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제발’을 3번 외치면 나타나는 백꼬선생! 나도 언젠가 ‘제발’을 3번 외치고 백꼬선생을 만나보고 싶다. 이번에는 남자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법의 주문을 외쳐서 홍학 튜브를 타고 선생에게 갔다. 이번에도 역시나 사용 설명서와 (캐릭터)선택지를 주며 얼른 고르라고 말했다. 나는 선생에게 시간을 넉넉하게 주고 재촉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아이는 드디어 캐릭터를 골랐고 그건 선생이었다. 남자아이와 선생은 아이의 집으로 가서 같이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난 아이는 깜짝 놀랐다. 선생을 만난것을 꿈이라고 믿었는데 선생이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유민이의 선물을 사려고 했다. 할머니가 용돈을 주셔서 주머니에 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돈이 없었다. 돈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유민이를 주기 위해) 머리띠를 훔쳤다. 그러다 문구점에서 만난 안경 낀 형, 마스크 한 형한테 사기(괴로힘)을 당했다. 그들은 돈을 날마다 가져오라고 했다. 남자아이가 아무리 물건을 훔쳤다고 해도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협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구점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하고 쪽지도 쓰고 유민이에게 머리띠도 선물로 줬다. 다음편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백꼬 선생을 만나고 싶은 이유는 백꼬선생의 말투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백꼬 선생을 만난다면 3학년 때에 나를 괴롭히는 아이가 나타나면 그때 백꼬선생이 나타나서 나를 구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백꼬 선생은 조금 다그치는 편인거 같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건 아이가 바른 선택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나쁜 형들이 멱살을 잡아 당길 때에는 소리 호루라기로 경찰차 소리를 내어 구해줬고, 놀이공원에서 우연치 않게 나쁜형들과 마주쳤을 때에도 형들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에도 젤리 공격으로 형들을 꼼짝 못하게도 했다. 나도 백꼬선생처럼 친구가 학폭을 당하고 있을 때에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백번산고양이백꼬선생 #우리학교
3년쯤 되면 익숙해진다 하던데 나는 아직도 운전과 친해지지 못했다. 자동차와도 마찬가지다. 수단 이상의 애정을 품게되진 않는데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 어린 사람은 그렇지가 않은지 자동차와 이별하는 순간에도 큰 슬픔을 느꼈다. 반면에 새로 만난 자동차와도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 녀석은 매일 같이 “우리 어디가? 어디든 가자!”하며 사물과 정들기 단계에 시동을 거는 요즘이다. 나는 그 문장에서 <어디든>이라는 특정짓지 않는 모호한 표현이 약간 흥분되고 들떠있는 아이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어디든이라는 표현 자체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표현 같다고 생각되었다.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온전히 누일 수 있는 마음에 공간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허락된 자유이자 특권이 아닐까. 이번 #출발자동차여행 에서도 간결하고 차분한 #남윤잎 작가의 소박한 시선은 어김이 없지만 이전에 삶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엮어가는 방식이 아닌 ‘자유와 동행’ 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진다. 다소 바다, 우주, 하늘처럼 한계를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즉흥적이고 정처없는 여행은 독자로 하여금 이 자동차에 타고 있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도착지가 어디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느끼는 불안, 설렘, 흥분, 걱정에 다양한 감정들을 단순하게 풀어내며 그 감정을 신뢰와 믿음으로 조화롭게 빚어낸다. 우리의 종착지는 어디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읽으며 올 겨울, 내가 포근하게 자리할 곳이 어디일까 떠올려 보았다. #창비그림책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왕자가 소리를 질렀다. 