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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
이호정(하오팅캘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올해는 다이어리를 알차게 작성해 봐야겠다 다짐하던 차에 <하오팅 캘리의 슬기로운 기록 생활>이 눈에 들어왔다. 연초마다 기록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되자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위한 다이어리에는 빈칸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은 어떻게 기록하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록이란
누군가의 딸이자 친구, 작가, 선생님이 아닌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자 존재"
귀찮고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무엇 하나라도 노트에 남겨둔다면 좋았던 순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기록으로 붙잡아 간직할 수 있다. 그 순간의 멈춤 덕에 좋았던 순간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게 도니다. 아, 나는 그래서 기록을 하고, 또 꾸준히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p.6
저자는 의미 없는 기록은 없다며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권한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써넣을 준비만 되어있다면 우리는 기록을 통해 한 층 더 단단해지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노트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 것부터가 그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기록은 내가 그날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일이다. 정말 별거 안인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일을 끝내고 체크할 때 생기는 작은 성취감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나아가 '내 삶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내게 기록은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p.50
저자가 작성한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을 보고 있으니 한 줄 요약으로 일정을 쓰는 것보다 짧게라도 나의 느낌과 생각을 함께 기록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왕년에 문구덕후였던 나는 하이텍 씨를 컬러별로 가득 담아놓고, 각양각색의 포스트잇과 메모지들을 구비해 사용하고는 했었다. 이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포스트잇과 사무 용품에 길들어져 예전만큼 구매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교보문고나 여행지에서 예쁜 문구류를 발견하면 설레고 담아오기도 한다. 저자의 다꾸 꿀팁들을 둘러보면서 다꾸의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와 저자의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최애펜과 나의 다이어리를 채워나갈 아이들을 비교해 봤다. 몇 년 전부터 인가 스테들러 펜을 애용했는데 저자 역시 스테들러 펜을 추천하니 반가웠다. 조만간 스테들러 피그언트라이너 구매각이다.
저자는 다이어리를 막 쓰는 것과 기록용으로 나누어 사용하는데, 나는 집에서 사용하는 다이어리와 회사에서 사용하는 다이어리가 다르다. 나름 깔끔쟁이라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집에서 사용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회사 다이어리는 회사에서 지급하거나 거래처에서 선물한 다이어리에 회사 업무에 관련된 일만 기록하고, 집에서는 스타벅스 프리퀀시로 받은 몰스킨 다이어리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들로 채우고 있다.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두면 이따금 나의 과거를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공사다망하기에 열정이 오를 때는 바짝 작성하다가 또 하루하루 빈 페이지가 늘어나게 된다. 페이지가 빈 다는 건 나의 기록이 점점 옅어진다는 얘기라 조금은 씁쓸하다.
회사용과 개인용을 나눠 놓으면 좋은 이유는 처분하기 자유롭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에 몇 년간 회사에서 사용해왔던 다이어리들을 다 버렸다. 투 두 리스트부터 미팅 일정 프로젝트 진행 계획 등 나의 고된 업무 스케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지만, 회사 일은 회사일이고, 나의 삶은 나의 삶이라 나의 수고를 토닥여주면서 과감히 처분했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면 아마도 버리는데 조금 더 망설였을 테지만, 업무기록 위주라 연연하지 않고 1000개 버리기의 챌린지의 일환으로 투척하니 한결 홀가분함을 느꼈다. 올해는 또 어떤 일들로 나의 삶이 채워나갈지 기대하며 알록달록 재밌는 슬기로운 기록 생활을 해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