방감은 대단한 짜릿함이었다. 자의는 아니었대도 우연히 유령이 된 아니발은 정말 자신이 무형에 유령이 된냥 매 순간을 신나게 즐긴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의 안부 조차 이후에 일로 미뤄두고, 살가운 인사도 못들은 척 지나쳐본다. 왜냐면 나는 유령이니까😄 타인에 말과 행동에 과하게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가 나만의 행복에 왜 집중해야 하는지 엿들을 수 있다. 다정하고 친절한 강아지 아니발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는 사랑이에요! 내게 사랑을 주세요! 라고 말한다. 다 알지만 다 모르는냥 모르는 채로 살아본다는 소재를 특별한 순간과 평범한 일상에 경계를 알아가는 과정 중심으로 풀어간 구성이 참신하다. 시각과 관점 그리고 내 마음에 따라 무료할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라 머무르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삶의 주체인 나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는 책을 만났다 #노는날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입체적 질문을 던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재밌었어? 오늘 뭐하고 놀았어? 이런 질문 밖에 하지 못하는 내가 못마땅해도 그것마저 생략하면 내 책무를 다하지 못한 기분이라 오늘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재밌었어? 누구랑 놀았어? 매일 교문을 나오면 듣는 데자뷰 같은 질문이 따분할 법도 한데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니 고마울뿐이다. 그 고마운 존재와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차를 한 뒤, 나는 차에 있는 쓰레기를 간단히 정리하고 있었고 아이는 화단에 심어진 나무들에 새싹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무를 보던 아이가 쪼그려 앉아 뭔가를 만지려 하는 순간- 마침 내가 뒤를 돌았는데 손가락이 향하는 종착지에는 누군가 뱉아놓은 침이 있었다. 얼른 아이를 불러 시선을 돌렸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진 뒤였다. 나이까지 들먹여가며 얼마나 더 그리고 어디까지 잔소리를 해야 분별력과 위생개념이 생기겠냐고 아이를 다그치다 못해 퇴근한 남편을 앉혀놓고 이 사건을 일렀다. 남편은 이렇게 질문했다. “왜 그걸 만졌어? 아니다. 왜 그걸 만지고 싶었어?”호수가 답했다. “굳어버린것 같았어, 그래서 굳은 건지 얼어버린 건지 궁금했어.”남편이 다시 물었다. “호수가 다른 사람이 뱉은 침이 지저분하다는 걸 모르진 않았을 거 같은데 꼭 확인해야만 했어?”호수다 또 대답했다. “그 순간에는 더럽다는 생각보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어.”아빠는 이어서 물었고 “그래서 그 굳은게 아닌걸 확인하고 나니 어땠어?”호수는 차분히 답변했다. “그때 좀 놀라서 손을 뗐는데 엄마가 화를 내는 바람에 미안했어.”오은영 박사님이 양육자들에게 건네는 솔루션에 정석을 보는 듯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그 침이 내 아이에 손에 닿은 것이 불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이런 엄마를 둔 호수가 저런 아빠도 함께 가졌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튤립의여행 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에 대본집을 읽은 것 같다. 최근에 내가 본 드라마 중에는 나의 해방일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드라마에 견주어도 손색 없을만한 대사들이 독자로 하여금 추앙에 마지 않게 한다. 필력이 상당한 작가일수록 문장은 단순하고 울림을 깊다 하였다. 현란한 미사여구와 지적 허영을 뽐내는 글들에 지쳐있는 누군가에게는 담백한 파장을 전할 것이고 단조롭고 딱딱한 문어와 구어 그 사이에 문장들이 식상해진 누군가에는 무해하고도 다정한 말들에 예쁨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질문이 대화보다 어려운 내게 어떻게 질문하고 기다릴 것인지 반성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N차 정독 필수 #주니어RHK #호수네책 #책이야기
mbti 검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나를 대문자E일거라고 한다. 그르다고도 할 수 없어서 애써 부정하진 않지만 한편으로 스스로를 진단한다면 나는 내향형 인간에 가깝다. 다수의 집단 안에 놓이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건 물론이고 관계 맺기에 능한 사람도 아니다. 먼저 안부를 묻고 표현을 잘하는 곰살 맞은 성격이 타인에겐 외향적으로 비춰질 순 있지만, 고립된 동안 안정을 찾고 그 밖에는 에너지를 과하게 태워야만 하는 편이다. 사람을 따르지만 군중은 날 항시 긴장하게 한다.그런 내게는 우정도 사랑도 난제였다. 오냐오냐형 외동딸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대인관계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나는 미련과 집착을 수없이 행했고 잘못된 사랑의 형태가 나를 얼마나 깍아내리는지 뜨겁게 경험했다. 동경과 질투에 눈이 멀기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간과 쓸개를 내어주고 허탈해하기도 하며 형제 안에서 배우지 못한 인간관계론을 시간에 값을 치루고서야 배울 수 있었다. 수치화 할 수 없는 번민에 시간을 허우적대고 나서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주장 없이 물컹한 상태로 몰아치는 폭풍우를 맞아냈더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비온 뒤 굳은 땅처럼.이어폰에선 김광민씨의 학교가는 길이 흐른다.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메모장에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고, 몇 단락씩 읽어내려간다. 고요하지만 몽글몽글 익어가는 이야기들이 진작에 내 속에서 휘발되어 버린 줄 알았던 쩨쩨하고 풋풋한 마음이 고개를 내밀게 돕는다. 