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헤어졌어 문지아이들 173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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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나를 대문자E일거라고 한다. 그르다고도 할 수 없어서 애써 부정하진 않지만 한편으로 스스로를 진단한다면 나는 내향형 인간에 가깝다. 다수의 집단 안에 놓이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건 물론이고 관계 맺기에 능한 사람도 아니다. 먼저 안부를 묻고 표현을 잘하는 곰살 맞은 성격이 타인에겐 외향적으로 비춰질 순 있지만, 고립된 동안 안정을 찾고 그 밖에는 에너지를 과하게 태워야만 하는 편이다. 사람을 따르지만 군중은 날 항시 긴장하게 한다.

그런 내게는 우정도 사랑도 난제였다. 오냐오냐형 외동딸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대인관계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나는 미련과 집착을 수없이 행했고 잘못된 사랑의 형태가 나를 얼마나 깍아내리는지 뜨겁게 경험했다. 동경과 질투에 눈이 멀기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간과 쓸개를 내어주고 허탈해하기도 하며 형제 안에서 배우지 못한 인간관계론을 시간에 값을 치루고서야 배울 수 있었다. 수치화 할 수 없는 번민에 시간을 허우적대고 나서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주장 없이 물컹한 상태로 몰아치는 폭풍우를 맞아냈더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비온 뒤 굳은 땅처럼.

이어폰에선 김광민씨의 학교가는 길이 흐른다.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메모장에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고, 몇 단락씩 읽어내려간다. 고요하지만 몽글몽글 익어가는 이야기들이 진작에 내 속에서 휘발되어 버린 줄 알았던 쩨쩨하고 풋풋한 마음이 고개를 내밀게 돕는다. 한통에 편지를 남기고 파리로 떠나버렸던 친구와의 재회도, 더 없는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내 결혼식장에 나타났을 때에도, 이억만리 타국에서 쿵쿵대며 다투고 토라졌던 친구와의 시간들도. #잘헤어졌어 의 후속편 같은 내 이야기이도 앞으로 내 꼬마에게 일어나기도 할 이 이야기에 나는 더욱 뜨겁게 박수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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