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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은 다자이 오사무의 12편의 작품들에 수록된 살아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을 통해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들은 짙은 회색 빛깔이 어울리는 어두운 소설이다. 특히 대표작 『인간 실격』은 38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의 다크한 분위기가 전반에 드리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계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있지 않을까?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에서는 『인간 실격』을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작품이라 소개한다.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타인 앞에서의 자아', '자기 자신과의 대면'등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과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덧붙인다.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 『인간 실격』에서 타인에게 "광대를 연기했다"라고 말하는 주인공 요조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의 간극을 집중 조명한다. 누구나 한두 가지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인간 실격』을 읽었을 때, '요조'라는 인물을 순수하지만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라 여겼다. 부잣집 아들임에도 위선적이고 잔인한 사회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으로 광대짓을 일삼으며 음지의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 폐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에서는 고독과 파멸의 부정적인 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인공 요조의 이야기는 단순한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조는 많은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다자이 오사무 작품들이 호평받는 이유 역시, 아무리 삶이 비극적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믿어야 한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기회가 되면, 『인간 실격』과 정반대 분위기를 내는 『달려라 메로스』를 한번 읽어 봐야겠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믿음을 받고 있다. 내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는 따위의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