왕자가 어린이인줄은 몰랐다. 소리를 듣고 강아지 핫독이 팬티모양 티백이 담긴 차를 들고 왔다. 왜 티백이 팬티 모양인지 몰라서 조금 웃겼지만 팬티에 전설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발칵 열었다. 악당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왕국에서 일하는 동물인 돌고래 핀도르 였다. 핀도르에 이야기를 들은 둘은 곧장 떠났다. 둘이 과연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나는 ‘눈이 많이 오는데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털뭉치들의 집이 보였다. 하지만 그건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었다. 털뭉치들이 싸온 짐을 모조리 훔쳐갔기 때문이다. 나는 털뭉치들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후회를 안고 다시 떠났다. 가는 길에 암석인을 만났다. 셋은 불을 피웠다 그런데 불에 손, 발, 코, 입, 눈이 생기더니 입으로 으그니라고 소개 이름을 소개했다. 불이 말을하고 이름이 있는게 신기했다. 넷은 함정을 건너 겨울 마녀의 성에 도착했다. 겨울 마녀의 이야기를 듣고 마녀의 잠옷을 찾으러 갔다. 왕눈이 반점에 가서 할아버지에 단서를 얻고 항구로 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거짓말 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배의 돛이 마녀의 잠옷이었다. 넷은 선장과 싸웠다. 그런데 싸우다가 이그니가 물에 파묻혔다. 숯으로 변한 이그니를 보고 우는 왕자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암석인도 돌 조각이 되어 떨어졌다. 둘은 더 이상 못보나 했는데 다행히 둘다 다시 생겨났다. 싸움에 이겨 잠옷을 다시 마녀에게 돌려주고 봄을 되찾은 다음 왕국으로 돌아가 암석인, 이그니와 헤어지는 모습이 뭉클했다. 나는 ‘싸움을 시작해 볼까’라는 문장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누가 이길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싸움이 이겨서 마녀의 잠옷을 되찾고 봄을 다시 되찾아서 성에 도착한 후 친구들과 헤어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왕자가 속상했을 거 같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로키왕자와 핫독이 도둑질 당하고 떠나고 있는데 암석인을 만났을 때는 내 과거 일과 비슷했다.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르는 남자아이가 왔다. 그래서 어쩌다 우리는 낯선 남자아이와 놀았다. 그리고 석탄이 된 이그니를 안고 펑펑 우는 왕자의 모습이 우스웠다. 표정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또 이그니는 어떻게 꼬마아이가 됐다. 할아버지가 됐다 하는 건지 궁금했다. 2권에서도 이 친구들이 나와서 모험을 했으면 좋겠다」내가 먼저 책을 검열해서 읽지 않고 아이의 독후감만으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고 싶어 꾀를 내었다. 아이는 최대한 상세하고 길게 책의 줄거리와 자신이 느낀점을 잘 적어주려고 노력했고 그녀의 글 속에서 튀어나오는 엉뚱하고 맥락 없이 뜬금없는 감정들을 통해 이 책이 아이에게 심어준 위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집 어린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습관적이고 루틴화 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함을 #드로즈왕국원정대 를 읽으며 발견하길 바란다. 초등학교 2학년 호수는 이 책을 이렇게 말했다 “1~2학년이 읽기에는 두껍고 글이 많아서 힘들 수 있어. 특히 <후회를 안고 떠난다>와 같은 문장은 해석하기 어렵거든. 이 책은 깨워야 하는 감정들이 많아서 고학년 언니들이 읽어야 할 거 같아.” #시공주니어 #끝나지않는겨울
책을 잠깐 멈추고 사진 앨범을 펼쳤다. 놀랄만치 또렷하게 그려지는 시간들이다. 옛 동네 풍경을 찾아본다. 의심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태어나 다섯살까지 살았던 다세대 공동주택에 구조를 기억한다. 이후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2년을 함께 살았던 광안리에 단독주택, 사직구장 옆 대단지 단층 아파트를 거쳐 삐삐와 시티폰 어디쯤이 걸쳐있는 시절엔 세동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부모님이 거주중인 마지막 집을 제외하고 내가 살던 곳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나의 기억까지 지워지진 않았다.타자가 홈런을 치면 방 창문을 통해 불꽃 놀이를 구경할 수 있었던 근사한 우리집은 마지막 남아있던 연탄 아파트였다. 