한통에 편지를 남기고 파리로 떠나버렸던 친구와의 재회도, 더 없는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내 결혼식장에 나타났을 때에도, 이억만리 타국에서 쿵쿵대며 다투고 토라졌던 친구와의 시간들도. #잘헤어졌어 의 후속편 같은 내 이야기이도 앞으로 내 꼬마에게 일어나기도 할 이 이야기에 나는 더욱 뜨겁게 박수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건강했고, 젊었다. 그래서 결혼식과 동시에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두명으로 시작한 구성원을 셋, 넷 혹은 다섯까지 늘려가는 것은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망상에 가까운 오판이었다. 왜 그땐 지금처럼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가족은 욕심만으로 소유할 수 있는 인생에 재료가 아니라는 것을 한 생명을 품고 키워가는 과정을 어느정도 거친 후에 비로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아이는 내가 늙고 병들고 죽을 때 까지 부양해야 할 의무를 갖는걸까? 기대고 의지한다는 것에 의미를 생각해본다. 수용하고 지지하며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면 누구라도 가족이 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부부 중심으로 이어져 온 가족의 형태를 재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내동생은앵무새로봇 은 길 잃은 강아지 까망이가 할머니에 반려견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족을 꾸리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홀로 늙어가는 노인에 이야기는 머지않은 미래에 나 역시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하니 잠시잠깐 상념에 빠지게도 된다. 고령화에 진전으로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양 부담이 늘어남으로 인해 청년층의 노인 혐오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 역시 몰지각한 노인들에 봉변을 당해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과거에 그분들에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도 없었을거라는 전재를 품는다면 조금은 감내가 가능하다.국가가 고민해야 할 다양한 문제 중에 고독사는 인권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태어나고 죽는 것, 그리고 배우는 것에서 만큼은 평등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면 개인도 힘도 보태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에 발전을 유용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지식인들에 물적 영역이라면 인적 영역은 누구라도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적 부분은 꼭 인간이 아니라도 무방하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기도 하다. 노인의 정서적 결핍과 생과의 존엄한 이별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한 때에 만난 이 책의 주제는 쉬이 넘길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봄개울 #호수네책 #책이야기
아이가 앉아서 눈을 감고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종교를 배우거나 기도하는 곳에 가본 적은 없지만 간절한 소원은 기도를 통하명 이루어질수도 있다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무엇을 비느냐고 물었다. 강아지 인형 코코가 정말 강아지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그래서 누구에게 비냐고 물었다. 그건 모르겠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듯 이렇게 기도를 하면 내 마음을 듣고 있을 누군가가 소원을 들어줄 거 같아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할머니가 매일 성당에 가서 따뜻한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서 자신이 마음씨가 예쁜 아이가 된것처럼 말이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판타지라 명명한다면 #우주에서가장밝은지붕 속 판타지는 기묘한 할머니를 제외한 모두가 주변에 흔하게 마주치는 미약한 영혼들이라는 점에서 판타지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고, 그것은 읽기에 몰입도를 더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불안한 열네살 주인공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나보다 한뼘만큼 낫겠지 싶은 팔십 할머니와 믿어보기로 한다. 후퇴할 곳이 없어서 하게 된 부당거래는 밑지지 않는 결과로 증명되고 이것은 세대를 초월한 우정과 두 인물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된다. 무모한 사랑에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인물을 심어 두는 것은 인간에 외로움을 초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싶은 작가에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심심한것과 외로움에 차이에 대한 주제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심심할 틈은 없지만 외로움은 가끔 찾아오는 내게는 동의어가 아닌 두 감정이 누군가에겐 흡사하여 분간하기 어렵다는 내막을 듣고보니 인간은 때때로 감정의 속임수에 농락을 당하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가 맞는거 같았다. 내 안의 움직임을 느끼는 세포 만큼은 정주하지 않게 두고 싶은 이야기를 만났다 #사계절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