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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유튜브 누적 조회수 8000만 영화 유튜버이자 영화 칼럼니스트인 라이너가 영화 속에 녹아있는 철학자들에 대해 소개하는 책 <철학 시사회>는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등 11명의 철학자를 11편의 영화와 콜라보 해 영화를 한층 깊이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제일 먼저 소개된 영화는 마블의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페어링 된다. 라이너는 아이언맨의 눈물이 황홀한 이유가 바로 비극의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얘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비극을 미토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미토스는 발견, 급전, 파토스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발견은 주인공이 진실을 깨닫는 것을 의미하고, 급전은 목표한 행동의 효과나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연성이나 필연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파토스는 비극을 자아내는 행위 자체를 일컫는다.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비극은 타노스와 그의 군대를 '발견'하면서 위협을 느끼며 시작되고, 이에 강력한 슈트와 인공지능을 만드는데 몰두하는 행위 '파토스'가 일어난다. 지구를 지키려는 의도로 개발된 울트론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사악한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며 급전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영웅의 서사에 환호하고 비극에 끌리는 걸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은 발전, 급전, 파토스를 통해 관객에게 연민과 두려움의 감정을 일이키고 나아가 정서적 공감이 형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와 같이, 우리는 히어로물을 보면서 주인공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난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그들의 서사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해소할 수 없는 마음 속 응어리들을 영화속 주인공들이 비극의 상황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이성을 초월한 자유를 느끼며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히어로의 실패가 반복되며 결국 타노스의 승리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칼럼니스트답게 무시무시한 악당 타노스 역시 승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에 비극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딸 가모라와 부하들 그리고, 자신의 몸 절반을 대가로 목표를 성취하였으며 엔딩에서 씁쓸했던 그의 모습에서 비극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히어로와 빌런의 희비가 엇갈리지만 비극에는 온전한 승자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블 히어로물은 비쥬얼,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로 가볍게 보는 편인데, 영화 안에 내포된 철학적 의미를 곱씹으면서 감상하니 새롭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그래비티』, 『12인의 성난 사람들』, 『매트릭스』, 『기생충』, 『내부자들』 등등 명작들 안에 시대를 초월한 철학자들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철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는 즐거움을 <철학시사회>로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