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 순한 맛부터 매운맛까지 소설책부터 벽돌책까지 전천후 지식인이 되는 책읽기
이시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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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들이 믿고 찾는 큐레이터 북튜브 <시한 책방>은 무려 6만여 명의 구독자가 사랑하는 채널로 운영자 이시한은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에 『해리 포터』부터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소설, 과학, 고전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분야의 경계를 넘어 어떤 책이든 다 읽은 것처럼 만들어주는 독서 레슨으로 안내한다.

 

내가 밤새워 읽은 책은 어떤 책인지, 기억에 남는 고전은, 의미 있는 베스트셀러· 밀리언 셀러 책은 어떤 책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고, 이 책들은 어떤 시대 흐름을 지니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마저 대다수의 책장에는 꽂혀 있지만 완독률은 3% 남짓 되는 책 <정의란 무엇인지>가 베스트셀러가 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2000년 파울로 코엘료 앓이를 하게 만든 책 <연금술사>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가 책의 메시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 꼽는다. 아울러 명불허전 전 세계 고전인 <어린 왕자>가 모호함 덕분에 시대가 바뀌어도 달리 해석되면서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고전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리가 읽어왔던 수많은 책들이 인생 책, 고전, 밀리언셀러, 과학 책, 벽돌 책등 분류에 따라 소개되며 책 세상으로 한바탕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이외에도 예술사 비하인드스토리 못지않은 책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로 재미를 더한다. 『위대한 개츠비』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군인에게 보급하는 진중문고에 선정되는 운과 함께 참전 군인 개츠비가 거부로 성공하고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꺼져 버리며 대공황과 맞물리는 시대적인 공감대가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 배경이라 소개한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오해 사례로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서울대를 준비하는 모범생 캐릭터가 '자신이 1등 하고 싶은 이기적 욕망에 충실한 것이 이 책에 의하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독서토론 장면을 잘못된 해석의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제목의 오해로 인해 리처드도킨슨이 '불멸의 유전자' 혹은 '이타적인 운반자'라는 제목으로 해야 했을지 모르겠다는 서문을 수록해 눈길을 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고, 그런 특성 때문에 개체 간에는 이타성이 나타나며, 개체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유전자 보존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독서 패턴 자체가 책 편식이 없는 데다 권수에 집착하기보다는 책에서 에센스를 뽑아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읽다 보니 독서가 점점 더 즐거워지고 다독하기 수월해지는 것 같다. 평소 책을 고를 때도 문학 인문 경제 등 고루 돌아가며 읽는 편이다. 선호하는 분야만 읽다 보면 생각이 편향될 수 있기에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 과학 책 같은 별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1년에 100~ 200권 이상 완독하다 보니 주변에서 책 추천을 부탁하거나 인생 책이 무엇이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럴 때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독서량이 늘고 특히 양서를 많이 접함에 따라 인생 책도 리스트에 계속 추가되어 한 권을 딱 꼽아서 얘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 책은 매년 바뀌는 것이 좋다'라며 인생 책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아껴 두지 말고, 오히려 과감하게 남발하라고 권한다. 매년 인생 책이 바뀐다면 그만큼 자신의 독서 경험이나 생각의 폭이 성장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왜 인생 책인지' 답하는 과정에서 이미 읽은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덧붙인다.

 

아직 책 읽기가 습관이 되지 않았다면, 완독에 집착하지 말고 관심 있는 분야를 시작으로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으면서 수시로 책을 읽는 환경을 조성하면 자신만의 책 읽는 루틴이 만들어진다. 독서하면서 오롯이 느끼는 힐링을 만끽해 보면 아마도 책 읽는 재미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은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아직 방향 잡기 어려운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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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
이호정(하오팅캘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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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다이어리를 알차게 작성해 봐야겠다 다짐하던 차에 <하오팅 캘리의 슬기로운 기록 생활>이 눈에 들어왔다. 연초마다 기록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되자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위한 다이어리에는 빈칸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은 어떻게 기록하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록이란

누군가의 딸이자 친구, 작가, 선생님이 아닌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자 존재"

 

