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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햄릿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영열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8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은 삶과 죽음 그리고 복수에 대해 우유부단한 인간 햄릿의 고뇌로 그려낸 명불허전 최고의 고전 문학작품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혼령이 알려준 대로 아버지가 숙부에게 살해당하고 숙부가 왕비를 유혹하는 장면을 연극으로 올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상황을 만들며 복수를 꿈꾼다. 이에 격노한 왕은 햄릿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함께 'to be or not to be'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평소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인 동시에 이분법적 사고를 하던 햄릿의 고뇌와 성장기를 그려낸다. 선과 악의 구분, 광기와 거짓, 있음과 없음이라는 양면성의 굴레에서 명분만을 찾고 있는 자신의 한계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끝내 명예를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며 마지막을 비극으로 장식한다.
시키고 플랜은 시카고 대학을 명문학교 반열에 오르게 한 고전 철학 독서 교육 프로그램이다. 존 스튜어트 밀 식의 독서법을 따라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을 졸업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독서 교육에 집중했다.
단순히 고전을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시카고 플랜은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정하고, 인생의 모토가 될 수 있는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여, 발견한 가치에 대한 꿈과 비전을 키워나갈 것을 권했다. 다시 말해서 고전 문학을 인생의 나침반 삼아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훈련을 시켰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카고 플랜의 1권을 《햄릿》으로 시작한데 의미가 있어보인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문장을 남긴 작품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고도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인간사 최고의 비극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은 햄릿은 더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어 오필리아와의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끝내고 아버지의 복수에 혈안이 된다. 단순히 숙부를 죽이려던 복수 계획은 햄릿과 그의 연인 오필리아와 연관된 이들이 모두 죽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햄릿은 인간사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아마도 햄릿의 시사하는 바는 인생은 우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악행은 아무리 감추려 애써도 드러나기 마련이며 복수의 끝은 비극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세상을 알아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듯,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세상을 구분할 수 없으며, 주저하고 망설이게 된다는 점을 햄릿을 통해 그려낸다. 그 외에도 영원한 사랑과 충성이 없음을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플로니어스의 죽음을 경솔하게 참견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찔한 교훈도 남긴다.
"우리의 의지와 운명은 늘 엇갈리기 마련이어서
계획한 것은 늘 무너지고,
생각은 우리 것일지라도
그 결과는 우리 뜻과 다를 수 있다는 거요." p.111
"습관이란 괴물과 같아서 악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천사와 같은 면도 있어서
처음에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도
어느새 몸에 잘 맞는 법이랍니다.
오늘 밤만 잘 참으면
내일은 더 쉬워지고
모레는 더더욱 쉬워질 거예요.
습관이란 타고난 성격도 변하게 하고,
마귀를 몰아내는 놀라운 힘도 있습니다. " p, 136
미래와 사람 시카고 플랜 시리즈의 《햄릿》은 햄릿과 등장인물들의 장면이 잘 그려지듯 읽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400여 년 전 작품이라 유독 주석이 많다고 한다. 이에 역자는 술술 읽히는 책을 만들자는 일념 하에 시선 분산으로 무대화를 상상하는 방해요소를 원천 차단하려고 단 한 개의 주석도 달지 않았다는 점도 신선하다. 다만, 시카고 플랜의 독서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부록이 수록되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고전문학 탐독이라는 자체 시카고 플랜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