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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ㅣ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평점 :
JTBC의 특파원 25시에 출연하며 화제의 도슨트로 자리매김한 그림 읽어주는 이창용 도슨트의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프랑스 미술관 갈 때 꼭 알아두어야 할 그림 이야기를 소개하며 나만의 작품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두 번밖에 방문하지 않았기에 많은 작품을 다 감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감탄하며 감상했던 작품은 당시 추억을 회상하게 했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작품들도 두루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옆에 있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이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큰 작품이자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종교화라는 타이틀이 있음에도 시간을 할애해 감상하지 못했던 작품 「가나의 혼인잔치」 등 미처 내 마음에 저장되지 못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무엇보다 작품 감상의 백미는 도슨트의 작품 해설이 한몫하는데, 저자의 차분한 문체와 해박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 및 작품 설명은 덕분에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혁명의 상징인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일반적으로 민중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 국기를 든 여성에 주목하게 된다. 남성들 사이에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도 눈에 띄지만, 가슴을 훤히 드러낸 모습으로 중앙에 위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 이 작품을 보면서 다들 옷을 입고 있는데 왜 이 여성만 유독 가슴을 드러내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예전에 프랑스 여행 당시 가이드는 당대 여성의 신분으로는 남성보다 선두에 설 수 없었지만, 가슴을 드러냄으로써 혁명의 상징이자 자유의 항변을 드라마틱 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의구심이 해소되었다.
저자는 당대 고전주의 회화에는 여신을 나체로 그리던 암묵적 특징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그녀가 쓰고 있는 프리기아 모자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자유의 여신 '리베르타스'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리기아 모자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노예가 돈을 벌어 자신의 몸값을 치로고 나면 자유를 얻었다는 징표로 쓰던 모자로, 프리기아 모자는 곧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한동안 유럽에서 자취를 감췄던 프리기아 모자는 프랑스 혁명 때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프랑스 정부 공식 문장은 물론이고, 콜롬비아 국장, 아르헨티나 국장, 미국 상원 의원 문장에도 프리기아 모자가 등장한다. 아울러 스머프가 쓴 모자 역시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있다며 도안으로 소개해 프리기아 모자는 자유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이 밖에도 인상파 화가들의 성지인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밀레와 모네, 마네 등의 작품은 물론이고 쿠르베의 작품 소개에 진심이었다. 고흐의 작품을 소개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진다.
《미술관을 빌려 드립니다》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작품만 다룬 책이기에 포스트잇 붙여둔 곳곳은 프랑스 여행하기 전에 다시 훑어보고 가야 할 책으로 메모해 두었다. 미술책을 사랑하고 미술 작품 감상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책일 듯하다.
예술 작품은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므로 좋은 작품은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 진정 최고의 작품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에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을 큐레이팅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