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특별 리커버 에디션) - 스페인, 포르투갈 문화&아트 투어 전문가 최경화의 포르투갈 완전 탐구
최경화 지음 / 모요사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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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해외 여행이 그림의 떡인 상황에서 이런 책을 읽는 게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러시아나 터키, 멕시코, 대만, 영국,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 대한 엄청난 '뽕'에 취하곤 한다. 내 경우엔 이런 책이 꽤나 도움이 된다. 읽는 동안엔 마치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해외에 떠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 그대로 덧없는 착각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꽤나 유익하리라 믿는다. 정말로 언젠간 떠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면서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최근에 포르투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져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됐다. 읽은 사람들 평을 접해보니 포르투갈 입문용으로 제격인 책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아예 없다시피 한 내가 읽어도 이해가 쏙쏙 가고 그 나라의 매력이 잘 전해졌다. 전문적인 여행 서적은 아니지만 작가가 스페인어와 미술사학을 전공한 덕에 일반적인 여행 서적보다 언어와 문화, 미술에 조예 깊은 내용이 많았다. 물론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엄연히 다른 나라이므로 - 그 점을 독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게 이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저자가 서두에서 밝히기도 했다. - 스페인 문화에 조예가 깊은 작가가 얼마나 전문적으로 집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읽고 나니 오히려 스페인 문화에 빠삭하기에 스페인 문화와 뚜렷이 구분되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포르투갈의 문화에 대해 더 예리하게 짚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작가의 남편이 포르투갈 사람이고 현재 포르투갈에서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배우자가 외국인이라고 그 나라에 빠삭해지는 건 아니지만 이만하면 작가의 전문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듯하다. 


 포르투갈의 미적 감각이 대표적으로 발현된 아줄레주 타일을 비롯해 여러 건축 양식, 에그타르트와 포트 와인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식문화, 리스보아와 포르투 - 리스보아는 리스본의 포르투갈 원어 발음 - 의 관광 명소 및 로컬 명소, 그 외에 다른 도시들까지 다룬 이 책은 작가가 집필을 위해 제법 노력했다는 흔적이 전해졌다. 포르투갈의 역사나 예술 어느 한쪽에 대해 얘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는 가급적 많은 것을 담아내려 애썼고 포르투갈의 그늘진 부분, 살라자르 독재 시절이나 그로 인한 경제 침체 등도 짧지만 가감 없이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예술 파트에 비해 역사 부분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할애됐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특히 관심 있던 살라자르 독재와 카네이션 혁명 등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근대사가 중세 시대에 비해 간략히 다뤄진 감이 있어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명색이 출간 5주년을 기념한 리커버 에디션인 만큼 내용이 더 증강됐으리라 기대하고 일부러 리커버 에디션으로 구매했는데, 아무래도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한 포르투갈이 어쩌다 이토록 존재감 없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적절한 선택은 아닐 것 같다. 이 책이 무슨 포르투갈 문화를 무조건 찬양하고 보는 감상적인 책은 결코 아니지만 포르투갈의 미적 감각을 엿보기엔 적절할지언정 포르투갈의 역사를 완전히 익히기에 좋은 선택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책에 수록된 사진이나 소개되는 미술 양식들에 대한 서술이 출중하고, 또 책의 만듦새가 워낙 예뻐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는 건 강조하겠다. 


 어디까지나 입문용 도서라는 본분에 충실했을 뿐, 이 책을 정말로 포르투갈 여행 때 들고 갈 정도로 희소성 있는 내용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나처럼 포르투갈에 무지한 독자를 위한 입문용 도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 본분에 충실했던 저자의 노력을 이 이상 폄훼하고 싶진 않다. 이건 비꼬는 말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문자를 위한 책이 없으면 누가 포르투갈에 입문할 수 있단 말인가. 내 경우엔 이제 입문이 끝났으니 다른 전문적인 책을 찾아 읽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언급하되 구태여 이 책의 단점이라고까지 강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 한사코 부정하는 게 더욱 미심쩍게 들릴 걸 알지만 아무튼 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미술에 대한 작가의 지식이 예사롭지 않아 작가가 집필한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스페인 미술관 산책>이란 책을 집필했던데, 스페인 미술관에 대한 로망이 적잖은 내게 있어 놓칠 수 없는 책일 것 같다. 그 책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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