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햇살은 철학 책을 손에 쥐게 하기도 하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을 찾게 된다. 《내가 당신이었을 때》는 켈리 메디나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명의 여자의 모성애와 반전 스토리가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소설이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10월 초의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아들 아론을 잃었지만 여전히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는 엄마 켈리 메디나. 그녀에게 우연히 걸려온 전화에 동명이인이 근처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그녀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켈리는 아론의 의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그 여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았더라면...
자기가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알지 않았던가?
거짓말.
바람.
학대.
라파엘이 우리 모두를 망쳤다.
앰버가자의 《내가 당신이었을 때》 中
《내가 당신이었을 때》는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전개와는 다르게 중반부에 설마~하게 되는 순간부터 반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당신이 아론에게 한 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라파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시작한 일이었다.
그가 바로 이 모든 일의 원인이었다.
그가 아랫도리 간수만 잘했더라도 우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p. 412
서서히 사건의 얼개가 드러나며 이 모든 비극이 남편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다소 뻔뻔해 보이는 라파엘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저자의 흡입력 있는 필체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스릴러 소설은 감상이 길어지면 스포일러가 돼버리기에 반전의 반전은 책에서 제대로 느껴보시기를. 개인적으로는 앰버가자의 다른 책도 호기심이 가게 만든 책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마도 모든 게 나의 계획대로 된다고 착각하는 순간이 아닐런지. 갑자기 뉴페이스가 나의 삶에 스며든다면 의심의 눈길을 가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아찔한 교훈을 남긴다.
가을볕과 함께 술술 넘어가는 심리 스릴러소설을 찾는다면 시간 순삭 소설로 《내가 당신이었을 때》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