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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단순하고 간결한 언어가 돋보이는 욘 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150여 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세상의 빛을 보고 태어나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다.
노르웨이 해안 마을 어딘가에서 아이의 출생을 기다리는 아버지가 아내와
아이를 모두 잃을까 초조하지만 신이 구원해줄 거라 믿는다. 그러다 사내아이 요한네스가 태어나며 가족은 평화로움을 되찾는다.
어느덧 요한네스는 노인이 되고, 아내도 친구도 세상을 떠나 고독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들어오는 사물과 풍경이 너무 달라 보이는데 마치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바라보게 된다. 산책길에서 오십여
년간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친구 페테르를 만나는데 돌이 그의 몸을 관통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마주한다. 그뿐만 아니라 먼저 떠난 아내가
집안에 불을 밝히고 기다리다 커피를 내어준다. 끝내 막내딸과 마주치지만 요한네스를 보지 못한 듯 지나치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여하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달라진 것이
있어도 그것은 아마 그의 내부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게 가장 그럴듯할 것이다. 아니면 혹시 밖으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을까? 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까, 대수로운 게 아니라도 그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그저 뭔가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완전히 달라 보이게 하는 그런 일이?
하지만 그는 여느 대와 다름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아닌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다가 요한네스와 페테르의 대화를 보면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그들의 소박하고도 반복되는 대화가 인간의 삶이 반복되고 있음을,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며
반복하지만 그들만의 소통 방식임을 보여주는데 단순하고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서사가 닮았다고 느껴졌다. 아이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고, 또 그
아이가 자라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자식에게 물려주듯 삶과 죽음이 연결 고리에 이어져 반복되는 리듬감은 단숨에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조금 일찍 깬 새벽을 함께한 소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무겁지 않아 작가의 필력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