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아이 1
YU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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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를 처음 접했을 때 엄청 감동했고 Yu가 그린 만화도 마찬가지로 감동적이었지만, 두 번째로 읽으니까 그 감동이 예전만큼 강렬하지 않았다. 직전에 <과테말라의 염소들>을 읽어서 그랬나? 그 소설이 화기애애한 부모 자식 관계를 그리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한 것과 달리 <늑대 아이>는 대놓고 감성을 건드리는 육아 이야기라서 두 작품의 온도 차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과테말라의 염소들>처럼 리얼리티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와 정반대격인 <늑대 아이>의 내용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하나가 자신을 떠나려는 아메의 뒷모습을 향해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외치는 말은 뭉클했고 인간의 정체성을 택한 유키와 늑대의 정체성을 택한 아메의 선택을 존중하는 작품의 태도는 여지없이 근사했다. 최소한의 판타지스런 설정으로 모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작품의 설정과 스토리에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었다. 너무 이상적인 가족 관계에 의구심이 들더라도 그건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못을 박고 싶다.


 단,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뒷마무리가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다. 아메와 유키가 엄연히 남매지간임에도 아메가 늑대로서 숲으로 떠나는 장면이 너무 정없게 묘사되지 않았냐며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는데, 아무리 늑대로 살겠다고 해도 그렇지 자신의 누나와 홀어머니의 몸으로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나는 모습은 너무 무정하지 않은가 하는 불만이 남았다. 모성에 대한 호소다 마모루의 생각이나 감성은 취향의 문제이니 왈가왈부하지 않겠지만, 아메가 자신이 늑대의 정체성을 택한 뒤부터 자기 누나와 어머니한테 대하는 태도가 이기적인 구석이 있어 비호감으로 비쳐졌다. 적어도 반은 인간인 만큼 늑대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싶은데... 작품 완성도에 비하면 사사로운 트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를 원작으로 둔 이 만화의 내용은 영화와 완전히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작화를 담당한 Yu 작가의 재해석이 거의 없다는 건 좀 아쉽게 다가왔다. 원작이 워낙에 내용이 좋으니까 거기서 뭘 더 어떻게 재해석을 가미하기 힘들었겠지만 최근에 읽은 <수명을 팔았다. 1년에 1만 엔으로>가 원작 소설의 내용을 잘 옮겼으면서도 몇몇 장면과 외전을 넣어 만화로 다시 읽는 재미를 안겨준 걸 생각하면 <늑대 아이>의 영화와 만화의 내용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건 단점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영화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는 게 조금 성의없게 여겨지기도 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했지만 다시 읽으니 이 점이 가장 눈에 밟혔다.


 저번에 만화에 대한 포스팅을 쓸 때 영화도 빠른 시일 안에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의 경우 영상미나 음악까지 있어 몇 번을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인데... 내 귀찮음이 그저 한스러울 뿐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영화를 보기까지 또 몇 년이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보긴 볼 테다. 본의 아니게 만화만 두 번 접했더니 이제 영화가 그리워졌다. 과연 몇 년이 걸리려나.

이제 어른이니까.

자신의 세계를 발견한 거야. - 3권 제15막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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