귀찮고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무엇 하나라도 노트에 남겨둔다면 좋았던 순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기록으로 붙잡아 간직할 수 있다. 그 순간의 멈춤 덕에 좋았던 순간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게 도니다. 아, 나는 그래서 기록을 하고, 또 꾸준히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p.6

 

저자는 의미 없는 기록은 없다며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권한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써넣을 준비만 되어있다면 우리는 기록을 통해 한 층 더 단단해지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노트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 것부터가 그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기록은 내가 그날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일이다. 정말 별거 안인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일을 끝내고 체크할 때 생기는 작은 성취감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나아가 '내 삶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내게 기록은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p.50

 

저자가 작성한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을 보고 있으니 한 줄 요약으로 일정을 쓰는 것보다 짧게라도 나의 느낌과 생각을 함께 기록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왕년에 문구덕후였던 나는 하이텍 씨를 컬러별로 가득 담아놓고, 각양각색의 포스트잇과 메모지들을 구비해 사용하고는 했었다. 이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포스트잇과 사무 용품에 길들어져 예전만큼 구매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교보문고나 여행지에서 예쁜 문구류를 발견하면 설레고 담아오기도 한다. 저자의 다꾸 꿀팁들을 둘러보면서 다꾸의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와 저자의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최애펜과 나의 다이어리를 채워나갈 아이들을 비교해 봤다. 몇 년 전부터 인가 스테들러 펜을 애용했는데 저자 역시 스테들러 펜을 추천하니 반가웠다. 조만간 스테들러 피그언트라이너 구매각이다.

 

저자는 다이어리를 막 쓰는 것과 기록용으로 나누어 사용하는데, 나는 집에서 사용하는 다이어리와 회사에서 사용하는 다이어리가 다르다. 나름 깔끔쟁이라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집에서 사용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회사 다이어리는 회사에서 지급하거나 거래처에서 선물한 다이어리에 회사 업무에 관련된 일만 기록하고, 집에서는 스타벅스 프리퀀시로 받은 몰스킨 다이어리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들로 채우고 있다.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두면 이따금 나의 과거를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공사다망하기에 열정이 오를 때는 바짝 작성하다가 또 하루하루 빈 페이지가 늘어나게 된다. 페이지가 빈 다는 건 나의 기록이 점점 옅어진다는 얘기라 조금은 씁쓸하다.

 

회사용과 개인용을 나눠 놓으면 좋은 이유는 처분하기 자유롭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에 몇 년간 회사에서 사용해왔던 다이어리들을 다 버렸다. 투 두 리스트부터 미팅 일정 프로젝트 진행 계획 등 나의 고된 업무 스케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지만, 회사 일은 회사일이고, 나의 삶은 나의 삶이라 나의 수고를 토닥여주면서 과감히 처분했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면 아마도 버리는데 조금 더 망설였을 테지만, 업무기록 위주라 연연하지 않고 1000개 버리기의 챌린지의 일환으로 투척하니 한결 홀가분함을 느꼈다. 올해는 또 어떤 일들로 나의 삶이 채워나갈지 기대하며 알록달록 재밌는 슬기로운 기록 생활을 해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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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필로소피 -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장원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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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루틴에 하나의 항목이 추가되었다. 바로 QT 하듯 '매일 아침 철학 한 문장 읽기'다. 미라클 모닝하면서 아침 시간에 여유를 확보하고 아침을 깨우는 말씀에 이어 실용적인 지혜로 채우고자 시작한다. 『데일리 필로소피』는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의 명문장을 하루에 한 문장씩 소개하며 삶에 적용시키기를 권하기에 아침을 여는 철학책으로 안성 맞춤이다.

 

지난 봄 『스토아 수업』으로 우리의 삶에 철학을 깊숙이 스며들게 한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매일 하루에 한 문장씩 소개하며 삶에 적용하기 쉽도록 해설을 더한 신작 『데일리 필로소피』로 돌아왔다. 저자는 기계적인 반복을 타파하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년의 주기에 맞춰서 1분기를 철학자처럼 아침을 시작하는 법으로 시작해 나를 지키면서도 단단하게 관계 맺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에 용기를 더하는 말들, 매일 저녁 나의 하루를 의미있게 만드는 질문들로 분기별로 나누어 자신을 돌아보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도록 구성했다.

