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내일은 없다
가키네 료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7.8


 이 소설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 적어도 이곳에선. 그러니 다른 곳에서 내일은 찾아보는 게 어떨까.

휴먼 리액트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해고 전문 회사에서 실적이 우수한 무라카미가 각기 다른 회사의 사원 5명을 어떻게 사직을 권고하는지 다루는 연작소설집인데 이래저래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와 비슷한듯 다른 작가의 쿨하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한 유머 감각이나 섹슈얼한 인물 설정도 호오가 갈릴 테지만 개인적으론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각 수록작의 마무리가 썩 와 닿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다.


 오히려 해고 전문 회사에서 일하는 무라카미의 직업 윤리나 사명감, 말로만 다른 직장에서 희망을 찾아보라 말하는 것이 아닌 그 나름대로 후속 조치에 신경을 쓰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점 등은 매우 호감이었다. 사원을 무턱대고 해고하는 건 노동법 위반이니 권고 사직이라는 손이 많이 가는 답답한 방식을 취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말을 돌려서 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시작은 상대방을 위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 작품을 통해 새삼 느꼈다. 권고 사직 대상자라고 해서 다 같은 사원이 아니라 저마다의 딱한 사정이나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가 있으므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의 취지 역시 참 좋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겪었기에 이러한 작품의 취지가 더욱 따사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작품이 따뜻하게 귀를 기울이는 역할 그 이상의 일을, 가령 뾰족하게 대안을 제시했다거나 사회 비판적 목적을 잘 수행한 작품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세 번째 수록작 '옛 친구'를 제외하면 각 수록작이 별다른 반전 없이 흐지부지된 채 넘어가는 경우도 태반이었고 감동적인 연출도 그 순간에만 감동적이었고 위로를 받았지 정작 완독하고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은 딱히 떠오르는 구절이 없는 걸 보면 냉정한 말이겠으나 감정에 호소한 감이 적잖은 작품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갔으면 신파라고 까여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작가의 대표작 <와일드 소울>도 감정에 호소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작품이긴 했으나 통쾌함으로 점철된 반면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은 그야말로 허무함으로 다 읽고 나면 씁쓸함이 배가된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현실에 발을 붙이고서 우리도 겪음직한 이야길 풀어낸 것인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의 연애사에 치중한 에너지에서 3~40%를 권고 사직 대상자의 이야기에 쏟았더라면 작품이 지금보다 덜 허무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 가키네 료스케는 국내에 세 작품밖에 소개되지 않았고 10년 사이에 소개된 작품은 한 권도 없다. 최근 작가가 나오키상을 받았다는데 그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연달아 소개되길 바란다. 비록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난 아직도 <와일드 소울>이 준 통쾌함을 잊지 못하기에 신작이 출간된다면 크게 고민 않고 구입해 읽을 생각이다.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이 시대극이라서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다. 출간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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