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인기 강의들을 일반인도 듣고 배울 수 있게 엄선하여 인생에 필요한 교양과 삶의 품격을 더해주자는 목적으로 서울대도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슬로건의 이름을 따서 서가 명강으로 일반인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강연,  팟캐스트, 도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리즈 형태로 전달하려고 하는데 도서에서  첫 번째로 출간된 책이 바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이다. 책의 제목만 보면 무슨 호러나 공포 범죄 영화 같은데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수이자 국립 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서 20년간 1500건의 부검을 담당한 유성호 교수의 일상이다.

저자는 매주 월요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체를 보러 출근한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과 국립 과학수사 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각 지역의 변사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CSI 같은 범죄 수사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하고 즐거움의 연장을 가지기 위한 호기심으로 접근했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강의에서는 자세하고 직접적인 사례들을 통한 강의가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법의 학자로서 바라본 죽음과 법의관이 하는 일, 대한민국 법의학자로서의 고민을 전달하여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알리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마무리할지에 대한 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다.

처음 강의를 개강할 시기에 죽음에 대한 강의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학생이 질의한 내용의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단계이자 자연스러운 섭리입니다. 죽음을 배움으로써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교양인으로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죽음은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이자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가 경험하고 느꼈던 죽음과 생각에  대하여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편하고 친숙하게 접근을 도와 죽음에 대한 공부와 이해를 통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삶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VIP 컨설팅

VIP 컨설팅
김상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1월

2017년도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6억 7천만 원대에서 2018년도에는 8억 원이 넘어섰다.

2018년도 하반기 kb국민은행 주택 가격 동향에서 서울의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중형이 6억 원 후반 중대형은 9억 원 후반으로 집계되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아파트 시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부의 팽창이 지속될 것이다.

부의 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자연히 고액자산가들의 숫자도 증가한다. BBC 방송과 크레디트 스위스 발표 내용에 따르면 79만 8000달러(한화 8억 6천만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상위 1%,총 4700만 명을 부자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금융자산 10억 이상이거나, 이에 상응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부류를 고액자산가라고 말하며 금융기관에서는 이들을 VIP 고객이라고 칭하고 있다.

​총매출의 80%를 상위 20%의 사람들이 창출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있다. 그래서 상위의 고액자산가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금융기관들은 VIP 고객의 자산증식은 물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에 대한 컨설팅은 생애 전반에 걸친 재무, 자산에 대한 계획을 시작으로 주식, 채권, 보험, 대안투자 상품인 금융 부분과 부동산 부분에 대해서 고객 성향을 분석하여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의 변화와 투자 성과에 따라서 리밸런싱 과정을 거치며 자산을 관리한다. 수익에는 항상 세금이 따라오듯이 양도소득세부터, 종합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법인세, 사업 소득세, 등 세무 관련 컨설팅을 하여 자산의 수익을 극대화한다. 또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가업승계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까지 컨설팅한다. 이외에도 은퇴, 노무, 기타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해 VIP들의 자산을 증식하는 서비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VIP 컨설팅은  이런 금융 서비스의 확대 속에 금융기관의  세무 서비스와 가업승계 컨설팅을 중점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평생을 고객을 위해 현장에서 금융 서비스 제공에 매진했던 저자의 경험이 실린 자세하고 다양한 사례가 있어서 처음 접하는 세무 부분과 복잡한 내용도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상속과 증여를 통한 절세 부분에서 자산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액자산가와 금융종사자는 물론이고 고액자산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소확행

지극히 개인주의적 소확행 - 알고 보면 당신의 일상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점(dot)들
전수진 외 지음 / 치읓 / 2019년 2월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를 뜻한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또한 행복이다. 먼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하루하루의 만족스러운 나날들이 모이는 종국에는 행복한 삶이 되는 것처럼.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트렌드가 되면서 욜로, 워라밸 등 신조어들과 함께 '소확행'이란 단어도 유행하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행복은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도처에 존재하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내면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

개개인의 행복의 기준은 각자의 행복 결정 요인 및 만족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타인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런데 우린 살면서 미국의 희극 가인 故 찰리 채플린이 남긴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란 말이 절실히 와닿는 순간이 생긴다.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는 것처럼 겉보기에 웃고 밝다고 해서 그가 겪고 있는 삶이 결코 웃음만 있는 삶은 아니가 때문이다. 아픔을 겪는 사람은 모든 얘기를 다 하지 않는다. 그 감당하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자칫 무너질까 봐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한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평온하거나 행복해 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은 한없이 힘들고, 남의 삶은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타인이 처한 상황이 안중에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이 보고픈 대로 보고 판단하며 때로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누려야 할 행복을 타인이 다 누리고 있는 것처럼 느끼니 말이다.

