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수학책 - 재미와 교양이 펑펑 쏟아지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서현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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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너무 힘주고 살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저자는 미분적 사고를 하면 세상의 변화를 꿰뚫어볼 수 있고 에너지 배분을 바꾸어 인생의 가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읽는 수학 책》은 수학적 사고 법을 통해 일상의 문제부터 비즈니스 전략에 이르기까지 지적 판단력을 극대화하는 수학적 사고 법을 소개한다.

 

"수학의 사고 법을 활용하면 세상 일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사고의 출발점이나 힌트를 얻기 위해 수학의 개념을 이용하면, 세상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읽는 수학책》은 읽는 수학책이다. 미분, 함수, 좌표, 확률, 집합, 증명 등 수학의 다양한 사고법을 익혀 일상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대학 가면 수학과 담쌓고 살아가는 문과생들이 많다는 에피소드에 나의 과거를 회상했다. 문과생이었던 나 역시 수능이 끝나면 대학에 들어감과 동시에 수학과 작별을 고할 줄 알았으나 필수 이수 과목에 미시·거시·통계학이 떡하니 있는 바람에 결코 떼어낼 수 없음을 실감하며 수학은 우리의 일상과 꽤나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스물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세상을 읽는 수학책》 목차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챕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 주식투자 전문가는 어떻게 거품 붕괴를 예상할 수 있었나?

▶ 미분 감각을 익히면 매 순간의 행복을 깨달을 수 있다

▶ 미분적 사고가 '교양인'의 최소 조건

▶ 철학의 '관계 주의'란 무엇일까?

▶ 평가는 창조다

▶ 문과생도 이미 사용하는 수학적 사고

 

제일 관심이 가던 챕터 '주식투자 전문가는 어떻게 거품 붕괴를 예상할 수 있었나?'라는 미분적 사고를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미분적 사고는 변화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으로,

미분은 특정 순간의 추세와 지금까지의 변화 추세의 접선의 기울기를 말한다.

위의 주가의 변동 그래프는 세로축을 주가, 가로축을 시간으로 가정한다.

주가 변동 그래프 상의 A 지점처럼 접선의 기울기가 우상향하는 양상이면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로 파악하고, B와 D처럼 수평인 경우에는 정점과 바닥임을, C처럼 접선이 가파르게 우하향을 나타내면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로 파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미분적 사고를 적용하면 A는 주식 매수 타이밍이 되고, B는 정점에 이르렀으니 매도 타이밍으로 보며, C 지점은 주가 하락세니 주식 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D는 바닥을 치고 더 이상 하락할 힘을 잃었으므로 저점에서 매수해 대박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신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평선, 지지선, 추세선을 아무리 들여다본다 한들 호재는 없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악재에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는 주식시장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종목 분석에 기술적 분석과 이슈를 더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미분적 사고를 접목시킨다면 매수 · 매도 타이밍을 잡기 좀 더 쉬워질 것 같다.

 

수학책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챕터에 호기심이 가 선택했던 《세상을 읽는 수학책》은 수학 전공자가 아닌 사이토 다카시의 글발로 수학 교과과정에서 배웠던 미분, 함수, 확률, 집합 등의 수학 속성을 일상 속 이야기에 녹여내 책장이 재밌게 넘어간다.

 

이를테면 정리 정돈에 능한 사람은 수학적 사고로 에너지 절약 사고법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던가, 좌표 축을 고안한 사람이 철학의 대가 르네 데카르트였다고 소개하며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켜 준다. 세상의 트렌드를 읽고 통찰력을 높이고 싶다면, 일독해도 충분히 교양을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으로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인생 곡선을 상승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을 배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의 현재 속도를 파악하고, 어떻게 가속도를 높일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 에너지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내가 나를 바로 알고,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성공한 인생의 출발지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하나로 귀결되는 듯하다.

 

