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문자를 받았다. “언니, 오늘 우리 같이 잘래요?” 그날 밤에 우리는 부암동에 있는 밥과 술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저녁 식사와 반주를 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아닌 타인과 음악도 들었다. 짙은 풀 냄새가 나는 여름 밤이었다. 부암동에서 청운동을 지나 북촌까지 걸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같은 밤이라고 이야기 나눴다. 회색빛이 자욱하게 내려 앉은 것만 같은 날이었다. 우리는 친구가 관리해주는 한옥집에 도착했다. 친구는 익숙한듯 ㄷ자 형태의 집을 분주히 오갔다. 제습기의 물통을 비우고 향을 피웠다. 바삐 움직이며 친구가 말했다. 집주인이 해외출장이 잦은데 한옥은 관리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집이 망가져서 본인이 가끔 와서 이렇게 관리를 해준다고 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친구에 동선대로 시선을 옮겼다. 이슬이 내려 앉을만큼 짙은 새벽까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해무가 낀 강가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헌데 이상하게 나는 시린 바람이 불면 안아주고 싶은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적어내려간 글처럼 아득하고 어슴푸레한 기억을 건드리며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한편 본 것만 같다. 문장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서려있어 마음 또한 깊이 머무는 것은 의심하거나 단정짓지 않는 호혜적인 마음으로 상대를 껴안고 품을 때에 비로소 짙은 위로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볍지만은 않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이 책은, 불안이란 타인과의 유기적 관계가 중첩되는 시간 속에 옅어지고 간혹 증발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등장인물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쓰다듬으며 기대어 살고 있을 것이다. 인물과 사건 간에 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요소와 장치들이 이 소설에 긴장감과 궁금증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다 불현듯 맥락 없이 안개마냥 사라지는 인물들처럼 시공간을 넘나든 이야기도 막을 내린다. 독자는 아마도 이 지점에서 내가 꿈을 꾼 것인가? 하는 착각에 함께 빠질지 모른다. 내가 찾던 청소년 소설이 이런 것이다. 반항 어린 치기로 똘똘 뭉친 소년,소녀가 등장하거나 극한으로 치닫는 사고나 환경을 배경삼아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문학을 만나고 싶었다. 물결처럼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안부를 묻고, 아늑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을 안기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고도 벅찬 마음으로 가득차고, 슬프지 않은데 흐느낌 없는 눈물이 마음을 타고 내리는 책을 찾아버렸다. #시공간을어루만지면 을 통해 억지가 없이 매끄러운 전개의 책이 주는 독서에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박영란 #소설 #창비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