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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평점 :
인간에게 언어는 왜 필요한 걸까? 언어를 통해 서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요청하는 의사소통이라는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언어가 놀이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언어의 역사>는 말과 글의 기원부터 일상생활 속 활용법까지, 언어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우리의 언어는 아기와 엄마의 유대감을 발전시키는 베이비 토크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언어라고 할 수 없는 울음소리에서부터 시작해 옹알거리는 과정을 거쳐 단어 하나를 말하기까지 대략 1년 정도 걸린다. 흥미로운 것은 생후 3개월 정도까지는 전 세계의 모든 아기들은 언어 배경 상관없이 구~ 쿠~라고 하는듯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생후 6개월~9개월 정도 되면 '나나나' ,' 부부부' 등 언어 연습을 하는 듯한 옹알이 단계를 거쳐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단계에 이른다. 설령 아기가 '마마','엄마'라고 하기도 하는데, 9개월 미만의 아기는 그 뜻까지는 이해하지는 못하며 언어 학습 수준은 주변의 소리를 따라 하는 정도이다. 이후 9개월 정도 되면 리듬과 억양을 배우게 되어 언어를 한층 명확하게 표현하기에 이른다. 돌이 되면서 단어를 습득하고 언어의 학습체계가 형성되며 문장을 형성해가게 되는 것이다.
인류의 언어는 기원전 3만 년경에 인간의 말과 어느 정도 비슷한 소리가 만들어졌고, 인류 최초의 문자 역시 기원전 3만 년 경에 동굴 벽면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호 형태로 남아있다. 점토판에 부호를 새겨 넣는 글쓰기의 방식은 기원전 3400년 전에 개발되었으며, 그로부터 1000여 년이 흘러 쐐기 모양의 설명 문자로 바뀌었다. 인류 발전사에서 최초의 진정한 글쓰기 체계는 설형문자로 이집트, 중국, 중앙아메리카 등지의 고유한 문자를 꼽을 수 있다.
언어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과 진배없다. 사회계층과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발음과 억양, 철자가 생겨나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이라는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또한 나이와 성별, 인종 집단에 따라 어투나 어법이 달리 나타나는데, 언어는 한 개인이 속한 사회계층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표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인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주고받는 말과 호칭이 달라지고, 장소가 말하는 방식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현대의 언어는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량 증가에 따라 이메일, 채팅, 블로그, 트위터, SMS, 페이스북 등 의사소통 방식에서 다양한 문제와 신조어를 생성하고 있다. 이를테면, 줄임말, 이모티콘, 언어유희 등 기존의 철자법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의 언어생활이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 보게 한다.
<언어의 역사>는 어찌보면 호기심 가득한 학문이지만 고리타분할 수 있는 언어의 역사를 이렇게 술술 익히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이 감탄스럽다.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의 언어생활 모습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에도 손색이 없고, 지성인이라면 필독해야 하는 2020 여름휴가 필독서로 꼽혀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