수학적 사고책인 사이토 다카시의 《세상을 읽는 수학책》을 읽다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책장에서 꺼내 읽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데카르트도 연습해서 이성을 익혔다고 하듯, 수학적 훈련을 통해 이성을 익히고 세상을 깊이 이해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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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 - 싫은 놈을 역이용하는 최강의 보복 심리학 변화하는 힘
멘탈리스트 다이고 지음, 조미량 옮김 / 북스토리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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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 생각했는데 싫은 놈을 역이용하는 최강의 보복 심리 기술이라는 말에 읽고 싶어진 책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복수를 적극 권장하는 응징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사람의 심리를 통해 골치 아픈 인간관계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무려 8년간 괴롭힘을 당했던 저자는 스스로 바뀌어야겠다는 강한 결심을 한다. 중 2 때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에게 대갚음해 준 뒤로, 자신을 완전히 바꾸려고 노력해 인생을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아울러 한번 괴롭힘을 당하고 나면 인생을 사는 동안 두렵지 않다며 극복하면 괴롭힘당한 쪽이 압도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저자가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괴롭힘이나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해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자녀를 통제하려는 부모 아래 자라고 있었다. 부모가 부정적이고 빈정거리는 듯한 표현으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조정하면 아이의 삶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정신건강도 나빠진다. 또한 이들은 괴롭힘을 당했을 때 말하지 않고 참거나 주변에서 도와줄 때까지 기다리기 쉽다고 한다. 모욕을 당하기 때문에 부모를 의지하지 못하고 남과 제대로 거리를 두지도 못하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공격적 성향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아이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부모가 양육한 아이들은 괴롭힘 문제를 안게 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인간의 행복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인간관계에서 결정 난다고 하듯, 성가신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좋은 사람은 나의 곁에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는 싫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게 하는 방법, 의욕과 자신감, 그리고 좋은 관계를 일주일 만에 만드는 방법, 정말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 등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보물 같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팁을 전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선택한 인간관계인 선택적 인간관계와 회사 동료나 학교 친구, 친척 등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나 환경상 만나야 하는 인간관계인 폐쇄적 인간관계로 나뉜다는 것이다. 선택적 인간관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인생에 가치가 되는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기에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선택적 인간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친한 친구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다. 단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으나, 친한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는 데 중요한 것은 시간뿐이라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함께한 시간이 50시간을 초과하면 가끔 얼굴 보는 정도의 친구가 되고, 대략 90시간을 함께 보내면 함께 있으면 즐겁거나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친밀한 친구는 평균 2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욱이 어떤 대화를 하느냐,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상관없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절친이 되기도 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나이 들수록 결이 같은 사람에게만 나의 시간을 할애하게 되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에서 저자는 인간관계를 크게 변화시키려면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나, 너는 너라고 생각하게 된 후에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인간관계는 쉬운 법이 없다. 그러나 내가 수면 부족이면 시니컬해지고,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의 외향적인 모습은 상대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하지 않고 우위에 서고 싶다면 웃는 얼굴과 호감을 주는 외모를 겸비하고 적절한 수면을 통해 정신 상태를 바르게 하는 것이 먼저다. 스스로에게 자기긍정감이 생기면 상대방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지면 날카롭지 않고 원만한 기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신용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인간관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신용 프리미엄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인 척 공격하는 사람과 성가신 사람을 퇴치하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대화의 스킬을 터득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유리 멘탈에서 벗어나 강철 멘탈리스트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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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햄릿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영열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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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은 삶과 죽음 그리고 복수에 대해 우유부단한 인간 햄릿의 고뇌로 그려낸 명불허전 최고의 고전 문학작품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혼령이 알려준 대로 아버지가 숙부에게 살해당하고 숙부가 왕비를 유혹하는 장면을 연극으로 올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상황을 만들며 복수를 꿈꾼다. 이에 격노한 왕은 햄릿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함께 'to be or not to be'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평소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인 동시에 이분법적 사고를 하던 햄릿의 고뇌와 성장기를 그려낸다. 선과 악의 구분, 광기와 거짓, 있음과 없음이라는 양면성의 굴레에서 명분만을 찾고 있는 자신의 한계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끝내 명예를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며 마지막을 비극으로 장식한다.

 

시키고 플랜은 시카고 대학을 명문학교 반열에 오르게 한 고전 철학 독서 교육 프로그램이다. 존 스튜어트 밀 식의 독서법을 따라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을 졸업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독서 교육에 집중했다.

 

단순히 고전을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시카고 플랜은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정하고, 인생의 모토가 될 수 있는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여, 발견한 가치에 대한 꿈과 비전을 키워나갈 것을 권했다. 다시 말해서 고전 문학을 인생의 나침반 삼아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훈련을 시켰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카고 플랜의 1권을 《햄릿》으로 시작한데 의미가 있어보인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문장을 남긴 작품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고도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인간사 최고의 비극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은 햄릿은 더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어 오필리아와의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끝내고 아버지의 복수에 혈안이 된다. 단순히 숙부를 죽이려던 복수 계획은 햄릿과 그의 연인 오필리아와 연관된 이들이 모두 죽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햄릿은 인간사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아마도 햄릿의 시사하는 바는 인생은 우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악행은 아무리 감추려 애써도 드러나기 마련이며 복수의 끝은 비극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세상을 알아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듯,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세상을 구분할 수 없으며, 주저하고 망설이게 된다는 점을 햄릿을 통해 그려낸다. 그 외에도 영원한 사랑과 충성이 없음을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플로니어스의 죽음을 경솔하게 참견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찔한 교훈도 남긴다.

 

"우리의 의지와 운명은 늘 엇갈리기 마련이어서

계획한 것은 늘 무너지고,

생각은 우리 것일지라도

그 결과는 우리 뜻과 다를 수 있다는 거요." p.111

 

"습관이란 괴물과 같아서 악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천사와 같은 면도 있어서

처음에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도

어느새 몸에 잘 맞는 법이랍니다.

오늘 밤만 잘 참으면

내일은 더 쉬워지고

모레는 더더욱 쉬워질 거예요.

