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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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여정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만, 내가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인간은 보물을 순식간에 잡동사니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고 하듯, 내가 의미 부여를 하면 보물이 되고,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지면 잡동사니에 불과하다는 그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30대 남성에게 어느 날 악마가 찾아와 내일이면 죽게 되지만,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 하나를 소멸시키면 하루의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악마의 제안을 해온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세상에서 소거해나갈 대상은 주인공의 선택이 아닌, 악마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살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듯, 주인공은 악마의 딜에 동참하고 전화, 영화, 시계를 하나씩 없애며 하루하루를 연장한다. 이윽고 고양이를 제거하자는 제안에 저자는 망설이는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는 분명 마지막 순간에 이 세상에 의문을 품었고,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사물과 사람과 시간, 당연하게 여겼던 그것들이야말로 나 자신을 상징하고 나답게 만드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p.222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잃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부정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잃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나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잃어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곁에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혹은 상처와 시련을 겪을수록 당연하다고 여겨온 수많은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몸소 터득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살아가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 내가 지닌 것,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인생의 가치와도 같은 맥락인듯하다.

 

나다움을 발견하고, 나다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나는 나의 삶을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보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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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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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800여 페이지의 소설도 쉴 새 없이 읽게 만드는 그의 마력은 <하늘을 나는 타이어>에서도 이어졌다.

 

사건은 아카마쓰 운송의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인도를 걷던 행인을 덮치며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걷던 30대 여성의 죽음으로 여론은 들끓었으며, 트레일러 제조사인 호프 자동차는 사고 경위를 아카마쓰사의 정비 불량으로 발표하면서 아카마쓰는 은행 융자 거부와 핵심 거래처의 계약 파기로 인해 50년 역사의 아카마쓰 운송의 운명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호프 자동차의 타이어 이탈 사고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이를 의심한 주간지 기자는 취재차 아카마쓰에게 접근해 호프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아카마쓰는 호프 자동차를 상대로 재조사를 요청하지만, 호프 자동차 측은 거절할 뿐 부품 반환 요구마저 응하지 않는다. 호프 자동차의 실상을 알아차린 젊은 직원들은 문제를 숨겨서는 안된다며 바로잡으려 하지만 윗선에서는 좌천시켜버리고, 아카마쓰사를 주거래은행을 통해 압박하고, 언론을 매수하는 등 자신들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아카마쓰의 손발을 꺾어 낭떠러지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의 횡포에 기가 막힌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실제 미스비씨 자동차 사건을 재조명한 소설이기에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재벌들이 죄를 짓고도 경영 일선에 빨리 복귀한다며 '재벌은 죄벌'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라 대기업의 부조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저자는 '대기업은 무슨 일을 해도 용서받는가?'라는 의문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인명 피해를 경시하고 힘이 약한 개인 혹은 조직에게 책임 전가하는 기업인들에게는 회생의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도 이케이도준은 까라면 까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작가임을 다시금 느낀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역시 이케이도준 특유의 사이다 한방이 녹아있는 동시에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를 어김없이 발휘한다. 위기 상황에서 선대 사장님은 이치에 어긋나는 놈은 용서하지 않는 주의였다며 곁을 지키는 참모의 말에 위로받고 아버지를 떠올리는 아카마쓰, 아버지를 흉내 냈을 뿐이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큰아들 그리고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자료를 건네주는 이들까지 위기 극복에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기대를 걸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아카마쓰는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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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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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히가시노라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슬의생의 감동을 대신해줄 소설일듯하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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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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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상실을 경험해야 소중함을 깨닫는 인간의 속성을 잔잔하게 그려낸 가슴 뭉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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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끝이야
콜린 후버 지음, 박지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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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고 느낀 상대로부터 아픈 상처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면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가 끝이야>는 틱톡 세대를 열광시킨 소설답게 빠른 호흡으로 휘몰아친다.

 

15초.

어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는 데는 15초면 충분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스물세 살의 릴리 블룸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뒤, 옥상에서 우연히 훈남 외모의 신경외과 레지던트 라일을 마주친다. 지속적인 관계를 원치 않던 라일과 성배를 찾는 릴리는 거듭된 우연 속에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빠져들어 결혼한다.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을 아무리 확신한다 해도,

때로는 파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그 확신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p.276

 

딸은 엄마의 인생을,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보면 어찌 살아갈지 안다고 했던가. 엄마랑 꼭 닮은 딸 릴리 블룸은 생김새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던 엄마의 삶의 흔적을 따라간다.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평생 엄마의 편이 되었던 릴리는 엄마가 도망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맞고사는 여자의 85%가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직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남녀 사이의 일은 둘만의 영역이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 가타부타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릴리 역시 완벽한 남편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며 아빠가 엄마를 때렸던 장면이 오버랩되며 두려움에 휩싸이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남편의 원인을 알면서 보듬으려 하지만 상처는 점점 더 커지고 만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었던 릴리의 삶은 한순간에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게 느껴지는데...

 

15분은 한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었다.

우리 엄마가 이를 경험했다.

나도 경험했다.

나는 내 딸이 이를 경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랑 네가 끝내는 거야. 우리가 끝이야. "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릴리의 엄마는 릴리에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사건이 반복될수록 한계는 모호해지다가 완전히 망각하게 된다고 말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게 한 것도 속상한데 자신의 삶을 똑 닮은 딸을 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용기를 내게 만드는 엄마라는 존재는 진정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존재인 것 같다.

 

단숨에 읽어내려간 페이지터너 소설 <우리가 끝이야>를 보는 내내 릴리를 응원했다. 릴리뿐만 아니라 폭력을 참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무엇이든 견딜 수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짊어진 무게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한 가지 더 주인공들의 외모와 운명적인 사랑을 영상으로 보고 싶어 드라마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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