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자동차 여행
남윤잎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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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쯤 되면 익숙해진다 하던데 나는 아직도 운전과 친해지지 못했다. 자동차와도 마찬가지다. 수단 이상의 애정을 품게되진 않는데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 어린 사람은 그렇지가 않은지 자동차와 이별하는 순간에도 큰 슬픔을 느꼈다. 반면에 새로 만난 자동차와도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 녀석은 매일 같이 “우리 어디가? 어디든 가자!”하며 사물과 정들기 단계에 시동을 거는 요즘이다. 나는 그 문장에서 <어디든>이라는 특정짓지 않는 모호한 표현이 약간 흥분되고 들떠있는 아이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어디든이라는 표현 자체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표현 같다고 생각되었다.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온전히 누일 수 있는 마음에 공간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허락된 자유이자 특권이 아닐까.

이번 #출발자동차여행 에서도 간결하고 차분한 #남윤잎 작가의 소박한 시선은 어김이 없지만 이전에 삶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엮어가는 방식이 아닌 ‘자유와 동행’ 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진다. 다소 바다, 우주, 하늘처럼 한계를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즉흥적이고 정처없는 여행은 독자로 하여금 이 자동차에 타고 있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도착지가 어디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느끼는 불안, 설렘, 흥분, 걱정에 다양한 감정들을 단순하게 풀어내며 그 감정을 신뢰와 믿음으로 조화롭게 빚어낸다. 우리의 종착지는 어디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읽으며 올 겨울, 내가 포근하게 자리할 곳이 어디일까 떠올려 보았다. #창비그림책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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