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다가 눈을 번쩍 떴는데 호수가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미안해, 너무 졸려서 일어나질 못하겠어"
👧🏻"괜찮아 엄마, 엄마는 졸리고 배고프면 짜증 나니까 나한테 짜증 내지 않으려고 자는 거잖아. 내가 알아 - 그러니까 조금 더 자도 돼" 요즘은 호수에게 간파 당하는 순간이 적잖다.
#엄마도감 을 덮고서 나는 얼마 전 절필을 선언한 육아일기를 펼친다. 호수가 자라는 시기마다의 고민을 아카이브 해둔 일기장에 나는 철마다 참 치열했다. 한동안은 밥, 어떤 시기엔 수면, 어떤 챕터엔 떼- 놀라운 것은 일기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내가 주어되어 있었다. 이제야 내가 매일 밤 일기를 쓰며 반성한 것들을 답습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호수가 내 감정에 스스로 동요되어 불안한 엄마를 관찰하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는 방법으로 엄마 노릇을 하려고 했다. 큰 가방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 다니는 것으로 - 혹은 삼시 세끼 잘 해내는 것으로 말이다. (아이의 먹지 않을 권리, 자고 싶을 때에 잘 권리를 생각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구시대적 방식으로 엄마됨을 실현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동안에 호수는 내게 계속 사랑을 퍼주고 있었다. 바라는건 오직 한가지. 화내지 않는 엄마이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밤에 덧붙여 말했다.
"엄마, 엄마얼굴에 이거- 이거 좀 없어지면 엄마가 더 예쁠거 같아. 이건 없앨수가 없나? 지우개로 지워볼까?"
그것은.....기미 #엄마도감 #웅진주니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