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8.2 





 10년 전에 내가 이 소설에 대해 10점 만점을 주며 극찬 일색의 포스팅을 썼던데, 내가 과거에 그랬다는 것이 지금 내 입장에선 믿기지 않는다. 지금은 아무리 재밌어도 10점은 거의 주지 않는데 그 당시에 나는... 뭐랄까, 좋게 말하면 관대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헤펐다. 

 물론 다시 읽어도 실망스럽다거나 수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당장 세계 대전이 터질 만한 상황임에도 어쩐지 이역만리에서 펼쳐지는 이슈인 터라 주인공 일행은 고등학생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남의 일처럼 여기며 일상을 살아간다는 묘사는 지금 시점에선 대단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와 재밌게 읽었다. 인간은 엄청 큰 규모의 사건보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다. 그 골때리면서도 당연한 상황을 작가는 유쾌한 문체와 캐릭터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전개시킨다. 


 적당히 오글거리고 적당히 통쾌하고 개성적인 캐릭터와 대사들의 향연, 묘하게 쉴 틈 없는 사건들의 연속 등 작품은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 내내 호흡을 끊지 않으면서 밀도 높게 이야길 진행시킨다. 세계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당장 미사일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맥이 탁 풀려버리는 결말과 그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들 내키는 대로 옥상의 평화를 지켜낸 주인공 일행은 어쩐지 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더니, 이 소설이야말로 그 말을 길게 풀어낸 아주 구체적인 예시로 들 만하지 않은가 싶다. 

 옥상의 평화를 지키는 옥상부라는 것도 그 나이대 학생들이나 입에 담을 만한 참 오글거리는 설정이지만 작중에서 우연한 기회로 모인 옥상부원들은 사뭇 진지하게 옥상의 평화를 지킨다. 뭐, 말이 옥상의 평화지, 실상은 개인적인 문제로 시무룩한 옥상부원의 문제를 다 같이 다방면에서 접근해 하나씩 계속 해결해나간다는 게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10년 전에 나는 이들의 여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꽤나 몰입하며 읽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 10점 만점을 줬을 리는 없겠지. 


 현지에선 포스트 이사카 코타로로도 불린다는 작가의 대표작인 만큼 실제로 작중에선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처럼 귀엽고 엉뚱한 언동을 보이는 캐릭터가 꽤 많이 등장한다. 킬러나 백수들이 좋은 예시겠는데, 이러한 코믹한 요소가 덜했다면 오히려 세계의 위험 속에서도 일상을 영위하는, 혹은 영위하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이 되려 우습게 보여서 작품의 매력이 퇴색됐을 것 같다. 그랬다면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됐을 것이다. 

 결말도 나쁘지 않았고 나사가 조금 풀린 것 같은 주제의식도 괜찮았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왜 10년 전에 10점 만점을 줬는지 잘 모르겠다. 그 당시엔 막 스무 살이 됐을 무렵이라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옥상부의 모습에 선망을 느꼈던 걸까? 그러한 선망이라면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냥 10년 사이에 다양한 소설을 읽어서 눈이 높아진 것이라 생각하련다. 그게 아니라면 납득이 가지 않으니까. 

신이 아니라도 용서는 할 수 있어. -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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