"미래를 보며 점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과거를 보면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들이 어떻게든 당신의 미래에 연결됨을 믿어야 합니다. 이것이 용기, 운명, 삶, 카르마 무엇이든 간에 믿어야 합니다. 이는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그것은 내 인생에서 모든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

-스티브 잡스의 연설 中-

<지극히 개인주의적 소확행>은 바쁘지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아는 7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망중한(忙中閑, 바쁨 속의 여유)을 누릴 때 행복이 가치가 극대화된다. 늘 여유로우면 휴식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바쁘게만 살다 보면 지치게 된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 속에 가볍게 여유를 찾는 것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줘야 할 선물이자 숙제가 아닐까. 나의 망중한의 하나인 독서의 시간, 내 삶에 여유를 불러일으키는 시간이 소확행이다. 올해 또 다른 망중한을 물색해 봐야겠다.

 

우리와 당신들

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우리와 당신들>이 나왔다. 까칠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매력적이라 언제나 기대된다.

전작인 '베어타운'이라는 잊혀가는 숲속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몰락한 마을의 현실 속에서, 이기심과 부조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의 대립 양상은 우리네 현실과도 많이 닮아 있다. 탄탄한 스토리에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있는 문장은 소설에 몰입도를 높이는데 드라마틱 한 전개와 긴장감이 마지막 챕터까지 이어진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승자, 패자 그리고 구경꾼"

진실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면 거짓은 쉽게 믿을 수만 있으면 된다.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산다는 건 우라지고 우라지고 또 우라지게 힘든 거라 가끔은 거의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아무리 원래 그런 거라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 한마디는 그래, 인생이 원래 힘든 거지.라고 스스로 토닥이게 된다. 소설을 읽는 묘미가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내가 위로받기 위한 또 하나의 매개체라서 아닐까.

어느 조그만 마을의 이야기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집단이지만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고 용기를 낸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마녀 심판을 하여 설자리를 잃게 하고, 진실보다 자신의 이권을 위해 쉬쉬하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냉혹하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하지만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삶에서 눈물과 감동이 배어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와 견해가 다르다 해서 틀렸다고 간주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소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은 언제나 실망하지 않는다. 설 연휴에 읽으려 했는데 너무 빨리 읽어버린 소설 추천한다. 

 

공학이 필요한 시간

공학이 필요한 시간 - 우리는 어떻게 공학의 매력이 깊이 빠져드는가 ㅣ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이인식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월

대한민국 교육 체계상 고등학교부터 인문계와 이공계로 나뉘어 철저히 특성에 맞게 편성된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하고 나누어 계열에서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한다. 자연히 서로의 영역의 침범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체계인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4차 산업과 그 이후에 발생할 인류의 변화와 발전 과정에 있어서 두 영역의 분리는 무의미하며 분리 자체가 큰 손해다.

공학이 필요한 시간은 사회적으로 첨단 공학 미래기술에 대해 쉽게 파악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에서 공학 분야에 대해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첨단 기술의 본질을 쉽게 파악하여 공학의 대중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미래 공학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공과대학에 진학한 공학도에게 공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서 사회적으로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21세기에 부활한 다산으로 평가받는 이인식 지식연구소 소장이 집필했다.

공학이 필요한 시간은 공학 기술 필독서 45권과 이인식 소장의 4권을 한국 공학 한림공학원의 지원 아래 선정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 19분과 함께 국내 출판 사상 초유의 공학 도서 서평집이 나오게 되었다.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렵지 않게 재미를 느끼면서 몰입하여 공학의 재미를 느끼며 읽어 나갔다. 필독서답게 선정된 책마다 가지고 있는 의미의 폭이 상당했다. 특히 브루스 매즐리시의 네 번째 불연속에서 나온 세 명의 사상가가 인간의 순수한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고 앞으로 직면할 네 번째 불연속은 인류가 극복하지 않으면 산업화된 세계에서 조화롭게 적응할 수 없다고 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첫 번째 사상가인 코페르니쿠스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닌 우주의 작은 한 부분에 속하는 지동설이 인간의 자존심에 충격을 주었으며 두 번째 사상가인 다윈은 신이 천지 창조할 때 우월한 존재의 지위를 부여한 게 아닌 인간도 동물의 후손이라는 다윈의 진화론과 세 번째 사상가인 프로이트는 자아가 육체의 주인이 아닌 무의식의 진행에 관한 적은 정보로 만족하는 정신 분석 입증이 역사적으로 인간의 자존심에 충격을 준 사건들이었다. 이어서 네 번째는 인간과 기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네 번째 불연속이 연속성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인류가 현명하게 이 시기를 대응하고 초월하여 인류가 기계와 공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