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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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시리즈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고전부' 시리즈와 닮았으면도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추리력에 대한 자신감이나 다뤄지는 사건의 스케일 등 두 시리즈는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고전부' 시리즈가 전형적인 일상 미스터리라면 '소시민' 시리즈가 더 강력한 사건이 다뤄진다. 그리고 또 하나 큰 차이로, '고전부' 시리즈는 꽤 많이 집필된 반면 '소시민' 시리즈는 다루는 사건이나 전개가 굵직하기 때문인지 당최 신작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들 수 있겠다. 시리즈 4편인 '겨울~'의 출간 소식 대신 단편 소식만 들리고 있다.

 전편인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을 읽은 지 꽤 돼서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가물가물하던 와중에 읽게 된 내 눈에도 이번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는 시리즈에서 조금 이질적인 축에 들었다. 일단 스케일이 '고전부' 시리즈에 비견될 만큼 아기자기하며 그간 곁가지에 불과했던 디저트들이 이번 수록작들에선 보다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뉴욕 치즈 케이크 수수께끼'에선 아예 치즈 케이크 레시피의 한 부분이 작품의 핵심 트릭과 직결돼 남다른 쾌감을 선사하는 식으로 말이다. 내 기준에선 그 트릭이 퍽 기발해서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요리는 과학이라던데 정말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추리소설 중엔 저렇게 국명이나 지명이 앞에 나오고 그 다음에 키워드가 나오는 형태의 제목인 작품이 꽤 많다. 엘러리 퀸이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서 처음 선보인 제목인데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곧잘 패러디되곤 한다.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의 수록작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데, 제목에 들어가 있는 파리 마카롱이나 뉴욕 치즈 케이크, 베를린 튀김빵과 피렌체 슈크림이 작품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하는 역할이 천차만별인 것이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 디저트의 레시피가 아주 요긴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극소수고 대개 사건 해결의 실마리보단 사건을 접한 계기 정도로 다뤄진다.

 이런 제목을 가진 추리소설이 의외로 제목이 흥미로운 것에 비해 내용은 그저그런 경우가 허다한데,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정도면 적어도 반타작은 하지 않나 싶다. 시시한 단편 둘, 흥미로운 단편이 두 편 수록됐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는데, 다만 아쉬운 점을 굳이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시리즈의 스토리라인에 큰 전환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아주 외전격인 내용들이었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오랜만에 나온 신작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란 것이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은 나도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으니 다른 독자는 더욱 실망을...... 아닌가? 애당초 요네자와 호노부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시시함과 작은 스케일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오히려 반색하려나? 글쎄, 이 부분은 애매하다. 내 경우엔 작가 특유의 사색 짙은 문장이 적어서 작가답지 못한 작품들이라 생각했는데... 독자마다 평가가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빠른 시일 안에 시리즈 4편을 읽긴 힘들어 보이니 그 사이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소시민' 시리즈의 전편을 재독하는 게 나을 듯하다. 시시하긴 했어도 오랜만에 읽으니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졌다. 아, 정말 여담이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과반수 이상이 나고야에서 진행된다. 내가 곧 나고야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 작중 배경이 반가웠고 다가올 여행이 퍽 기대됐다. 나고야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줄 알았으면 아예 현지에서 읽을 걸 그랬다고 짧게 후회도 하면서. 

훌륭한 파티스리와 제과 동호회를 함께 비교하는 건 시시한 일이야. 백 엔짜리 초콜릿을 먹으면서 고디바 초콜릿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우스꽝스럽잖아.

파티스리는 파티스리에 어울리게, 홈메이드는 홈메이드답게, 주전부리 과자는 주전부리로 훌륭하다면 그걸로 족한 거야. 언제나 최고의 디저트를 원하는 건 구도자 같아서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뭘 먹어도 ‘거기에 비하면‘이라고 말하는 속물에 지나지 않아. - 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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