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8.2







 작품의 제목은 송창식의 <고래사냥>에서 모티브를 잡았다고 한다. 고랠 잡기 위해 바다로 떠나는 내용이 꿈을 위해 달려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연상시켜 큰 히트를 친 곡인데 이 작품은 꿈을 상징하는 고래가 주머니 속에 숨었다는 짧고 귀여운 상상으로 주제를 형상화한다.

 이금이 작가의 이 소설은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감흥이 예전만 못했지만 그래도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청소년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여전해 부담없이 읽혔다. 작품 구상은 얼굴 없는 가수였던 김범수가 음악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해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본의완 상관없이 얼굴 없는 가수여야 했던 자기 심정을 토로한 걸 보고서 시작이 됐다고 한다. 그렇게 연예인을 지망하지만 얼굴 빼곤 재능이라곤 없는 주인공과 재능은 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언감생심 가수의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라 여기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탄생했단다. 언제나 느끼지만 소설가의 작품 구상 비하인드를 접하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소재라는 건 어디에나 존재한다. 역량에 따라 달리 발휘되는 것이지.


 비교적 짧은 작가의 성장 소설은 그렇게 과하지도 비정하지도 않게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등장인물들이라서 학원에 치여 살거나 붐이 일기 시작한 아이돌 연습생 얘기가 낯설지 않게 읽혔다. 가끔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학교를 주요 배경으로 다루는 소설을 읽으면 고증이 이상해 읽기 오그라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게 덜했다. 청소년이라지만 아직 애답게 치기 어리게 반항하는 등 생각이 짧은 모습도 적절히 묘사했다. 그리고 주인공들 각자의 경제 사정이나 부모님의 교육에 의해 다른 가치관을 가졌고 다른 결말과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알기 쉬워 좋았다.

 개인적으로 배움과 학력에 대한 부족함을 자식에게서 대리만족하려는 민기네 부모님이 민기의 누나와 진학에 대해 갈등이 폭발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식을 자기 자랑거리로 만드려는 부모의 속셈을 부정해 속이 시원했고 한편으로 민기의 누나가 이렇게 갈등으로 터지기까지 속으로 썩혀오며 지냈을 세월을 가늠하느라 속이 미어지기도 했다. 이런 양상의 갈등은 자주 다뤄지지만 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진지하게 마주보게 해 감명받지 않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금이 작가는 아직도 현역이더라.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직도 꾸준히 회자될 작품을 써내고 있는 것 같은데 몰라뵌 게 그저 민망하다. 나에겐 아주 어렸을 때 접해 향수로 남아있던 작간데 아직도 신작이 계속 나온다니 괜히 반가웠다. 앞으로 몇 권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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