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
김훈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8.4 







 최근 <스페인 여자의 딸>이라고 넓은 의미에서 스페인과 관련된 소설을 읽다 보니 스페인에 다시 관심이 가게 됐다. 그 소설은 베네수엘라인인 작가가 베네수엘라의 막장 현실에 지친 주인공이 스페인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고국을 등지고 떠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밀히 말해 스페인보다는 남미 이야기에 해당해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을 연이어 읽는 것이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싶었는데, 스페인의 역사를 들여다봄에 있어 남미가 빠질 수는 없기에 결과적으로 꽤나 옳은 선택이었다. 스페인은 한때 남미에서 가져온 금과 은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사에 군림한 적이 있다는 걸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읽고서 다시는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왜 스페인 문화의 영향력이 이토록 강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은 괜찮은 대답을 제시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꼽은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중에 언어와 제국주의 부분이 흥미로웠고 상대적으로 활력과 유산 부분은 내용의 디테일이나 할애된 분량이 다소 아쉬웠다. 본토 스페인어와 남미 스페인어의 차이, 포르투갈어와의 유사성, 스페인어를 배울 때의 접근성 등은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내게 아주 흥미로운 서두였고 스페인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들과 우리나라와 닮은 데가 많은 근대사가 아주 잘 정리돼 있어 이 나라의 저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바래버린 지도 오래됐고 저자의 '스페인을 알아야 세계가 보인다!' 라는 말은 전형적인 책을 위한 광고이긴 했지만, 스페인의 역사를 통해 영원한 제국도 없으며 다만 문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실감할 수 있던 것은 아주 유익했다. 


 위에서 이 책의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언급했던 활력과 유산은 간단히 말해 스페인의 문화, 관광의 이모저모라 할 수 있다. 수박 겉 핥기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저자가 너무 대표적인 항목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 흥미가 생기다 말았다. 사진이 풍부하게 실리지 않았더라면 아쉬움은 더했을 텐데 책의 디자인이나 수록된 사진들이 워낙에 예쁘게 잘 뽑혀 시각적인 만족도가 큰 편이었다. 

 인문학 책은 가끔 가독성보단 정보의 풍부함과 정확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스페인에 관심이 생겼거나 스페인에 관광이나 일 문제로 가야 할 사람을 위한 '맛보기'의 성격을 띄고 있는 지라 - 이 책은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발간됐다. - 전자의 성격에 집중한 감이 있지만 언어나 역사에 대한 부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있어 생각보다 깊이가 얕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다음에 읽고 있는 책인 <두 개의 스페인>에 비하면 아무래도 여러 부분에서 깊이가 떨어지지만 어찌 됐건 간에 맛보기의 역할엔 아주 충실했으니까 말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 1년 내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지금 스페인에 갈 수 있으려나? 진지하게 검색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