 

"철학은 이때 시작된다.

자신의 지배적 도덕원칙에 관해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할 때."

-에픽테토스, 대화록, 1.26.15

 

이처럼 철학은 인간을 인도하는 합리성을 훈련하고자 할 때, 감정과 믿음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에 의문을 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철학이 시작된다고 한다. p.75

 

여전히 수많은 이가 스토아 철학을 찾는 이유는, 스토아 철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치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데 쓸모있는 실용적인 답을 찾는 학문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데일리 필로소피는 이미 익숙한 문장들이지만, 주옥같은 문장들이라 여전히 한번에 소화하기는 버겁다. 다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소화시키고 싶어 성경책과 함께 침대 맡에 자리해 놓았다.

 

황제가 되려고 하지 말라. 권력에 물들지도 말라. 이런 일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하고, 선량하고, 순수하고, 품위있고, 가식 없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 정의의 친구가 되고, 신을 공경하고, 자애롭고 다정하며,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을 공부하면서 희망했던 사람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라. 신을 두려워하고 이웃을 돌보라. 인생은 짧다. 우리가 삶에서 거둬들여야 하는 수확물은 건강한 인격과 공공의 선을 위한 행동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6.30 p.11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알다시피 황제이자 당대 최고의 부자였으며 가장 강력한 군대를 이끄는 장군으로 로마 시민에게 신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다. 그의 명상록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였기에 권력과 부의 정점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정점에 이르고자 하는 이유는 자유를 얻기 위함이지만, 정작 성공과 부의 정점에 이른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그들의 성취는 자유의 댓가임을 목도하게 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걸까. 나의 삶이 좋은 습관으로 채워져 보다 유익한 삶이 되길 바라며 스토아 학파의 기본 원칙을 되새겨 본다.

 

★스토아 학파의 기본 원칙★

- 정확하게 인식하라

- 적절하게 행동하라

-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기꺼이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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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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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이었던 『푸른 실타래』의 앤 타일러의 소설 『클락 댄스』는 엄마의 온전한 사랑에 목말랐던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 살다가 사별하고 또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만,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된 한 여인의 인생을 따스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클락 댄스』는 1부 1967년, 1977년, 1997년 그리고 2부 2017년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7년은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당혹스러웠던 10대 소녀 시절의 윌라의 모습을, 1977년은 21살의 대학생 윌라가 남자친구 데릭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청혼을 받으며 대학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서 결혼과 학업의 양자택일의 순간을, 1997년은 교통사고로 남편이 사망하면서 아들 둘과 가정을 지키려는 40대 윌라의 모습을 그려낸다. 윌라는 아버지가 엄마를 먼저 보내며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극복했는지 처음 듣게 된다. 비록 그의 부재감을 느끼긴 하지만, 데릭이 없는 일상적인 슬픔에 익숙해진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윌라는 새로운 남편 피터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2017년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괴팍한 엄마와 온순한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난 윌라는 지금껏 자신의 의지와 생각보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2017년 낯선 이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이 그녀의 삶을 운명처럼 바꿔 놓는다.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알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 벌리고 다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일레인, 이제 그만하고 잊어버려."

그러고 나서 윌라는 그렇게 매몰차게 말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윌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일레인에게 어떤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윌라가 달리 뭘 할 수 있었을까? 윌라 역시 엄마 때문에 그렇게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가? p.100

 

클락 댄스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시간여행자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나? 란 생각을 했는데, 소설은 과거 인생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서 우유부단했던 그녀의 과거를 돌아보며 윌라가 주체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결단의 과정을 보여준다.

