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각하는 개구리 생각하는 개구리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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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내게 인사도 하지 않고 동네 놀이터 가듯 녹아들어 참여하는 곳이 있다. 호수가 다섯 살이 될 때부터 눈여겨보았던 곳이다. 내가 매료되었던 질문은 <아이들이 철학적 대화가 가능한가요?>였다. 나는 꽤 오랜 시간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아이와의 대화를 기록했고 그것의 하나가 서평이었다.

아이의 문장은 직관적이고 이해관계가 없이 투명하다. 성장할수록 힘이 실리고 세계는 확장된다. 그것이야말로 차원을 논할 수 없는 순수함이자 깊이이다. (내가 어쭙잖게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더 좋을 텐데 내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이의 생각의 길을 정체 시킬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시선을 아이에게 맞추고 질문과 대화를 끊기지 않고 이어가질 못하는 엄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의 대화에서 주도권은 호수가 가지고 있는 편인데 대신 내게는 책이라는 무기가 있다. 나처럼 마음의 대화가 어려운 엄마들에게 #또 생각하는 개구리는 별거 아니지만 놓치고 있을지도 모를 질문들을 이어갈 무기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진선아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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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다림 청소년 문학
이선주 지음 / 다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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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여줄 어른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내 이야기를 치기나 반항으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줄 어른이 필요했다.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또래가 아닌 어른 말이다. 가끔은 이모가 되기도 했고, 과외선생님이 되기도 했지만 마음에 구멍이 났을때에 곧장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순 없었다.

답을 모르겠는 막막함이 몰려왔을때에 내가 찾았던 사람은 친구의 어머니였는데 그분은 내게 잔소리도 훈계도 조언도 아닌 그저 괜찮다는 위로를 건내셨는데 그분께는 뜻을 담은 위로가 아니었을을지라도 내겐 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을 털어놓을 존재가 생긴 것만 같은 든든함이었다.

오늘도 멀리서 이모~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해가 저물도록 호수와 놀고 있는 우리를 보고 달려 오는건 동네 어린이다. 몸통만한 가방을 메고 달려오는 모습이 버거워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간다. 녀석은 우리에게 당도하기도 전부터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다. "엄마, 놀이터에 호수랑 호수이모가 있는데 조금 놀다 가도 돼? 어...." 우리가 만남의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그 아이의 엄마를 알고 잘 지내는 사이이지만 내가 전화를 걸어 놀면 안되냐고 할 순 없다.

다만 희망사항이 있다면 그 아이가 어느 날 내게 메일을 보내오면 마음을 다해 답장을 해주고 싶다. 집에 도착하면 해내야 할 숙제 스케줄을 잘 알기에 엄마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줄수는 없지만 집에 가기 싫다는 솔직한 고백을 기억하고, 그 마음을 들어줄 동네이모가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띠링메일이왔습니다 #다림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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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되지 못하는 생각들이 있고 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들이 있다. 그것은 가끔 눈빛이나 몸짓으로 구현되기도 하는데 #바람의우아니 에서는 바람의 결, 그 바람의 온도까지 폐부에 전해질 만큼 사실적인 그림이 대신하고 있는듯 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무성한 가십들을 만들어 지는데 어떤 소식은 소문이 되어 떠돌다가 어떤 날에 사실화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 진위여부를 알고자 한다면 소문 속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다만 소문의 대상이 입을 닫아버린 후라면 나는 소리가 없는 형태로 구현되는 행위에 귀 기울이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해명이 변명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구차하여 입을 닫아 버리고 마음의 기록을 삭제해버리는 경우를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이 사실에 기인하지 않은 오해라 해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함구하고 숨고 회피해버린다. (20대의 나였다면 내 입장과 분노의 감정까지 더해 펄펄 뛰며 내 해명을 했을테지만) 그것은 내가 가족을 꾸리고 그 가족의 형태가 굳건해지고 부터 가능하게 된 방법이었는데 나를 믿고 진실을 나눌 가족이 있으니 미움 받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던 까닭이다. 침묵이 금이라는 속담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은 지나갈테고 분명 소문에 입혀진 막은 걷히게 된다.