어느 날 연탄 보관창고가 기름보일러실로 바뀌었고, 친구들과 새우깡을 사먹던 구멍가게가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재개발 건설사들이 웅성웅성 입찰관련 홍보행사를 하던 날엔 부모님들이 모두 몰려가는 바람에 동네 아이들은 함께 모여 티비를 보며 귤을 까먹었다. 집 열쇠가 없어도 앞집 현관을 두드리면 되니 걱정이 없었던 그 집은 우리가 떠난 뒤 얼마되지 않아 무너졌다.#파란대문을열면 펼쳐졌던 아련한 조각들처럼 내게도 이어붙이면 하나의 장면이 완성되는 추억들이 있다. 공중전화에 돈이 남으면 뒷사람을 위해 수화기를 올려놓고 갔던 그 뜨끈한 마음들이 머물러 있는 과거로 향하는 문에 노크를 하는 이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다 작년 겨울에 함께 본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떠올리는 나의 절친한 친구를 위해 이 책을 고이 간직해두리라 다짐한다. 그 친구는 태어나 얼마되지 않은 때부터 1988년 준공인 오래된 아파트에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허름한 외관이지만 그곳에서 매일 꿈도 꾸고 희망도 짓는다. 여름에는 짧게 겨울에는 깊이 들어오는 햇살처럼, 아슬아슬 넘칠듯 넘치지 않는 뚝배기 찌개처럼, 우리 내 삶도 오래된 집에 베인 향수만큼 익어가는 책을 만났다 #문학동네 #뭉끄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친구에 문자를 받았다. “언니, 오늘 우리 같이 잘래요?” 그날 밤에 우리는 부암동에 있는 밥과 술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저녁 식사와 반주를 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아닌 타인과 음악도 들었다. 짙은 풀 냄새가 나는 여름 밤이었다. 부암동에서 청운동을 지나 북촌까지 걸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같은 밤이라고 이야기 나눴다. 회색빛이 자욱하게 내려 앉은 것만 같은 날이었다. 우리는 친구가 관리해주는 한옥집에 도착했다. 친구는 익숙한듯 ㄷ자 형태의 집을 분주히 오갔다. 제습기의 물통을 비우고 향을 피웠다. 바삐 움직이며 친구가 말했다. 집주인이 해외출장이 잦은데 한옥은 관리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집이 망가져서 본인이 가끔 와서 이렇게 관리를 해준다고 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친구에 동선대로 시선을 옮겼다. 이슬이 내려 앉을만큼 짙은 새벽까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해무가 낀 강가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헌데 이상하게 나는 시린 바람이 불면 안아주고 싶은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적어내려간 글처럼 아득하고 어슴푸레한 기억을 건드리며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한편 본 것만 같다. 문장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서려있어 마음 또한 깊이 머무는 것은 의심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호혜적인 마음으로 상대를 껴안고 품을 때에 비로소 짙은 위로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볍지만은 않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이 책은, 불안이란 타인과의 유기적 관계가 중첩되는 시간 속에 옅어지고 간혹 증발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등장인물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쓰다듬으며 기대어 살고 있을 것이다. 인물과 사건 간에 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요소와 장치들이 이 소설에 긴장감과 궁금증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다 불현듯 맥락 없이 안개마냥 사라지는 인물들처럼 시공간을 넘나든 이야기도 막을 내린다. 독자는 아마도 이 지점에서 내가 꿈을 꾼 것인가? 하는 착각에 함께 빠질지 모른다. 내가 찾던 청소년 소설이 이런 것이다. 반항 어린 치기로 똘똘 뭉친 소년,소녀가 등장하거나 극한으로 치닫는 사고나 환경을 배경삼아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문학을 만나고 싶었다. 물결처럼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안부를 묻고, 아늑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을 안기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고도 벅찬 마음으로 가득차고, 슬프지 않은데 흐느낌 없는 눈물이 마음을 타고 내리는 책을 찾아버렸다. #시공간을어루만지면 을 통해 억지가 없이 매끄러운 전개의 책이 주는 독서에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박영란 #소설 #창비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