 

때때로 윌라는 다른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반평생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반평생보다 더 많은 날을 그렇게 보낸 것 같았다. 처음엔 데릭이, 다음은 피터가 앞만 보고 돌진하는 윌라는 뒤에서 그들이 벌려 놓은 걸 치우고 사과하고 설명하며 세월을 보냈다. p.225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자아를 따라 인생의 기회를 찾은 60대 여인의 스토리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비록 자신과는 상관없는 큰아들의 전 여자 친구의 사고 그리고 그녀의 딸을 돌보기 위해 낯선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한다는 설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건가? 싶긴 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임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클락 댄스』는 피터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다가 자신이 할 일 이 남아있는 곳,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나는 윌라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새로운 환경의 도전 앞에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다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그리고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피터가 윌라에게 빨리 돌아올 것을 재촉하다가 자신이 공항에 데리러 가지 않으면 공항에서 다시 떠날 것 같다던 푸념이 투정인가? 복선인가? 했는데 결국 실현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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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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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3부작의 2부인 <명상 살인 2>는 어른들이 작은 일에 욱하는 것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최상의 기본 신뢰를 제공하지 않았음에서 비롯됨을 지적한다. 나의 내면 아이와 화해하고, 부모님을 용서할 때 나의 과거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이 여정의 마지막에 당신은 믿을 만한 파트너가 될 내면아이를 지닐 겁니다. 인생의 행복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강화시켜줄지도 모르는 파트너 말이죠. 어떻습니까?" p.73

 

마피아 보스의 변호인 비요른은 예기치 않게 마피아 보스를 살해하고 보스의 운전기사와 함께 유치원을 인수해 살면서 지하실에 드라간의 라이벌 보리스를 감금한다. <명상 살인 2>는 비요른이 아내와 딸과 함께 오른 스위스 여행길에서의 불친절한 종업원에게 감정이 폭발해 휴가가 엉망이 되고, 소소한 복수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며 시작한다. 이에 카타리나는 비요른에게 상담을 다시 받을 것을 권하면서 비요른도 몰랐던 존재 5살 금발머리 소년 내면아이를 마주하게 되는데...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 아이다.

유년 시절의 모든 상처를 지닌 내면아이는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덜거덕거림을 멈추려면 내면아이를 치유해야 한다. p.13

 

부모님이 남긴 각인이 내면 아이가 지닌 감정 상태의 원인이 되고, 내면아이의 감정 상태는 어른이 되어서 문제로 발현된다. 브라이트너 박사는 내면 아이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부모님의 어떤 신조가 내면 아이의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고, 내면아이는 어떤 신조에 저항했는지 보면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훗날 멍없는 내면아이를 품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잠재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장난을 치지 않는 내면 아이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보리스의 실종으로 비요른은 내면 아이와 팀을 이뤄 첫 과제에 도전하면서 내면 아이와 화해하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이는 부모님을 용서해야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깨닫는다. 또한 내면아이와의 화해는 다른 관계도 해결함을 몸소 느낀다.

 

"부모님은 당신에게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양육하는 과정에서 당신 영혼에 이런저런 흠집을 몇 개 남겼어요.

우린 지금 여기서 그걸 수선하는 중입니다." p.361

 

작년 여름에 <명상 살인>을 읽으면서 카르스텐 두세라는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는 명상 살인 2에서 실망시키지 않았다. 저자는 어른에게는 누구나 어린 시절의 아이가 숨겨져 있다며 비록 인생의 모든 것이 아름답지 않지만, 아름다운 것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자신의 몫임을 이야기한다. 드라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비요른의 삶과 내면에 얽힌 실타래가 상처받은 5살 내면 아이의 영혼이었다는 천재적인 발상과 더불어 촘촘한 전개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며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인간은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둘 다 깎인 면이 있다. 깎인 면 각각은 빛이 어떻게 비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반짝인다. 누군가 다이아몬드를 단 한 단어로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보통 다이아몬드의 단순함 때문이 아니라 관찰자의 단순함 때문이다. p.401

 

명상 살인은 분명 살인 사건을 다루는 페이지터너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상의 힘을 녹여내 감동을 더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명상 살인 3부에서는 비요른이 순례길로 떠난다고 하는데 카르스텐 두세는 또 어떤 장치를 심어두었을까. 비요른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에 설레면서 그의 행보가 궁금해 국내에도 빨리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문뜩 나의 내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커팅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나의 삶을 영롱하게 빛나도록 빚어 나가고 싶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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