습관이란 타고난 성격도 변하게 하고,

마귀를 몰아내는 놀라운 힘도 있습니다. " p, 136

 

미래와 사람 시카고 플랜 시리즈의 《햄릿》은 햄릿과 등장인물들의 장면이 잘 그려지듯 읽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400여 년 전 작품이라 유독 주석이 많다고 한다. 이에 역자는 술술 읽히는 책을 만들자는 일념 하에 시선 분산으로 무대화를 상상하는 방해요소를 원천 차단하려고 단 한 개의 주석도 달지 않았다는 점도 신선하다. 다만, 시카고 플랜의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부록이 수록되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고전문학 탐독이라는 자체 시카고 플랜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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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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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한방이 있는 사이다 작가 이케이도 준의 신작 《노사이드 게임》은 이미 드라마로 흥행에 성공한 소설로, 비즈니스 미스터리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재미를 더해 영화를 본 듯 생생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노사이드 게임 No Side Game

완벽한 승부 후엔 적도 아군도 없다는 럭비 정신

 

도키와 자동차의 경영전략본부의 기미시마는 라이벌과 같은 다카가와 상무가 추진하던 기업 인수 건에 반대하며 요코하마 공장의 총무부장으로 좌천되면서 시작한다. 요코하마 공장의 총무부장은 도키와 자동차 럭비팀 아스트로스의 제너럴 매니저 GM 업무도 겸하고 있다는 것. 럭비 문외한 기미시마에게 당장 감독 인선부터 시작해 매년 16억 앤의 적자를 보고 있는 아스트로스 럭비팀의 예산 승인이라는 중대 과제 등 연일 시험대에 오르지만, 프로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난관을 헤쳐나간다. 더불어 새로 신임된 감독의 패기와 지난 시즌 고전을 겪은 아스트로스의 드라마틱한 성장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며 감동을 준다.

 

《변두리 로켓》, 《한자와 나오키》, 《하늘을 나는 타이어》 등 섬세한 심리묘사와 기업의 존폐 위기에서 짜릿하게 회생하는 이케이도 준의 플롯을 애정 한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은 이케이도준의 스타일이 아니듯, 《노사이드 게임》에서도 '열세에 놓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능력이 시험받는다'라고 풀어냈듯,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여 무서운 저력으로 통쾌한 복수는 물론 난관들을 극복하며 이윽고 기사회생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이케이도 준에게는 직장인들의 마음에 뜨거운 에너지를 지피는 마력이 있는 걸까. 흔들리는 조직을 단결시키는 진정성 있는 스피치,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합, 돌발 변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재미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훈훈한 사회를 그려낸 것은 그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재밌게 보았다면 망설이지 않고 《노사이드 게임》을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럭비 문외한도 얼마든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인 것은 물론이고, 압도적인 흡입력 덕분에 초집중하며 쉼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특히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스포츠 경기 관전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진심은 언제나 상대에게 전해지지. 정신적인 성장은 팀에 아주 큰 힘이 돼. 기술이나 체력을 아무리 단련해도 그에는 못 미치지. 럭비를 모르는 녀석이 어떻게 제너럴 매니저를 할까 싶었는데 말이야. 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군." p.137

 

선과 악이 뒤바뀌었다기보다 인간의 감정은 원래 이원적인 데 그치지 않고 색으로 따지면 그라데이션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그 미세한 기울어짐과 배분은 다양한 환경과 사건에 따라 색조를 바꾸며 그 사람만의 독자적인 색조로 변화하는 게 아닐까.

 

항상 선인인 사람도, 또 악인인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조직도 바뀐다.

p.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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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이었을 때
앰버 가자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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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햇살은 철학 책을 손에 쥐게 하기도 하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을 찾게 된다. 《내가 당신이었을 때》는 켈리 메디나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명의 여자의 모성애와 반전 스토리가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소설이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10월 초의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아들 아론을 잃었지만 여전히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는 엄마 켈리 메디나. 그녀에게 우연히 걸려온 전화에 동명이인이 근처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그녀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켈리는 아론의 의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그 여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았더라면...

자기가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알지 않았던가?

거짓말.

바람.

학대.

라파엘이 우리 모두를 망쳤다.

앰버가자의 《내가 당신이었을 때》 中

 

《내가 당신이었을 때》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전개와는 다르게 중반부에 설마~하게 되는 순간부터 반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당신이 아론에게 한 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라파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시작한 일이었다.

그가 바로 이 모든 일의 원인이었다.

그가 아랫도리 간수만 잘했더라도 우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p. 412

 

서서히 사건의 얼개가 드러나며 이 모든 비극이 남편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다소 뻔뻔해 보이는 라파엘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저자의 흡입력 있는 필체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스릴러 소설은 감상이 길어지면 스포일러가 돼버리기에 반전의 반전은 책에서 제대로 느껴보시기를. 개인적으로는 앰버가자의 다른 책도 호기심이 가게 만든 책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마도 모든 게 나의 계획대로 된다고 착각하는 순간이 아닐런지. 갑자기 뉴페이스가 나의 삶에 스며든다면 의심의 눈길을 가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아찔한 교훈을 남긴다.

 

가을볕과 함께 술술 넘어가는 심리 스릴러소설을 찾는다면 시간 순삭 소설로 《내가 당신이었을 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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