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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스웨덴 4개 문학상을 수상한 2018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 TOP 100에 꼽힌 소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저자 톰 말름퀴스트의 실화에
기반을 둔 자전적 소설답게 과장되지 않고 섬세하며 담담한 문체가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게 만든다.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소중한
사람과의 함께하는 시간도 마지막 순간이 언제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소설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은 한 순간에 일상이 무너진
남자 톰의 이야기다. 10 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여인 카린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결혼할 계획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카린이 갑작스런 호흡 곤란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이들의 불행이 시작된다. 단순한 독감이라 여겼지만 '급성 백혈병'판정을 받고, 카린은 끝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갑작스런 사건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 삶, 믿을 수 없는 현실들.
죽음 그리고 불행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 온다. 정신없이 살다가 혼을 쏙 빼놓기도 하고, 힘든 일을 겪어내고 안도하고 있을 때 부지불식간에
찾아 오기도 한다. 이 힘든 시간을 겪어내는 것은 오롯이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 본인의 몫이다.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니까. 또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견뎌내고 이겨내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동반자를 잃은 상실의 고통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써내려
간다. 아내를 잃은 고통에서 몸부림치지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톰에게는 자신과 자신의 딸을
돌봐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다.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며 톰은 삶의 의미를 자인 딸 리비아에 대한 부성애에서 찾아간다.
요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슬픔도 수그러들 때가 있으니까요.
318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이별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랑하는 이의 상흔이 옅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카린은 톰의 아버지가 큰 병을 앓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을 때
위로해준 여인이고, 톰은 카린에게 지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곁을 지켰다. 힘든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기에 부재의 깊이가 더 크게 다가온다.
비록 카린이 곁에 없을지라도 그녀와의 시간, 대화를 회상하는 톰을 보면 그녀는 늘 그와 함께 할 것임을 알 수있다.
"당신은
아버지랑 닮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자주 이야기하더라. 아버지랑 얼마나 닮았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
p.362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아픔을 예고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아픔이 채 여물기도 전에 쇠약해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 얄궂지만 톰은 위독한 아버지 곁을 지키는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 주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순간을 외롭지 않게 하는 것밖에는 더이상 해줄 것도 없지만, 그 시간은 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너는 나를 보며 죽음 앞에 독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현실
속에서는 모든 보호막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어디선가 자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나는 그때 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너는 이제 세상에 없는데. 그것은 의식을 초월한 무(無),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 p.365
우리는 흔히 "이렇게 될 줄 알았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이란 후회하지 않도록 나를 위해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화이팅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