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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끝이야
콜린 후버 지음, 박지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평점 :
운명이라고 느낀 상대로부터 아픈 상처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면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가 끝이야>는 틱톡 세대를 열광시킨 소설답게 빠른 호흡으로 휘몰아친다.
15초.
어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는 데는 15초면 충분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스물세 살의 릴리 블룸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뒤, 옥상에서 우연히 훈남 외모의 신경외과 레지던트 라일을 마주친다. 지속적인 관계를 원치 않던 라일과 성배를 찾는 릴리는 거듭된 우연 속에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빠져들어 결혼한다.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을 아무리 확신한다 해도,
때로는 파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그 확신이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p.276
딸은 엄마의 인생을,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보면 어찌 살아갈지 안다고 했던가. 엄마랑 꼭 닮은 딸 릴리 블룸은 생김새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던 엄마의 삶의 흔적을 따라간다.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평생 엄마의 편이 되었던 릴리는 엄마가 도망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맞고사는 여자의 85%가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직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남녀 사이의 일은 둘만의 영역이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 가타부타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릴리 역시 완벽한 남편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며 아빠가 엄마를 때렸던 장면이 오버랩되며 두려움에 휩싸이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남편의 원인을 알면서 보듬으려 하지만 상처는 점점 더 커지고 만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었던 릴리의 삶은 한순간에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게 느껴지는데...
15분은 한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었다.
우리 엄마가 이를 경험했다.
나도 경험했다.
나는 내 딸이 이를 경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랑 네가 끝내는 거야. 우리가 끝이야. "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릴리의 엄마는 릴리에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사건이 반복될수록 한계는 모호해지다가 완전히 망각하게 된다고 말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게 한 것도 속상한데 자신의 삶을 똑 닮은 딸을 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용기를 내게 만드는 엄마라는 존재는 진정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존재인 것 같다.
단숨에 읽어내려간 페이지터너 소설 <우리가 끝이야>를 보는 내내 릴리를 응원했다. 릴리뿐만 아니라 폭력을 참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무엇이든 견딜 수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짊어진 무게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한 가지 더 주인공들의 외모와 운명적인 사랑을 영상으로 보고 싶어 드라마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