책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독자의 몫이라면 #바람의우아니 를 읽은 나의 키워드는 침묵과 진심이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교감 할 수 있다. 자연도 사람도 온전히 느낄수 있다. 내가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이 진실되면 그것은 파장이 되어 조금 오래 걸릴지라도 닿고자 하는 대상에게 전달된다. 물론 전달된 마음이 가시적 결과물로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다. 주인공이 놓고 온 돌처럼, 마을 사람들의 바람처럼 말이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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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
한수지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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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카테고리 속 어디쯤 있을 바탕색이 외롭게 느껴진다. 내가 사직야구장 근처 아파트 38동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10살때의 감정이 겹치고 겹치고 켜켜이 포개어진다. 이 책은 마음상자 속에 잠식되어 있던 환부를 정확히 명중시켰고 슬픔이나 불안이라고 함축하기에는 복잡했던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터져나왔다. 홈런이 터지면 그 야구공과 함께 함성소리는 우리집을 향해 달려오고 야구장 위로는 터지는 불꽃놀이를 집에서 관전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지만 무지갯빛 여름밤 속 내 감정의 기억은 고독이었다.

두 페이지를 한장으로 구성한 장면들은 내가 책을 보고있는지 트레일러를 보고 있는지 헷갈릴 만큼의 생동감과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데 책의 바탕의 되는 계절의 색이 몹시도 여름을 표현하는데 내용의 아릿함은 자꾸만 내 유년기의 세밀한 감정들 속으로 다녀오게한다. 기찻길, 쌍둥이 사촌들, 그리고 그녀들의 가족, 자전거 뒷자리, 그 집의 구조, 메뚜기 튀김 - 여름방학이 지나면 집에 배달되는 편지. 사촌들의 편지는 내게 방학의 마침표 같았다. 오늘의 감정의 마침표는 책을 덮은 후의 다시 바라보게 되는 표지인것 처럼 말이다.

출판사의 서평처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 나는 뜨겁고 서글폈던 유년시절의 어느 여름날로 완벽히 돌아가 있었고 #카키 는 극심한 성장통에 몸부림 치던 무지갯빛 여름날을 소환시킨 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때의 성장통은 내게 필요충분조건 이었음을... #앳눈북스 #카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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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휠체어 밀어 주세요 장애공감 어린이 13
구드룬 멥스 지음, 카타리나 웨스트팔 그림, 유혜자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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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 함께 한 책이다. 꼭 여행에 함께 하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숙소에서 기차 안에서 짬내어 읽었다. 책을 신청할때에만 해도 장애에 대한 시선 혹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나처럼 제목의 휠체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면 이 서평을 통해 아빠로 시선을 옮기면 좋겠다. 여행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에 아이때문에- 라는 아이탓이나 핑계를 대고 있진 않은지 되짚어가며 읽어도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잉태했다면 - 이라는 가정이 맴돈다. 우리는 여러차례 기형아 검사나 양수검사를 하기도 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바란다. 너가 내 복중에 있었을 그때를 떠올려보면 오늘 네게 부린 오늘의 내 짜증은 정말 미안하기 짝이 없다. 나는 건강하게 매일 잘자고 잘먹고 잘노는 아이에게 끝없이 바라고 있다. 착착 준비하고 착착 다음순서를 알고 정리도 팍팍 해주길 말이다. 너는 아직 7살이라는 것을 망각한채 내 욕심이 앞선다. 너는 내게 인정받기 위해 눈치를 보기도 하고 실수에 혼이 날까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내가 널 눈치보게 했다는 것에 반성했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내 성질에 또 윽박을 지르고 만다.

책 속 주인공 마우지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내가 위에서 말한 아이의 다양하고 섬세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두막에 표루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가기 위해 아빠를 이해하려 하고 아빠의 마음을 움직이려 애를 쓴다. 마음의 불안한 동요마저 조각조각 섬세하지만 쉽고 솔직한 문장들은 - 나로 하여금 호수가 불안하고 곤란했을 상황들을 돌이켜보게 한다. 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 날 배려하고 있는 너의 사려 깊음을 굳이 나는 책을 통해 알아야 했나 싶은 요즘의 나를 떠올린다. 마음 내어주고 사랑을 더 많이 주는 쪽은 아이임을 알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호수네책 #한울림어린이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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