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800여 페이지의 소설도 쉴 새 없이 읽게 만드는 그의 마력은 <하늘을 나는 타이어>에서도 이어졌다.

 

사건은 아카마쓰 운송의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인도를 걷던 행인을 덮치며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걷던 30대 여성의 죽음으로 여론은 들끓었으며, 트레일러 제조사인 호프 자동차는 사고 경위를 아카마쓰사의 정비 불량으로 발표하면서 아카마쓰는 은행 융자 거부와 핵심 거래처의 계약 파기로 인해 50년 역사의 아카마쓰 운송의 운명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호프 자동차의 타이어 이탈 사고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이를 의심한 주간지 기자는 취재차 아카마쓰에게 접근해 호프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아카마쓰는 호프 자동차를 상대로 재조사를 요청하지만, 호프 자동차 측은 거절할 뿐 부품 반환 요구마저 응하지 않는다. 호프 자동차의 실상을 알아차린 젊은 직원들은 문제를 숨겨서는 안된다며 바로잡으려 하지만 윗선에서는 좌천시켜버리고, 아카마쓰사를 주거래은행을 통해 압박하고, 언론을 매수하는 등 자신들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아카마쓰의 손발을 꺾어 낭떠러지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의 횡포에 기가 막힌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실제 미스비씨 자동차 사건을 재조명한 소설이기에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재벌들이 죄를 짓고도 경영 일선에 빨리 복귀한다며 '재벌은 죄벌'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라 대기업의 부조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저자는 '대기업은 무슨 일을 해도 용서받는가?'라는 의문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인명 피해를 경시하고 힘이 약한 개인 혹은 조직에게 책임 전가하는 기업인들에게는 회생의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도 이케이도준은 까라면 까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작가임을 다시금 느낀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역시 이케이도준 특유의 사이다 한방이 녹아있는 동시에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를 어김없이 발휘한다. 위기 상황에서 선대 사장님은 이치에 어긋나는 놈은 용서하지 않는 주의였다며 곁을 지키는 참모의 말에 위로받고 아버지를 떠올리는 아카마쓰, 아버지를 흉내 냈을 뿐이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큰아들 그리고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자료를 건네주는 이들까지 위기 극복에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기대를 걸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아카마쓰는 새삼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